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권위 사무국 운영비 요청… 정부 퇴짜
- 자치경찰 출범 전부터 돈 문제 불거져
- 국고보조금 분배 방식도 자율성 침해
- 범죄예방 등 특화 서비스 걸림돌 우려
- 교부세 신설·목적세 발굴도 대안 거론
오는 7월 정식 출범을 앞둔 부산 자치경찰위원회(부산자경위)가 올해처럼 시혜적 성격의 국고보조금을 계속 지원받는다면 자율성과 독립성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권한을 분산하고, 지역에 특화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 안정적인 예산 구조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자경위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지역에서 거둬들이는 범칙금과 과태료를 지역의 치안 서비스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지방 세외수입으로 이전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
| 지난 6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 자치경찰위원회 출범식에서 박형준(앞 줄 왼쪽 두 번째) 부산시장 등 내빈들이 축하공연을 보며 ‘부산자치경찰 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국제신문 DB |
■중앙 정부에 손 벌리는 ‘자치’
자경위의 예산 용도는 크게 인건비, 사무국 운영비, 사업비다. 인건비는 해당 인력의 원소속 기관이 현재 맡아서 해결하고 있다. 교통과,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 신분이 여전히 국가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이들의 급여를 부담한다. 사무국에 파견된 인력도 마찬가지다. 경찰에서 파견된 사무국 직원은 국가에서, 부산시 파견 직원은 시에서, 부산시교육청 파견 직원은 시교육청에서 급여를 준다. 이번에 새로 임용된 자치경찰위원장과 사무국장은 시 소속으로 분류돼 시가 인건비를 낸다.
사업비와 사무국 운영비는 모두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34조는 ‘국가는 지자체가 이관받은 사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인력 장비 등에 드는 비용에 대해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약 72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무국 운영비는 정부가 지원하지 않아 현재 시가 부담하고 있다. 부산자치경찰 관계자는 25일 “임차료 등 연간 6억~7억 원의 운영비가 발생한다. 정부 지원이 없어 시비로 충당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자치분권위원회도 자치경찰 사무국 운영비를 지원해달라며 기획재정부에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지자체 조직인 자경위를 왜 국비로 지원하느냐는 논리였다. 부산시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부산시 조직이니 시가 결자해지하라’며 예산을 지원해주지 않았다. 출범이 코앞이라 어쩔 수 없이 시 예비비를 사용해 운영비를 충당했다”고 말했다.
국고보조금이라는 형태 자체도 문제다. 국고보조금은 국가가 규모나 사용처를 확정해 지역에 내려주는 예산이다. 이 때문에 자치경찰의 예산 편성 자율성을 침해하고, 규모를 예상하기 어려워 사업 규모와 기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역에 특화된 치안 서비스를 구현하는데 장애가 많은 셈이다. 또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내려주는’ 예산이기 때문에 더 많은 예산을 따기 위해 로비를 하거나 정부 부처에서 이를 빌미로 ‘예산 갑질’을 할 가능성도 있다.
■예산에 자율성 줘 취지 살려야
자치경찰의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자치경찰 교부세를 신설하는 것이다. 올해 지원되는 국고보조금은 사용처가 정해져 있다. 지자체가 필요할 때 관계 부처가 내려주거나 국가 시책에 대한 공모 사업으로 따오기 때문에 예산의 자율성이 크게 낮은 형태의 예산이다. 반면 교부세는 사용처가 정해지지 않은 돈이다. 이에 자치경찰 교부세가 마련된다면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특색 있는 치안 서비스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 교통, 예방 범죄, 여성·청소년 치안 중 지역 상황에 맞게 예산의 경중을 따져 편성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목적세를 발굴하는 것이다. 특정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거두는 세금으로, 실제로 소방의 경우 담배개별소비세의 일부를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원자력 등 지역자원시설세를 목적세로 운영한다면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
세 번째 대안은 범칙금과 과태료 등 국가로 들어가는 세외 수입을 지역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범칙금·과태료의 지방 세외수입 이전은 지역민이 낸 돈을 지역 치안에 재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치경찰 제도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리는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게다가 자치경찰의 업무 중에 발생하는 수입이기 때문에 자치경찰위원회의 예산으로 사용한다는 당위성도 있다.
부산 자경위 관계자는 “올해 출범 첫해라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2022년 예산이 반영되는 오는 8월까지는 반드시 안정된 예산 출처를 확보해야 한다. 그중에 범칙금과 과태료가 분권 이념과 자치경찰 취지에 가장 잘 맞다고 본다”며 “부산자경위가 주도해 비슷한 고민을 할 타지역 자경위와 함께 정부를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