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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마을' 혁신을 찾아서 <34> 함양군 개평한옥마을

100년 넘은 고택서 하룻밤 … ‘윤스테이’ 부럽지 않구나

  •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  |   입력 : 2021-06-06 19:47:17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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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여창 고택 등 60여 채 즐비
- ‘코로나 블루’ 달랠 명소 선정
- 함양문화원 수시로 문화행사

- 한옥 안채·사랑채 등 통째 빌려
- 가마솥 밥·전통 전 굽기 등 체험
- 솔송주 만들기·시음 행사 이색

경남 함양군 통영대전고속도로 지곡 IC를 빠져나와 5㎞가량 가면 지곡면사무소가 있다. 이곳에서 백전 병곡 방향의 이정표를 따라가면 한옥 모양의 체육관에 이어 즐비한 한옥 고택이 눈에 들어온다. 함양군 지곡면 개평한옥문화체험 휴양마을(이하 개평마을)이다.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소위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이들에게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농촌관광상품 ‘우리 농촌갈래’ 대상지로 소개했다. 우리 농촌갈래는 코로나19로 새롭게 등장한 여행 경향에 맞춰 농촌체험 힐링 미식 등의 콘셉트로 가족 단위 소그룹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다.

이 마을은 100년이 넘은 오래된 역사를 지닌 한옥이 즐비해 한옥 여행지로 명성을 얻고 있다. KBS 대하드라마 ‘토지’와 MBC 드라마 ‘다모’,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왕이 된 남자’, 최근에는 ‘1박 2일’을 촬영하는 등 드라마 예능 다큐와 같은 다양한 매체의 촬영 장소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개평한옥마을은 선비의 고장 함양의 진수를 보여준다. 사진은 60여 채의 한옥이 모인 개평한옥마을 전경. 함양군·함양문화원 제공
■세월을 이어온 삶의 흔적

개평마을은 ‘좌 안동 우 함양’이라 불리는 선비의 고장 함양에서도 전통 한옥이 잘 보존된 고택촌이다. 고택은 오래된 집 이상이다. 역사와 정신,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와 선조의 지혜가 서린 과학적 설계는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고택을 오가는 중에 지나는 골목이 정말 정겹다. 대부분의 한옥이 실제 살림집이라 시골 생활의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난다. 여기에 골목에서 만나는 흙담 사이로 뿌리내린 능소화, 수줍게 담 너머로 가지를 넘긴 석류나무 등은 한옥마을의 운치를 한껏 더한다. 특히 이 마을은 전통과 문화를 간직한 조선시대 한옥 본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 함양 선비들의 생활을 상상해 볼 수 있다.

한옥박물관으로도 불리는 이 마을은 하동 정 씨와 풍천 노 씨의 집성촌이다. 마을에는 2~3m 높이로 돌을 쌓아 만든 담장이 길게 늘어서 있고, 개울을 따라 60여 채의 전통 한옥이 서로 기대어 다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 중 조선 사림파의 대표적 학자 일두 정여창 선생이 살았던 일두고택이 볼거리다. 1만여 ㎡(약 3000평) 부지에 사랑채 행랑채 안채 곳간 별당 사당 등이 들어서 있다. 전형적인 경남지역의 양반 가옥으로 현재 국가 중요민속문화재 제186호로 지정돼 있다. 일두고택에서 시작해 안내 지도를 따라 솔송주문화관, 하동정씨 고가 오담고택 풍천노씨대종가 노참판댁 고가 등을 차례로 둘러보며 저마다 특색 있는 부분을 비교해보는 일도 재미있다.

■‘고택의 향기에 젖다’ 프로그램

   
지난달 29, 30일 열린 ‘고택의 향기에 젖다’ 행사.
함양문화원은 고택 종가집 활용 사업의 하나로 수시로 ‘고택의 향기에 젖다’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29, 30일 이틀 동안 열린 행사에는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 30여 명이 참가해 1박2일 함께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행사는 일두홍보관에서 전반적인 함양의 역사와 일두고택에 대한 문화해설을 시작으로, 일두 선생 산책로 걷기, 해설이 있는 전통 공연, 전통음식 체험, 소원등 만들기 등이 진행됐다. 이어 일두 선생의 종손으로부터 그의 생애와 사상에 대해 인문학 강의를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참여자들은 행사를 통해 개평마을 고택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에 매료됐다. 하동정씨고택에서는 해설이 어우러지는 공연이 펼쳐졌다.

함양문화원은 지난 4월에 이어 이달에 느림의 미학 행사도 개최한다. 행사는 일두홍보관에서 먼저 함양의 전반적인 역사를 주제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 전통 먹거리인 다식 체험을 통해 어머니의 손길을 느끼도록 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전통 먹거리를 직접 만들어 먹으면서 가족 간 친화력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정여창이 태어나고 자란 일두고택 사랑채.
■‘한옥을 통째로’ 숙박과 문화 체험

한옥 문화 체험은 한옥의 특성상 방 개념이 아닌 안채 사랑채 바깥채 등을 통째로 임대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가마솥 밥 짓기, 전통 전 굽기, 민속놀이 등을 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깊이 있는 한옥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일두고택 인근 솔송주문화관에서의 솔송주 체험은 시음과 증류주 내리기, 증류주 칵테일 만들기 등으로 꾸며졌다. 30분가량 소요된다. 솔송주는 잘 지은 고두밥에 발효시킨 밑술을 넣고 주재료인 솔잎을 넣어 빚은 것으로, 한 모금 마시면 입안과 목에 싱그러운 솔향이 번진다. 문화관 입구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다녀간 흔적이 남아 있다. 문 대통령이 술잔을 치켜든 사진과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가 서 있는 사진이 걸려 있다. 솔송주는 2018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방한 때 건배주 및 청와대 설 선물세트로도 선정됐다.

2015년부터 개최됐던 한옥문화축제는 코로나19로 중단돼 아쉬움을 주고 있다. 축제는 주민과 관광객이 즐길 수 있도록 30여 개의 프로그램을 알차게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명실상부한 선비문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헌다례, 명품 고택 둘러보기, 국궁 활쏘기, 말타기, 접빈다례, 정경부인 제례 참관 등의 전통 체험 프로그램은 코로나19가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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