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서 산림학 전공한 남매
- 대형 묘목사 경험 거쳐 창업농
- 3000평 화훼·묘목 재배 판매
- 재배법 공유 SNS 채널 운영
- 온라인 주문 늘어 연매출 억대
- “땡볕서 풀 뽑는 게 농사라고?
- 홍보·유통 아우른 고부가산업”
숨가쁜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껴 귀농·귀촌을 상상하는 청년이 많다. 2018년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젊은 층이 열광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연인’을 꿈꾸는 상상은 단지 ‘상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어딘가 낯설고, 일이 고될 것 같은, 도심과 거리를 두는 삶에 불안을 느껴 이내 포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농·귀촌 인구는 대부분 은퇴한 중장년층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예외는 항상 있는 법. 경남 김해시 대동면에서 화훼·묘목류를 재배하는 농업법인 ‘나무수’의 성예령(27)·성연수(26) 이사가 그들이다. “농업은 농사가 다가 아니예요. 마케팅과 유통까지 1~3차 산업을 아우르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했다. 도심 생활을 즐기면서도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20대 오누이를 만나 요즘 농사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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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김해시 대동면에 위치한 나무수 농장에서 화훼·묘목을 관리 중이 성연수(왼쪽) 이사와 나무수에서 재배한 상품 홍보·마케팅을 위해 유튜브를 운영 중인 성예령 이사. 오찬영 PD |
- 어떻게 귀농하게 됐나.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시는 건가.
▶성연수(이하 연수)=부모님은 주말농장을 하시지만 농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신다. 공부에 흥미가 없는 저에게 동래원예고 진학을 추천하셨다. 나도 처음부터 장래희망이 농부는 아니었다. 고교를 졸업하고 한국농수산대학 산림조경학과에 진학했더니 농사를 꿈꾸는 친구가 많았다. 자극이 됐다. 졸업하고 대형 묘목사에서 실습하면서 창업농을 꿈꿨다. 취직에 어려움을 겪는 또래 친구들을 생각하면 농업이 힘들긴 해도 블루오션일 것 같다는 생각에 2018년 ‘나무수’를 설립했다.
▶성예령(이하 예령)=원래는 관광경영학과로 진학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동생과 같은 대학 산림학과에 입학했다. 나도 동생이 실습했던 묘목사에 취직해 홍보·마케팅과 유통을 배웠다. 2019년 나무수에 합류했다.
-‘나무수’는 어떤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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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수가 재배방법 등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나무수 이야기’ 동영상 캡처 |
▶연수=총 3000평 규모의 3개 농장에서 핑크뮬리·팜파스·수국 같은 신품종 화훼·묘목을 재배해 판매하는 영농 회사다. 유럽은 집집마다 정원을 가꾸는 가드닝 문화가 발전했는데 한국은 아직 초기 단계다. 기존 화훼·묘목 업계도 조경 식물보다는 가로수나 유실수를 주로 판매해왔다. 요즘에는 전원주택이나 카페에 적합한 품종 수요가 늘고 있다.
▶예령=화분에서 묘목을 재배해 사계절 판매한다. 땅에서 재배하면 다시 캐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화분에서 키우면 소비자들이 사갈 때도 깔끔하고 택배도 쉬워 찾는 분들이 늘고 있다.
-유튜브 마케팅으로 매출이 급증했다고.
▶예령=과거 묘목 업체에서 근무할 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적이 있다. 나무수 홍보를 위해 시도해봤다. 식물 재배 노하우나 재배법을 공유한다. 반응이 좋다. 코로나19 영향 탓에 온라인 택배 주문이 많이 늘었다.
-매출에도 영향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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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김해시 대동면에서 화훼·묘목을 재배해 판매하는 영농법인 나무수를 운영하는 성예령(왼쪽)·성연수 남매가 20대라는 젊은 나이에 귀농하면서 느낀 점을 말하고 있다. 오찬영 PD |
▶연수=초창기에는 재배보다 판매에 대한 걱정이 더 많았다. 누나가 유튜브와 SNS로 홍보하면서 매출이 증가했다. 원래는 월 100만 원 매출이었다면 요즘은 월 1000만 원 이상이다. 지난해 연매출은 1억8000만 원 정도. 온라인을 통한 주문이 급증해 우리도 깜짝 놀랐다.
-일과가 어떻게 되나.
▶연수=집이 있는 부산에서 오전 7시까지 농장으로 출근한다. 요즘은 택배 주문이 많아 포장이나 상하차도 같이한다. 점심을 먹고 농장을 한 번 더 둘러본다. 오후 6시쯤에는 판매장에 들렀다가 퇴근한다. 주말에는 농장에 신경을 끄고 여가를 즐긴다. 귀농하면 문화생활이 단절되리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 또래들이 즐기는 것을 다 하고 있다. 오히려 겨울철 같은 비수기에는 시간이 많이 나서 여행도 다니는 편이다.
▶예령=평일에는 주로 온라인을 통한 주문을 확인하고 택배를 준비한다. 유튜브 편집이나 SNS 관리를 하고 손님들이 직접 농장으로 오시면 응대도 한다.
-직접 농장을 운영해 보니 어떤가.
▶연수=처음에는 ‘초보 농사꾼’들이 잘 해낼 수 있을까 했는데 일이 점점 더 익숙해진다. 겨울에 죽은 줄 알았던 식물이 봄이 되면 되살아나서 꽃과 열매를 맺는 것을 보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 또 잘 키워서 홍보하니까 수익으로도 연결돼 직업 선택을 잘한 편이라 생각한다.
▶예령=회사 생활을 할 때는 퇴근 시간만 기다렸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월급은 똑같더라(웃음). 당시에는 별로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법인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성과가 눈으로 보인다. 무슨 일이든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귀촌 생활을 하면 마음의 여유는 확실히 커진다.
-힘든 점은 없나.
▶연수=아직도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확실히 힘들었다. 잘 키운 줄 알았는데 갑자기 죽어버리니까. 이 나무 살려놓으면 저 나무가 죽고 하는 식이었다. 식물도 잔뜩 심었는데 ‘안 팔리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이론은 알지만 직접 해본 적은 없으니까. 농장 수리 같은 세세한 부분은 모르는 것이 더 많았다. 그런데 참고 버티다 보니 문제가 해결되고, 그러면 다음 문제도 잘 풀 수 있게 됐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예령=농사는 무조건 힘들 거라는 걱정부터 하지 않았으면 한다. 풀 뽑고, 땡볕에서 일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홍보·판로 개척부터 소비자 불만 처리까지 사무실에서 해야 하는 업무도 많다. 현대 농업은 자신이 제조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서비스까지 하는 산업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해야 한다.
▶연수=화훼·묘목업을 포함해 농업의 장점은 정년 퇴임이 없다는 거다. 다르게 말하면 평생 농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진정 농업에 잘 맞는지 충분히 생각한 뒤 도전하면 좋겠다. 그래도 자신이 한 만큼 돌려주는 분야는 농업 만한 곳이 없다. 요즘은 청년 농부를 대상으로 한 지원책이 많다. 적극 활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사회가 남들과 다르지 않게 살라고 말하니까 정해진 대로만 살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진로는 정말로 다양하니까 한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농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삶을 꿈꿔보기를 응원한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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