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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나누다 3 <1> 김동호 전 BIFF 집행위원장

전직 공무원이 영화판 움직인 힘 “사람과 현장에 답 있더라”

  • 이동윤 기자 dy1234@kookje.co.kr
  •  |   입력 : 2021-06-27 20:01:18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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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체육관광부서 28년 생활
- 영화진흥공사 사장 내정되며
- 본격 영화계와 인연 맺기 시작

- 관료 출신 비전문가 반대에도
- 백방으로 감독·촬영장 찾아 대화
- 결국 BIFF 출범·성공 이끌며
- ‘한국 영화의 외교관’ 칭송까지
- 현재는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
- 83세에도 장편영화 연출 꿈 꿔

- “청년이 기회를 잡을 곳은 현장
- 사람 만나는 걸 두려워 말았으면”

‘한국영화의 외교관’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아버지’. 영화인들이 붙인 김동호(83) 강릉국제영화제 초대 이사장(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별명이다. 김 이사장은 2010년 BIFF 집행위원장에서 퇴임하고도 ‘영화’를 떠나지 않았다.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원장으로 일하면서 후학을 양성하더니 현재는 강릉국제영화제를 이끄는 중이다. 1937년생인 그는 “장편영화 연출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청년들에게는 “답은 늘 현장에 있다.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 말라.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실천하는 과정이 곧 성장의 비법”이라고 조언했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자신의 인생 경험담을 전하고 있다. 오찬영PD
■예술의전당 건립 주도

김 이사장과 부산과의 인연은 6·25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 1학년이던 1951년 1·4후퇴 때 서울에서 부산으로 피란을 왔다. 영도 피란민수용소에 짐을 푼 김 이사장 가족은 국제시장에서 좌판 행상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김 이사장이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곧장 취업전선에 뛰어든 것도 집안 형편 때문이었다. 1961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김 이사장은 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8년 일했다. “독립기념관·예술의전당 건립을 주도한 것이 기억에 남아요. 공직관은 ‘미래를 바라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창의적인 일을 하자’였습니다.”

   
제3회 BIFF 개막 알리는 김 전 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평탄한 공직생활을 하던 김 이사장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1988년 영화진흥공사(현 영화진흥위원회) 사장으로 내정되자 영화인들이 “결사 반대”를 외쳤다. 영화 감독들은 관료 출신 비전문가가 ‘낙하산’으로 취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이 때 김 이사장이 선택한 전략은 ‘직접 만나 이야기 듣기’. 영화인들은 80년대 중반 개정된 영화법과 영화시장 개방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한국영화 제작비 지원 축소는 영화시장 잠식으로 이어질 우려가 컸기 때문. 김 이사장은 극장 모금을 통해 적립한 문화예술진흥기금 사용처 대부분을 영화산업으로 돌렸다. 또 영화인들의 요청에 따라 경기도 남양주에 종합촬영소를 건립했다. “점심·저녁때 영화인들 얘기를 듣고 또 들었어요. 가장 필요한 공통분모가 무엇인지 찾아 정책에 반영했죠.”

■부딪히고 또 부딪히기

   
BIFF의 꽃,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그는 국내 영화산업의 활로를 해외 영화제에서 찾았다. “한국영화가 성장하려면 해외에 우리 영화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수출도 활성화 될 수 있었으니까.” 성과도 이어졌다. 1988년 임권택 감독의 ‘아다다’ 주연 배우 신혜수가 몬트리올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듬해 모스크바 영화제에서는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강수연이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세계적 배우로 발돋움했다.

영화진흥공사 사장 4년 동안 기울인 그의 노력은 결국 BIFF 출범으로 이어졌다. 1995년 8월 18일 서울시청 앞 프라자호텔. 고(故) 김지석(전 BIFF 수석프로그래머)·이용관(현 BIFF 이사장)·전양준(영화평론가) 세 사람이 김 이사장을 찾아와 BIFF 출범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이사장 역시 국제영화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으니 초대 집행위원장 수락은 당연했다.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와 핸드프린팅.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BIFF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해외영화 초청·번역부터 영화관 대관까지 넘어야 할 산이 수두룩했다. 무엇보다 예산 확보가 시급했다. 부산시가 출연을 약속한 3억 원은 국제영화제를 치르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그는 공직 시절 알고 지낸 재계 인사들을 직접 만나 설득했다. “당시 국내에는 ‘영화제’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기 때문에 재계를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왜 서울이 아니라 부산에서 개최하느냐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항구도시의 개방성이 국제영화제를 치르기 훨씬 적절하다고 설득했죠.”

최종적으로 제1회 BIFF는 22억 원의 예산으로 출발했다. 결과는 대성공. 개막식에서만 5000여 명의 관객이 ‘비밀과 거짓말’을 보러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찾았다. 총 관객은 18만4071명. “개막식의 감동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예요. 모든 스태프가 껴안고 울었으니.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BIFF가 성공한 원인 중 하나는 ‘아시아 영화와 감독을 발굴하자’는 정체성이었습니다. 여기에 부산시민과 영화 팬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흥행에 불을 지폈습니다.”

■끝나지 않는 도전

   
제15회 BIFF서 김 전 위원장의 퇴임식.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김 이사장은 2010년 BIFF 집행위원장에서 물러난다. BIFF 전용관인 두레라움(영화의전당)이 준공을 1년 앞두고 있었을 때다. “영화의전당 출범은 새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처음부터 못을 박았어요. 건축비가 예상보다 4배 가까이 늘면서 ‘예산과의 전쟁’을 치르긴 했지만 지금은 영화의전당이 부산의 또 다른 랜드마크가 되어 뿌듯합니다.”

김 이사장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그가 연출을 맡은 단편영화 ‘주리’는 제63회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됐다. 단국대 대학원장 당시 배출한 김대환·이용승은 상업과 독립전선을 가리지 않고 한국영화계를 이끌고 있다. 2019년에는 강릉국제영화제 초대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처음에는 고사했는데 막상 강릉에 가보니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걸 보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문학을 주제로 한다는 점도 흥미로웠지요. 거장 지아장커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강릉에 와서 GV(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간 것은 감동적이었습니다.”

김 이사장은 “내 인생을 돌아보면 도전→실패와 좌절→재도전의 연속이었다. 당장의 어려움에 좌절하지 않고 조금 멀리 내다보고 차근차근 준비하면 기회는 온다”고 했다. “무엇보다 현장이 중요합니다. 사람과의 만남이나 특정 상황에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늘 답은 있으니까요. 소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도 필요해요. 그렇게 경험을 축적하다 보면 우연이 필연이 됩니다. 인연도 쌓입니다. 기회도 찾아옵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마세요.”

이동윤 기자 dy1234@kookje.co.kr

※제작지원 : BNK 부산은행

※자료제공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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