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지원센터 설립도 서둘러야
“원폭 피해 1~3세의 후유증과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상담 프로그램이 시급하다. 정부 차원의 ‘원폭피해자지원센터’를 빨리 설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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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재 한국원폭피해자후손회 부산지회장이 5일 경남 합천군 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5일 오후 경남 합천군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는 ‘원폭피해자 지원특별법 개정안 정책방향과 후손 문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회를 맡은 이태재 한국원폭피해자후손회 부산지회장의 부친 이강녕(2006년 작고) 씨는 일본 기타큐슈에서 태어나 나가사키 미쓰비시 군수공장에서 일하다 17세 때 피폭됐다. 이후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외국 거주 피폭자에게도 건강관리수당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최초로 제기한 인물이다.
이 씨는 토론회에서 원폭 피해자 2세를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을 비판했다. 2005년 국가인권위의 ‘원폭피해자 2세의 기초현황과 건강실태조사’와 2013년 경남도의 ‘원폭 피해자 실태조사 보고서’는 공통적으로 “피폭 1세의 자녀와 후손은 피폭의 후유증으로 병명과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폭 2·3세의 질병 빈도가 일반인의 3.4~89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도 정부가 피폭 1세의 후손들을 공식 피해자로 인정하기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회장은 “2016년 5월 원폭피해자지원법이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으나 2·3세를 피해자에서 제외하는 등 알맹이가 빠졌다. 21대 국회가 법 개정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트남 고엽제 피해자지원 특별법’은 후유증의 유전성을 인정해 2세도 피해자에 포함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한양대병원에 의뢰한 ‘원폭 피해자 코호트 구축 및 유전체 분석’ 연구기간이 너무 길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피폭 2·3세의 과학적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피폭 2세 고 김형률(1970~2005)이 피폭 2세 문제를 처음으로 공론화한 2002년 이후 18년이 지나서야 첫걸음을 뗐다. 이 지회장은 “피폭 1세나 2세 상당수가 사망하거나 건강이 좋지 않다. ‘선지원 후입증’을 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건강상태가 괜찮은 1세가 연구에 주로 참여한다면 ‘다른 일반인 그룹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1982년 과학저널 네이처는 ‘부모의 방사선 피폭이 자녀의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논문 ‘오사카 리포트’를 게재했다. 핵심은 부모가 피폭된 방사선의 양과 비례해 자녀의 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방사선에 노출되면 후손은 유전적으로 암에 취약한 상태가 되고 결국 일반인보다 쉽게 암에 걸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연구는 노무라 다이세이 당시 오사카대학 명예교수가 진행했다. 사실상 현재 피폭 2세를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근거가 되는 일본 RERF(전 ABCC) 측의 ‘원폭 피해는 유전된다는 증거가 없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노무라 박사는 2012년 경남 합천군에서 열린 강연에서 “RERF의 연구는 원폭 직후 낙진(검은비)의 영향을 계산하지 않은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글·사진=김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