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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오션 월드 <8>인간은 얼마나 깊이 잠수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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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개봉된 뤽 베송 감독의 영화 ‘그랑블루(Le Grand Bleu)’는 ‘자크’와 ‘엔조’ 그리고 ‘조안나’의 사랑과 우정이 주된 줄거리이지만 거대한 푸른 바다와 그 시대 프리다이빙 분야 세계챔피언이었던 실제 인물 ‘자크 마욜’(가변 웨이트 잠수기록 수심 105m)을 모델로 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프리다이빙이란 스쿠버 장비 없이 수면에서 들이킨 공기만을 가지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그랑블루 개봉은 인간이 얼마나 깊이 잠수할 수 있을까 하는 대중적 관심으로 연결되었다. 원시시대 먹을 거리를 구하기 위해 시작되었을 잠수 활동이 이제는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을 따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셈이다. 모험가가 도전하고 있는 종목은 크게 기구에 의존하지 않는 프리다이빙(무호흡 잠수)과 기구에 의해 공기를 공급받는 스쿠버 다이빙 방식으로 나뉜다.

프리다이빙 기록은 수중으로 내려갈 때 착용했던 웨이트를 그대로 지닌 채 수면으로 돌아오느냐, 버리고 몸만 돌아오느냐, 핀을 사용하느냐 등 여러 종목으로 세분된다. 그랑블루의 모델이 되었던 가변 웨이트 종목은 핀을 사용하지 않은 채 웨이트의 무게로 내려갔다가 올라올 때는 웨이트를 버리고 로프를 잡아당기면서 올라오는 방식이다. 이때 웨이트는 몸무게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현재 가변 웨이트 종목의 세계기록은 2015년 6월 독일인 Stavros Kastrinakis가 기록한 146m다.

하강할 때나 상승할 때 사용 가능한 모든 장비를 이용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방식인 무제한급은 엄청난 무게의 웨이트에 의해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 목표 수심에 도달한 다음 웨이트를 버리고 리프트 백(공기주머니)을 이용해 순식간에 상승한다. 세계기록은 2007년 오스트리아인 Herbert Nitsch가 기록한 214m다. 다른 종목보다 깊은 수심까지 도달 할 수 있지만 인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위험을 안고 있어 현재는 금지돼 있다.

스쿠버 장비를 이용하는 방식으로는 이집트 육군 장교인 아메드 가브르(Ahmed Gabr)가 2014년 9월 19일 홍해에서 기록한 332.35m가 최고 기록이다. 아메드는 332.35m까지 14분 만에 도달했고, 수면으로 올라오는 데는 92개의 공기통을 소모하며 13시간36분이 걸렸다. 상승 시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깊은 수심에서 호흡할 때 사용한 압축공기의 기포가 몸에서 완전히 배출되기 위해서는 수심과 체류시간에 비례하는 만큼의 시간 동안 수중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이다. 아메드는 당시까지의 세계기록이었던 누누 고메즈 (Nuno Gomes)의 318.25m를 갱신하기 위해 육체적·정신적 훈련과 기금 모으기, 지원팀 구성 등을 위해 준비 과정에만 4년이 걸렸다.

한편 2001년 308m 지점까지 내려가 300m 수심을 처음 돌파했던 존 베넷(John Bennet)은 2004년 3월 15일 우리나라 서해 56m 수심에서 침몰 선박 조사 작업을 벌이던 중 실종되었다. 기록 달성을 위한 대심도 다이빙의 안정적인 수중 환경과 예상치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실제 작업 환경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외에 특수 기체를 이용해 장시간 수중에 체류하는 데 이용되는 포화 잠수 방식으로는 우리나라 해군 해난구조대(SSU)가 2003년 5월 프랑스 교육 연수 시 450m 수심과 같은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기록이 있다. 실제 작전에서는 1998년 거제도 해역으로 침투하다 우리 해군에 의해 격침된 북한 반잠수정을 150m 수심에서 인양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잠수정 또는 잠수함을 이용해 가장 깊이 내려간 기록은 1960년 1월 23일 미국 해군 잠수정 트리에스트 2호에 승선한 조종사들이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 챌린저 해연 1만918m까지 도달한 것이다. 이들은 이곳까지 내려가는 데 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으며, 20분을 체류한 후 다시 수면으로 올라왔다. 그 후로는 이와 같은 심해에 대한 도전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트리에스트 2호는 자체 동력으로 이동 가능한 현대식 잠수정이 아니라 모선에 예인돼 단순한 부력 조절만으로 하강과 상승을 할 수 있는 단순한 구조였다. 현존하는 심해 유인 잠수정 중 자체 동력으로 가장 깊은 수심까지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일본 ‘신카이(Sinkai) 6500’으로 최대 잠수 가능 수심이 6500m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2006년에 6000m까지 내려갈 수 있는 심해 무인 잠수정 ‘해미래’를 건조했다.

●일반인의 잠수 한계

일반인의 경우 스쿠버 장비 없이 수심 10m 이하로 내려가기가 힘들다. 보다 깊은 수심에서 오랜 시간 수중 환경을 관찰하고 즐기기 위해 스쿠버 장비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훈련을 통해 수중 세계로 들어설 수 있다. 하지만 레저 다이빙의 경우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즐길 수 있는 수심 범위는 30m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질소 분압이 4기압이 되는 수심 30m 이하부터는 질소 마취로 신경세포의 작용을 방해해 수중에서 정신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 대기에 가장 많은 기체인 질소가 대기압에서는 인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불활성 기체이지만 수중으로 들어가 분압이 높아지면 인체 조직에 녹아들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질소 분압이 4기압이 되는 수심 30m 지점에서는 질소 마취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2004년 3월 15일 우리나라 서해에서 사고를 당한 존 베넷의 경우도 30m가 넘는 수심에서 오는 질소 마취에 의해 의식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서해의 강한 조류에 휩쓸리고 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질소 마취는 30m 이하에서 모든 사람에게 언제나 오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내성이 다르며 경험이 풍부한 다이버라도 그날 컨디션에 따라 질소 마취가 오는 경우도 있고 괜찮은 경우도 있다. 30m 수심 아래로 내려가야 할 때는 수심 25m 지점부터 준비를 한다. 물속에서 노래도 흥얼거리고 구구단도 외어 보는 등 몸의 상태를 점검한다. 이때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얕은 수심으로 상승해야 한다. 얕은 곳으로 올라오면 수압이 낮아지므로 질소 분압을 떨어뜨려 질소 마취 현상이 사라지게 된다. 질소 마취는 그 상태만 벗어나면 후유증은 없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수면상승중 인 다이버 : 수중활동을 마친 스쿠버 다이버들이 수면으로 상승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한계 : 일반인들의 경우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는 10m 이하로 내려가기 힘들다.


   
정어리와 프리다이버 : 필리핀 세부에서 만난 프리다이버가 정어리 떼를 향해 잠수하고 있다. 프리다이빙은 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몸 움직임이 자유로운 데다 숨을 참은 채 깊은 수심으로 내려가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수영장 적응훈련 : 바밧속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스쿠버다이빙 인구는 매년 늘고 있다. 초보자를 위한 스쿠버다이빙 교육은 안전한 수영장에서 진행된다. 사진은 스쿠버다이빙 교육에 앞서 수영장 적응 훈련을 하고 있는 교육생의 모습이다.


   
해미래 : 우리나라에서 건조된 심해 무인잠수정 해미래가 울릉도 해역 시험조사를 위해 모선에서 바다로 옮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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