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출을 낮은 금리로 바꿔주겠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억대 부당 이득을 챙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대출이 있는 시민 10여 명을 속여 2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보이스피싱 조직원 A(남·30대) 씨와 B(남·30대) 씨를 구속하고, 중국에 있는 총책을 인터폴에 수배했다고 31일 밝혔다. 일당은 지난 2월 16일부터 3개월간 경북 한 숙박업소를 거점 삼아 대출이 있는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금리가 낮은 대출로 바꿔주겠다”고 속이고, 기존 대출금 일부를 정리해야 한다며 현금을 받는 수법으로 16명을 속여 2억64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국내 숙박업소에 중계기를 설치하고, 이 중계기를 다시 중국 조직 본부에 있는 중계기와 연결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중계기를 거치면 중국에서 걸려온 전화도 ‘010’으로 시작하는 발신번호로 바뀐다.

　기존 3000만 원가량 대출이 있던 피해자 C 씨의 경우 일당이 “기존 11% 금리를 3%까지 낮춰주겠다”고 제시하자 이에 속아 휴대전화에 가짜 금융기관 앱 등을 설치했고, 기존 대출금 변제 명목으로 500만 원을 건넨 뒤에야 사기 사실을 깨달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금 수거책인 B 씨의 경우 범행에 가담한 1달여 기간 부산은 물론 제주, 경북 등지를 다니며 범행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B 씨는 수거한 현금 가운데 일부 본인 몫을 제하고 조직에 송금하는 대담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저금리 대출 전환과 휴대전화 앱 설치 요청, 현금 요구 등은 모두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속지 않도록 시민 주의를 당부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