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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나누다 3 <4>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韓 1호 우주인 탈락이 도전 키웠다” 제조업 플랫폼 개척자로

  • 이동윤 기자 dy1234@kookje.co.kr
  •  |   입력 : 2021-07-18 19:53:50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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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수영구 살던 꼬마시절부터
- 미지의 영역인 ‘미래’ 관심 가져
- 한국 최초 우주비행사 뽑혔지만
- 교재 외부로 반출해 탈락 쓴 맛

- 이후 美 실리콘밸리서 인생 2막
- 제조업계 ‘배달의 민족’ 꿈꾸며
- 수요·공급자 연결 플랫폼 창업
- 부품 가격 거품 빼고 마케팅까지

- “새로운 꿈을 실현해 나가는 삶
- 위기 땐 백지상태로 돌아가라”

명문대 공과대학 진학. 대기업 연구원 생활을 접고 한국 최초 우주비행사에 도전. 미국 유학생활에서 돌아와 3D 프린터와 제조업 플랫폼 스타트업 대표로 변신. 에이팀벤처스 고산(45) 대표의 스토리다. “국내 1호 우주비행사 탈락이 또 다른 기회가 됐다”는 그를 최근 서울에서 만났다. 인터뷰 내내 고 대표는 “위기를 맞았을 때 백지상태로 돌아가라”고 강조했다. 실패에 연연하지 말고 늘 새로운 것을 준비하라는 의미다. 최근 그는 제조업 플랫폼 구축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래 기술에 대한 호기심

   
한국 최초 우주인에 도전했던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가 플랫폼 서비스 ‘카파’와 제조업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찬영 PD
어릴 적 부산 수영구에서 살았던 고 대표는 ‘미래’에 대해 관심이 많던 소년이었다. 외국어고에 진학해 중국어를 배운 것도 ‘중국이 미국을 따라 잡을 것 같다’는 기대감 때문. 대학 전공은 이공계를 택했다. 서울대 원자력공학과에 진학했다가 다시 시험을 쳐 수학과에 입학했다. “세상을 바꿀 기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흥미가 생겼어요. 고교에서 중국어 공부를 어느 정도 끝낸 만큼 진로를 바꾸는 데도 큰 부담이 없었습니다.” 대학원에서는 인지과학과 컴퓨터 비전을 공부했다. 사람(뇌)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융합하는 과정이 궁금해서다. 2005년 삼성종합기술원에 입사해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컴퓨터 비전 연구에 뛰어들었다. 최근 주목받는 기술인 ‘브레인-머신 인터페이스’(BMI)처럼 아무도 경험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좌절과 도전의 발판이 된 우주인

   
지난 2008년 예비우주인 고산(왼쪽) 씨가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에서 동료 우주인들과 함께 훈련을 받고 있다. 국제신문 DB
2006년 4월 고산은 운명을 바꿀 기회와 마주한다. 과학기술부의 ‘한국 최초 우주인 프로젝트’가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고 대표는 3만6206명의 신청자들과 ‘지구 너머’로 가기 위해 경쟁을 펼쳤다. 수 개월 동안 심층 체력평가와 ▷정신심리검사 ▷중력가속도 테스트 ▷위기관리 능력 ▷과학실험능력 ▷우주 적성 평가를 거쳐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에서 우주비행사 훈련을 받던 그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외부 반출이 금지돼 있던 교재를 가가린우주센터 밖으로 가지고 나가 공부하다가 적발된 것이다.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가는 소유즈호 발사 한 달을 앞둔 시기였다. 결국 한국 최초 우주비행사는 이소연 예비후보로 교체됐다. 사소한 잘못이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의욕이 넘쳐 잘못된 판단을 했다. 괴로워도 버텨야 했던 시기”라고 회상하던 고 대표는 “어려움을 또 다른 기회로 만들자고 생각했다. 요즘도 ‘내가 우주에 갔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현재의 삶보다 나았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우주비행사보다 더 큰 꿈을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년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일하다 과학기술정책을 배우기 위해 2010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로 유학을 떠났다. 인생 2막은 실리콘밸리에서 열렸다. ‘10년 이내 10억 명 이상에게 영향 미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창업 프로그램(10주)에 참여하면서 고 대표는 창업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된다. “데모데이(제품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행사)에서 투자자들이 예비 창업자의 아이디어에 거액을 펀딩하는 모습을 봤어요. ‘세상을 바꿀꺼야’ 라고 외치는 미국 청년들을 보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고 대표는 유학 1년 만에 귀국해 창업을 돕는 비영리법인 ‘타이드 인스티튜트’를 설립했다. 2013년에는 보급형 3D 프린터 스타트업인 ‘에이팀벤처스’를 창업했다. 2009년 3D 프린터 기술 특허가 만료되어 누구나 사용 가능한 점에 주목했다. 첫 도전은 ‘유의미한 실패’로 끝났다. “처음에는 외관만 잘 만들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시제품 제작과 양산까지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결론적으로 마음에 드는 프린터를 만들 때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죠.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는 과정에서 제조업의 특성을 깊이 알게 된 것은 성과입니다.”

■제조업 생태계를 고민하다

   
고산 대표가 최근 선보인 제조 견적 비교서비스 ‘카파(CAPA)’의 실시간 도면 서비스. 에이팀벤처스 제공
고 대표는 3D 프린터 제작용 부품을 중국에서 구입하며 한 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제조업 기술은 계속 발전하는데 제조업에 필요한 물품 구매 방식은 과거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었다. 고 대표는 에이팀벤처스의 대표 사업을 3D 프린터에서 제조업 플랫폼(카파·CAPA)으로 바꾼다. 수요자가 필요한 제품을 카파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면 2000여 개의 카파 회원사들이 견적서를 올리는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제조업에도 ‘배달의 민족’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개념입니다. 부품 수요자와 공급자를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채널인 셈입니다. 수요자는 시장가를 한 눈에 알 수 있어 좋고, 공급자는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현재 카파는 무료로 서비스 중이다. 앞으로 월 정액제나 견적서 자동화 모델을 개발해 수익을 창출할 예정이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공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이 되고 싶어요.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에 동의하는 사람이 늘면 수익은 따라올 겁니다. 무엇보다 제조업이 다음 차원의 생태계로 넘어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카파의 목표입니다.”

올해로 창업 세계에 뛰어든 지 10년이 된 고 대표는 “그동안 쉬운 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도 실패를 딛고 도전 중이다. 위기가 찾아올 때 ‘나는 처음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다시 시작한다. 분명한 것은 수 많은 좌절을 경험하면서 제 삶의 밀도는 분명히 높아졌다”고 했다. “누구나 관심사가 하나쯤은 있습니다. 그 욕구를 실현하는 것이 도전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미래 비전을 그려나가는 삶이라면 누가 인정해 주지 않아도 충분히 가치 있지 않나요?”

이동윤 기자 dy1234@kookje.co.kr

※제작지원 : BNK 부산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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