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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6> 사상구 ‘3소 3색’ 공간

캠핑·갤러리·커피 … 삭막한 사상공단에 감성 불어넣다

  •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  |   입력 : 2021-03-30 19:50:59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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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장동 ‘클래식캠퍼’

- 공단 한 가운데 캠핑용품 매장
- 1000가지 갖춰 캠퍼들 성지로

# 엄궁동 ‘523쿤스트독’

- 비영리단체 협업 갤러리 카페
- 청년 아티스트 아지트로 주목

# 감전동 ‘카페 비타리카’

- 현역화가가 운영…전시공간 제공
- 지역작가 작품 소개 문화계 활력

부산 사상구는 다닥다닥 붙은 공장에서 뿜어내는 검은 연기와 용접 작업 도중 곳곳에 튀는 불꽃이 연상되는 공단 밀집 지역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공장이 하나둘씩 자리를 비우는 사이 새로운 활기가 이곳을 감싼다. 빈 건물에 자리 잡은 커피 향 가득한 카페와 개성 넘치는 사진과 그림으로 채워진 갤러리가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삭막한 기계음으로 채워졌던 공간은 이제는 따뜻한 온기의 말소리와 음악으로 가득하다. 어두운 사상공단의 밤을 밝히는 ‘3소 3색’ 핫플레이스를 소개한다.
   
학장동 ‘클래식캠퍼’
■ 힙한 캠퍼의 성지 ‘클래식캠퍼’

“이 의자는 저희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했습니다. 저 램프는 국내에서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 제품입니다.” 클래식캠퍼 전진욱 대표가 가리키는 곳마다 고상한 느낌의 캠핑용 소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의 설명을 듣고 용품별 특징을 눈에 담는 데만도 한나절이 걸릴 만큼 매장은 크고 다양한 캠핑용품으로 꽉 채워졌다.

지난해 5월 학장동 공단 한가운데 문을 연 클래식캠퍼는 국내 최초 전문 캠핑용품 매장이다. 전 대표는 2013년 사상구 주례동에 매장을 두고 캠핑용품 온라인 판매를 시작해 이곳에 오프라인 매장까지 열 정도로 성장했다. 전 대표가 매장을 이곳으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사상공단에는 자재 수급부터 용접 작업까지 모든 분야의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업체가 많습니다. 캠핑용품 시제품도 이곳에서 만들 수 있죠. 아마 서울 청계천 다음으로 제작업체가 많은 곳이 이곳일 겁니다.”

클래식캠퍼에는 SNS 유저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포토존’이 가득하다. 가게 마당에서 가장 처음 손님을 맞는 ‘클래식 카라반’은 조그마한 차량을 개조해 캠핑카로 내부를 꾸몄다. 아기자기한 실내 장식으로 아이들에 인기가 높다. 클래식캠퍼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캠핑용품 1000개 이상이 전시된 쇼룸 건물에는 캠핑의자와 램프, 불을 피우는 데 쓰는 목재까지 진열됐다. 건물 2층은 텐트 전문 전시공간으로, 크기별로 다르게 내부 공간을 꾸며놓은 텐트를 볼 수 있다. 바로 옆 건물인 통유리로 된 체험공간에는 대형 텐트를 비롯해 진열된 캠핑용품을 직접 만져보고 써 볼 수 있다.

전 대표는 이곳을 시작으로 일대가 다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인근 공장 직원들도 동네가 환해졌다고 좋아한다. 볼거리가 많아지면서 우리 같은 문화 공간과 공단 업체가 상생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청년작가 모이는 ‘523쿤스트독’

   
엄궁동 ‘523쿤스트독’
엄궁동 농산물도매시장 근처에 자리 잡은 ‘523쿤스트독’은 이름만 들어서는 얼핏 어떤 공간인지 알기 힘들다. 2018년 문을 연 이곳은 카페와 갤러리가 결합한 갤러리 카페다. 최근에는 지역 청년 작가들에게 무료로 전시 기회를 제공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건물은 총 4층으로 1층은 카페, 2층은 카페 공간과 함께 미술 또는 사진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로 구성됐다. 3층은 현대미술과 관련한 전문 전시공간, 4층 옥상은 청년 아티스트를 위한 공연 장소로 꾸몄다. 카페 수익금의 20%는 청년 작가를 위해 지원하고 있다. 처음에 ‘523갤러리’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던 이곳은 실험적 대안공간 성격을 표방하는 전시공간을 운영해온 비영리 단체 쿤스트독과 지난해 협업을 시작하면서 ‘523쿤스트독’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전에는 실험적이고 거친 느낌이 강했다면 앞으로는 좀 더 젊은 느낌을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523쿤스트독 최정삼 대표는 “이 공간을 운영하기 전에는 예술계와 인적 교류 없이 잘 모르고 시작해서 작품·주제 선정 과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전문적인 단체에 맡기면 효율적인 것으로 생각해 손을 잡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전시회가 많이 줄면서 이곳을 향한 지역 청년 작가의 관심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올해 3명의 전시작가를 선정하는 공모에 총 127명이 몰렸고 다음 달부터는 거리두기 단계 조정에 따라 공연 공간도 개방해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갤러리를 같이 관람하는 카페인데 최근까지 테이크아웃 영업밖에 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지역 청년 작가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데 위안과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 지역 문화 공간 ‘카페 비타리카’

   
감전동 ‘카페 비타리카’
‘풍요로운 생활’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에서 이름을 딴 카페 비타리카는 2017년 감전동에 문을 열었다. 현재 현역 화가로도 활동 중인 김재희 대표의 손길이 곳곳에 묻어있다. 카페 한쪽에 한창 작업 중인 이젤과 붓 팔레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카페 비타리카에서 운영하는 갤러리GL은 부산·경남 지역작가를 대상으로 전시 공간이 필요하면 포트폴리오를 보고 거의 대관료를 받지 않고 제공하고 있다. 신진 작가부터 유명 작가 작품까지 전시해 지역 문화계에 활력이 되고 있다. 카페와 연결된 1층은 대전시실, 2층 소전시실과 3층 기획전시실까지 전문적인 전시 공간도 갖췄다. 김 대표는 “사실 올해도 예정된 전시회가 5개째 취소됐다. 하지만 이곳에서 작가들이 활동하고 소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문을 늘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갤러리 카페를 넘어 사설 미술관까지 운영할 포부를 가지고 있다. 그는 “상대적으로 문화 불모지로 불리는 서부산의 사상구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걸 지역 주민이 알아주고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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