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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진 파일럿이 2015년 미국 민간 비행학교에서 교육을 받던 모습(왼쪽)과 야생마를 타고 몽골 2500km 횡단에 나설 당시 모습(오른쪽). 김대현 감독, 이세현 작가 제공 |
■혈액을 나르는 파일럿이 되다
몽골 횡단은 취업을 앞두고 진로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드넓은 황야를 달리며 요동치는 대지의 심장 소리를 들으면서 ‘밥벌이보다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자’는 결심이 섰다. 평생의 꿈인 파일럿이 되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파일럿이 되고 싶었지만 시력이 좋지 않아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여행을 하면서 항공사 파일럿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비행기를 조종하는 다양한 파일럿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한국 항공업계 역시 시력 제한이 완화되는 추세였고요.”
2015년 파일럿이 되고자 마음 먹었지만 미국 민간 항공학교에 다니려면 적게는 1억에서 많게는 2억 원까지 필요했다. 고민 끝에 파일럿이 되는 과정을 영화로 만들어 한국 학생 유치에 도움을 주는 대신 장학금을 받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0여 군데 학교를 돌며 1분30초짜리 자기소개 영상과 영화제작 계획서를 내밀었다. 4개의 학교가 관심을 보였고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코스트 플라이트 트레이닝(Coast Flight Training)’이 세 번의 미팅 끝에 영화 제작 대가로 장학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영화 제작비는 한국의 기업 협찬을 통해 마련했다. 메가폰은 부산 출신 김대현 감독이 잡았다. 본격적으로 파일럿 자격증을 따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비행이 체질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안 맞더라고요. 영어 공부도 어려웠어요. 끝까지 할 수 있을까 고민할 때 교관과 동기들이 힘을 줘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항공사에 입사하려면 기본적으로 관련 자격증 4개가 필요한데 첫 번째 자격증을 따기까지 11개월간의 과정이 담긴 영화 ‘아이엠어파일럿(I AM A PILOT)’도 무사히 완성돼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을 받았습니다.”
자격증 4개를 모두 취득하고 항공사 취업을 준비하던 때 코로나19가 덮쳤다. 하늘을 날고싶은 각 주의 아이들과 함께 미국 50개 주 비행을 하려던 계획도 이루기 힘들어졌다. “코로나19가 확산할 때는 너무 무서워서 5개월간 거의 집밖에 못 나갔어요. 사람 목숨이 위험한데 비행 일주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더라고요. 그러다 의료품 수송 봉사를 할 수 있는 ‘엔젤 플라이트(Angel Flight)’라는 비영리단체를 알게 됐습니다. 모든 비용이 자비였지만 의미 있게 제 꿈을 이룰 기회구나 싶었어요. 제 돈과 후원금을 모아서 지난해 8~9월 두 달간 윤지우 파일럿과 함께 미국 48개 주(하와이·알레스카 제외)를 돌았습니다. 코로나19 대처에 필요한 혈액·마스크 같은 의료품을 수송하고 단체를 홍보하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혈액을 전달할 때는 제 꿈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됐다는 마음에 벅찬 감정이 들기도 했어요.”
■행동해야 기회가 생긴다
이 씨는 현재 다른 사람의 도전을 돕고 있다. 2018년부터 가끔 운영했던 ‘도전스쿨’을 확대 운영 중이다. 그간의 노하우를 접목해 다른 사람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다양한 연령의 67인이 여러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다. “3년 동안 준비해 책을 내겠다는 분이 있었는데 한 달 만에 출판사와 계약을 맺는 단계까지 갔어요. 1년 동안 창업 준비만 하던 분은 저와 만난 다음 날 바로 시작했습니다. 저의 경험이 다른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니 너무 뿌듯해요. ‘도전스쿨’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구나 싶어 이어나가려 합니다.”
도전스쿨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은 ‘완벽한 준비’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도전을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 기회가 없다고 미리 포기하기도 했다. “뭐든지 준비가 완벽해야 시작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더라고요. 완벽한 준비보다는 일단 행동에 옮기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 됩니다. 놀라운 것이 그렇게 하는 순간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길이 열립니다. 저 역시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파일럿에 도전했잖아요. 인생 경험이 적은 청년들에게는 ‘행동하는 것 자체가 이미 성공’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그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작은 항공사를 만들겠다는 꿈이 하나 더 생겼다. 앞선 도전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실패가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실패와 성공의 구별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하다가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 실패가 쌓여서 또 다른 성공으로 연결되거든요.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김민정 기자
※제작지원 : B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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