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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공작소-기장옛길 스토리 여행 <하> 거도 장군의 길

우시산국·거칠산국 멸한 거도 장군 … 진격의 시작은 정관 월평리

  •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  |   입력 : 2021-07-05 19:15:35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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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안 좌천역~정관신도시~월평
- 내륙·해안 연결하는 동서횡단로
- 삼국시대 중요한 교통로로 꼽혀

- 정관 옛 이름 추정되는 장토지야
- 거도장군, 전략적 요충지로 삼아
- 말타기 놀이로 경계 풀게해 침략

- 현재는 폐역 되어버린 좌천역
- 유일하게 급수탑 있어 사람 몰려
- 조선 5대 광산 일광광산도 지척
- 다양한 스토리텔링 활용 가능

기장옛길 스토리 여행의 세 번째 순서는 장안읍 좌광천 하류 쪽 좌천역에서 정관신도시를 지나 정관읍 월평리를 잇는 옛길이다. 옛길은 장안읍 좌천리에서 정관읍 예림리로 넘어가는 도마현(도마곡 고개)을 지난다. 도마현은 비교적 낮은 편이어서 수레의 통행도 가능했던 것으로 전한다. 여기까지는 60번 지방도로와 유사한 경로다. 이어 옛길은 정관읍 모전리에서 두명리로 넘어가는 진현(진태고개)을 거쳐 월평리로 연결됐다. 대부분 자동차 도로로 바뀐 옛길은 신도시 조성으로 진현에 이르기 전 일부 구간이 끊기지만, 대부분 남아 있는 편이다.

월평리는 지금도 금정구와 기장군, 경남 양산 및 울산 쪽을 연결하는 교통 요지다. ‘삼국사기’ 열전(列傳) 거도(居道) 편에서 보이듯 월평리 일대는 삼국시대에도 중요한 교통로로 꼽혔다. 이어 고려 시대에는 아등량역(阿等良驛)이, 조선 시대에 아월역(阿月驛)이 들어서는 등 월평리는 교통의 중심지라는 전통을 계속 이어갔다. 이 같은 장안∼정관 옛길은 기장의 내륙과 해안지역을 연결하는 동서 횡단로의 성격이 짙다.
지금은 바로 옆 동해선 새 역사(驛舍)에 역할을 내주고 문을 닫은 옛 동해남부선 좌천역. 기장군 제공
■ 옛 좌천역의 급수탑, 왜?

이번 스토리 여행의 출발점은 장안읍 옛 좌천역이다. 현재 바로 옆 동해선 신청사에 제 역할을 내주고 역사는 비어 있다. 기장군은 옛 좌천역의 근대문화재 지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옛 좌천역은 1934년 12월 16일 해운대와 좌천을 잇는 동해남부선이 개통되면서 문을 열었다. 1935년 12월에는 좌천과 울산 간, 1936년 12월 울산과 경주 간 선로가 추가로 개통됐다. 애초 동해남부선은 동해안 석탄과 목재 광물 해산물 등의 반출, 함경선과 부산 간 긴밀한 연결, 동래 울산 등지 이용객 편의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이처럼 구간별로 찔끔찔끔 선로가 놓이게 된 것은 일제의 대륙침략에 기반한 철도정책 때문이었다. 만주사변과 만주국 탄생은 일제의 철도정책을 뒤바꿔놨다. 일제는 남부 쪽보다는 한반도 북쪽의 철도, 즉 북선(北線) 중심주의 철도정책을 폈다.

옛 좌천역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동해남부선 역 중 드물게 급수탑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선로 옆의 급수탑은 당연히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는 시설. 열차가 물을 받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이게 핵심이다. 열차가 좌천역 급수탑 옆에 서 있는 동안 열차 승객은 역으로 쏟아져 나오고 이들에게 주전부리용 음식을 팔려는 장사꾼도 역으로 모여들기 마련이다. 좌천역 부근에는 달음산, 장안사와 장안사 계곡이 있으므로 나들이객도 좌천역을 많이 이용했다. 역사의 규모가 작다고 해서 그렇고 그런 한적한 시골 역 정도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옛 좌천역의 또 다른 스토리텔링 요소는 직선거리로 1㎞ 떨어진 기장군 일광면 원리 일광광산이다. 일광광산은 일광(日光)의 일본식 발음 ‘닛코’를 따서 ‘닛코광산’으로 부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일광광산은 식민지 조선 내 5대 구리 광산 중 하나였다. 1930년대에 개발됐고 당시 일본의 대표적 광산기업이던 스미토모(住友)광업주식회사가 운영했다. 여기서 채굴된 구리 등은 곧장 좌천역으로 옮겨져 열차에 실렸다. 이는 일제가 좌천역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사정 중 하나였다. 한때 국내에서 손꼽히던 일광광산은 문을 닫은 뒤 지금은 폐광 오염수로 더 많이 알려져 있을 정도다.

기장군 정관읍 월평리 일대. ‘삼국사기’ 열전 거도 편에 보이는 ‘장토지야’로 추정되는 곳이다. 기장군 제공
■ ‘장토지야’ 정관읍 월평리

좌천역에서 정관읍 예림리, 진치(陣峙)재로도 불리는 진태고개를 넘어 월평리로 넘어간다. 기장지역(장토지야·張土之野)이 처음 등장하는 기록은 ‘삼국사기’다. ‘삼국사기’ 열전 4 거도 편에 나오는 장토지야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거도는 그의 가계와 성씨가 전하지 않아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 탈해 이사금 때 벼슬하여 간(干)이 되었다. 그때 우시산국(于尸山國)과 거칠산국(居柒山國)이 국경의 이웃에 끼어 있어서 자못 나라의 걱정거리가 되었는데, 거도가 변경의 지방관이 되어 그곳을 병합할 생각을 품었다. 매년 한 번씩 여러 말을 장토의 들판(張土之野)에 모아놓고 군사들로 하여금 말을 타고 달리면서 유희 놀이를 하게 하였다. 당시 사람들이 이 놀이를 마기(馬技 또는 馬叔)라 불렀다. 두 나라 사람들이 자주 보아 왔으므로 신라의 평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여 괴이하게 여기지 아니하였다. 이에 병마(兵馬)를 출동하여 불의에 쳐들어가 두 나라를 멸하였다’.

이 내용을 따져보자. 탈해 이사금은 신라 4대 왕(재위 기간 AD 57∼80년)이다. 간(干)은 원래 ‘추장’ 또는 ‘지배자’라는 뜻이다. 신라 초기에는 ‘지방의 독자적인 세력자’를 일컬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시산국과 거칠산국의 위치는 울산 울주와 부산 동래지역을 중심으로 해석하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신라를 위협할 정도였던 우시산국과 거칠산국을 거도가 꾀를 내 무너뜨렸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장토지야 ’다. 장토지야에서 말을 타고 유희 놀이를 할 때 우시산국과 거칠산국 사람들이 이를 구경하러 왔고, 장토지야가 우시산국과 거칠산국의 부근에 자리 잡았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장토지야는 기장군 정관읍 일대(월평리)로 볼 수 있다. 월평리에 토성인 반월성(半月城)의 흔적이 남아 있다. 조선 시대 월평리에 들어선 아월역의 ‘아월’은 언덕 ‘아(阿)’와 달 ‘월(月)’이므로, 달 모양의 토성과도 맥이 닿는다. 또 부근에 ‘장군대와 진계등’이란 설화가 전하는 데다 반월성 동쪽의 고개인 진치(陣峙)재를 비롯해 진계등(陣戒嶝 ) 등 군대 주둔지(陣)와 관련된 지명이 남아 있다. 진계등은 ‘陣界嶝’으로 종종 표기되기도 한다. 이는 ‘진의 경계를 이루는 산등성이’라는 뜻이다.

1750년대 초 고지도인 ‘해동지도’상에 표시한 기장옛길 중 좌천∼정관 옛길. 출처 ‘기장옛길 학술연구 용역 결과 보고서’
■ 신라 거도 장군의 진군로

더욱이 ‘장토지야’ 월평리는 남과 북의 동래와 울산 쪽으로 향할 수 있는 교통 요지였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월평리에서 고개를 넘어 양산 쪽으로 향하면 낙동강 유역으로, 반대로 낙동강 유역 양산에서 동쪽 해안 지역으로 각각 나아갈 수 있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연결돼 십자형 교통망의 중심에 자리 잡은 게 월평리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고려 시대에 금주도(金州道) 소속의 역참 시설로 아등량역이, 조선 시대에 황산도(黃山道)에 속한 아월역이 들어설 수 있었다.

그렇다면 거도의 신라 군대는 우시산국과 거칠산국으로 쳐들어가기 위해 전략 요충지인 ‘장토지야’에 어떤 경로로 들어갔을까. 장토지야는 우시산국과 거칠산국 중간에 있었다. 당시 우시산국이 건재했으므로 신라의 수도 경주에서 울산 쪽으로 바로 진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경주에서 낙동강 하류 양산 물금으로 가는 경로를 생각할 수 있다. 여러 기록을 비교·검토해 보면 신라 탈해이사금 때에는 경주와 언양 양산을 잇는 낙동강 하류 쪽 진출로가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 하류 양산지역이 부산 동래와 울산 지역보다 일찍 신라의 영토로 편입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낙동강 하류 양산지역은 신라가 울산 동래지역의 우시산국 거칠산국을 치는 데 중요한 교두보였던 셈이다. 이에 따라 신라 거도의 군대는 경주에서 언양, 양산을 통해 기장 쪽으로 진출하는 진군로를 택했을 수 있다. 이렇게 보더라도 장토지야를 정관읍 일대로 해석하는 데 별다른 무리가 없다. 결국, 양산을 경유해 반월성 부근에 닿은 거도의 신라 군대는 말 타기 유희 놀이라고 속여 군사를 조련하면서 기회를 엿보다 우시산국과 거칠산국을 잇달아 침략해 멸망시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공동기획 : 기장군·국제신문·(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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