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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마을' 혁신을 찾아서 <32> 남해 독일마을

맥주축제 업그레이드, 독일 연계 상품 판매로 부자마을 꿈꾼다

  •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  |   입력 : 2021-04-25 19:31:12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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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동면 물건리 일대 9만80㎡
- 파독 1세대 교포 44가구 입주
- 이국적 풍광으로 전국적 명성
- 드라마·영화 촬영지로도 인기

- 원예예술촌·남해편백휴양림 등
- 마을 연계 ‘지역관광지’도 풍성
- 남해군, 주민 소득 향상 위해
- 맥주 등 콘텐츠 확충 추진도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마을은 ‘따뜻한 남쪽 바다’를 품은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마을 앞 해안에는 반달 모양의 어부림(방풍림)이 해풍을 막아주고,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는 뒷산은 북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 사람이 살기 좋은 길지로 전해진다. 이곳에 독일마을이 들어서면서 체험과 관광이라는 새로운 테마의 관광지로 부상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진 물건마을에 독일 전통의 집이 들어서면서 ‘독일 밖에서 독일의 정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2015년에는 한 해 최고 130만 명이 찾을 정도로 명성이 높아진 독일마을은 이제 첫발을 내디딘 지 20년을 지나며 파독 1세대의 정착지를 넘어서 2세대, 3세대 자손들이 뿌리를 내려 살아갈 자부심 넘치는 마을 조성을 목표로 한다.
   
멀리 남쪽으로 물건항과 물건어부림이 내려다보이는 아늑한 산사면에 자리 잡은 독일마을. 파독 1세대들이 자리 잡은 마을과 일반 게스트하우스, 카페 등이 어우러져 있다. 이완용 기자
■남해군·독일 소도시 교류가 씨앗

독일마을은 남해군이 독일의 북부도시 노드프리슬란트 (Nordfriesland)와 1997년 자매결연을 하고 국제교류를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남해군 공무원이 독일에서 1960, 1970년대 조국 근대화의 어려운 시기에 광부나 간호사로 일한 교포를 만나 언어와 문화의 이질감을 겪고 조국의 향수를 잊지 못해 퇴직 후 조국에서 여생을 보낼 정착 마을을 희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교포들은 귀국한다면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일정한 장소에 모여 살면서 그동안 몸에 익힌 독일의 생활양식을 한국에 전파하고, 무언가 보람된 일을 해 보고 싶어 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남해군은 이런 독일 교포들의 바람을 현실화해 아름다운 독일식 건축 양식의 특색 있는 관광지를 조성하면 많은 관광객이 찾게 되고 주민소득 증대와 인구 유입 효과도 있을 것으로 판단해 2000년부터 정착 마을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독일마을 가장 위에 자리한 남해파독전시관 내부.
삼동면 물건리 일대 9만80㎡(2만 7249평)에 170여억 원을 들여 조성한 독일마을은 현재 44가구가 입주했다. 부지 조성과 도로 상하수도 오수처리장 전기·통신시설 등 설치는 남해군이 맡고, 집을 짓는 일은 입주자인 독일 교포가 직접 했다. 개별 주택의 위치나 구조 마감재 등을 행정기관이 일일이 간섭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주택의 외형만은 독일의 전통 가옥 양식으로 하도록 했다. 누가 봐도 ‘독일과 관련 있는 마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부 교포는 독일에서 건축 자재를 들여와 집을 지었다.

■남해 관광 핵심 명소 자리 잡아

   
빨간 지붕이 인상적인 독일마을 주택들.
남해와 독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이제는 ‘관광 남해’를 견인하는 핵심 관광지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자리잡았다. 마을 분위기만 ‘독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독일 스타일의 생활방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됐다. 독일마을은 민박업이 지속해서 인기를 끈다. 독일어를 배우는 학생이 국내에서 독일어를 사용하는 생활 체험을 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민박을 할 수 있는 집이 10여 곳에 불과해 예약 전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주민은 방만 빌려주는 민박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독일어로 독일 생활을 들려주며 문화와 역사를 전해주기도 했다. 학생들도 주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독일어를 배우려는 의욕이 넘쳤다. ‘독일보다 더 독일 같고, 독일보다 더 매력적인 공간’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다가 드라마나 영화에 소개되면서 전국에 알려지자 이번에는 독일마을 주변에 음식점이나 술집 카페 등이 몰려들면서 사람을 끌어모은다. 독일식 수제맥주 공정을 견학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양조장이 있으며 독일식 튀김 족발인 슈바인 학센과 독일식 돈가스인 슈니첼 등 다양한 독일식 음식을 독일 맥주와 함께 맛볼 수 있는 카페도 많다.

■독일 관련 콘텐츠 업그레이드

   
이곳은 독일 교민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사는 모습 그 자체가 관광지이자 관광상품이다. 교민들은 2010년부터 독일 뮌헨의 대표적 축제인 ‘옥토버페스트’를 닮은 맥주 축제를 열고 있다. 독일의 문화와 맥주, 정통 소시지 등을 즐길 수 있는 이 맥주 축제는 독일마을의 매력을 한껏 더 높여 남해형 풍류의 멋스러움을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에 각인시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취소했지만, 독일의 이국적 풍광을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에 녹여내 대한민국의 관광 트렌드를 선도한 축제라는 박수를 받았다. 여기에다 독일마을 주변으로 관광 명소가 속속 들어서면서 독일마을과 연계한 관광 콘텐츠 역시 풍성해지고 있다. 독일마을 맞은편의 원예예술촌뿐만 아니라 승용차로 5분 거리인 양마르뜨언덕에서는 양 떼와 함께 맑고 시원한 계곡을 체험할 수 있다. 남해편백휴양림 바람흔적미술관 나비생태공원 등 다양한 관광지도 이웃해 있다.

남해군은 독일마을의 매력이 확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독일 관련 콘텐츠를 알차게 하고 독일마을의 반경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주민 소득을 올리기 위해 이제는 독일마을 입주민도 집에서 액세서리나 맥주 소시지 등의 정통 독일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독일마을 운영회 어명원 회장은 “우리 마을은 파독 1세대를 중심으로 꾸려왔기 때문에 그분들의 정체성을 유지·보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2세대나 3세대 주민도 여기서 살아가며 우리나라 최고의 마을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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