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첫 자치경찰위원회(이하 자경위)가 위원 인선을 마무리하고 진용을 드러냈다.
관심을 모았던 위원장은 박형준 부산시장의 추천 몫으로 경찰 출신 정용환 위원장이 낙점됐고, 사무국장을 겸하는 상임위원도 경찰 출신인 동의과학대 박노면(경찰행정학과) 초빙교수가 맡게 됐다. 자치경찰 분야를 지휘·감독하는 자경위의 수장과 실무 책임자 모두 경찰 출신이 차지한 것이다.
위원장은 부산경찰청장(치안정감)과 같은 1급 상당의 대우를 받고, 상임위원은 치안감 상당의 2급 대우를 받는다. 연봉은 1억 원 안팎에 이르고 이 외에도 업무추진비와 사무실, 비서, 차량이 제공된다. 자치경찰의 위상을 이토록 높여준 것은 국가경찰과 협의 과정에서 소신을 갖고 ‘제 목소리를 내라’는 뜻이다.
하지만 자경위 인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애써 국가경찰로부터 권한을 가져왔지만, 이를 다시 경찰 출신에게 돌려준 모양새가 됐다. 자경위원 7명은 지난 3일 임명장 수여식 후 만장일치로 박 전 총경을 사무국장으로 추대했다. 자경위는 “위원장과 사무국장 중 한 명은 비경찰 출신이 맡는 게 좋지만, 제도 시행 초기라 경찰 경험이 있는 사람이 사무국장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권력을 주자 ‘경험이 없다’며 경찰 출신을 중용한 것은 자경위가 자치경찰을 이끌 역량이 없음을 자인한 셈이다. 자신이 없다면 위원직을 고사했어야 하고, 경찰 경험이 중요하다면 그냥 하던 대로 모든 경찰권을 국가경찰에게 돌려주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자치경찰은 국가경찰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지역분권 이념에서 나온 제도다. 국가권력인 경찰권 일부를 분리해 지자체에 돌려줌으로써 경찰 권력 분산과 지역 특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때문에 강원 충남 등 실무 책임자인 상임위원을 전직 경찰이 맡은 경우는 있지만, 위원장을 경찰 출신이 맡은 경우는 아직 없다. 이 두 자리를 모두 경찰 출신이 맡은 지역은 부산이 유일하다.
국가경찰 도입 130년 만에 자치경찰 제도가 시작됐다. 조직은 쪼개지 않고 사무만 나눈 채 시행되는 일원화 모델이라 한 지붕 두 가족 사이에 부딪히는 사안이 많을 것이다. 인사 예산 사무분장 등에서 풀어나가야 할 현안이 산더미인 데다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국가경찰과의 협력도 난제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험도 중요하지만, 경찰 외부의 새로운 시선도 중요하다. 비경찰 출신 자경위원이 사명의식을 갖고 지역의 다양한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지난 3일 임명장 수여식에서 비상임위원이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피력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자경위가 미래 부산 자치경찰의 선례가 된다는 점을 시민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소신을 갖고 맡은 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사회1부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