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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청년과, 나누다 3 <7> 박현호 크몽 대표

“대박만 좇다 10개 사업 실패 … 프리랜서 마켓 성장 주목했죠”

  • 이동윤 기자 dy1234@kookje.co.kr
  •  |   입력 : 2021-08-08 18:59:17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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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기기 쇼핑몰·맛집 리뷰 사이트
- 성공 자신한 사업 아이템 모두 망해
- 돈 욕심 접고 실험적 프로젝트 도전
- 5000원에 프리랜서 재능 사고 파는
- 온라인 플랫폼 ‘크몽’ 2012년 창업

- 디자인·마케팅 등 전문가 필요한 이
- 각 분야 프리랜서 연결해 수익 창출
- 월 거래 6만 건·연 매출 10배 성장
-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 털고
- 고객 마음 움직일 장기비전 준비를”

직장의 개념이 일자리(job)에서 일(work)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따른 결과다.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러’나 ‘긱 이코노미(프리랜서 근로 형태의 확산)’ 플랫폼도 일반화되는 추세. 지난해 5월 세계경제포럼(WEF)은 글로벌 긱 이코노미 시장 규모가 2018년 2040억 달러(약 243조 원)에서 2023년 455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현호(43) 크몽 대표는 지난 10년 간 국내 프리랜서 마켓을 개척한 산증인. 현재 15만 명의 프리랜서가 크몽에 가입했다. 박 대표는 “처음부터 대박을 꿈꿨던 아이템은 모두 실패했다. 오히려 실험적인 프로젝트가 소비자 마음을 움직였다. 조급해하지 말고 장기적인 비전을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30대에 남겨진 빚 3억

   
15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프리랜서 플랫폼 크몽 박현호 대표가 지난 20여 년간 자신의 창업 인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욱 인턴기자
경남 진주 출신인 박 대표는 단국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1997년 쇼핑몰 사이트를 만들었다. 빌 게이츠의 자서전에 영감을 받아 첫 창업에 나섰다. 프로그래밍에 눈을 뜬 그는 이어 ‘대박’을 꿈꾸며 게임 소프트웨어 기업을 창업했다. 첫 작품은 PC방 자동화 관리 프로그램인 ‘채널’. 숙식을 함께한 ‘창업 동지’들과 700여 개의 PC방을 돌며 무료로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결과는 실패. “물량 공세를 펼치면 자연스럽게 입소문도 나고 광고도 들어올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순진했죠. 친구들이 입대하거나 이직하며 흐지부지 됐습니다. 선한 의도가 수익으로 이어진 않더라구요.”

새로 도전한 분야는 인터넷 쇼핑몰 ‘라밤바’. 오프라인에서 팔리는 전자기기를 온라인에 업로드해 중개하는 사이트였다. 당시 5억 원가량을 투자 받아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사무실도 차렸다. 월 매출이 7000만 원대까지 성장할 무렵인 2000년 ‘닷컴 버블’이 터졌다. 벤처 생태계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 이종격투기 스트리밍과 게임 아이템 거래 아이템으로 재기를 꿈꿨으나 수익은 신통찮았다.

다음 창업은 다양한 맛집 리뷰를 한 데 모아 제공하는 ‘크몽닷컴’. 트래픽이 빠르게 증가할 무렵 저작권에 발목이 잡혔다. 원 게시물 창작자가 박 대표를 경찰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한 것. 포털사이트는 박 대표의 사이트를 차단했다. 트래픽과 수익도 급감. 사무실 관리비도 내지 못하는 신세가 되자 그는 결국 2010년 가을 진주의 지리산으로 귀향한다. 10번의 창업 실패를 경험한 그에게 남은 것은 빚 3억 원과 30대가 훌쩍 넘어버린 나이였다. “실패가 누적되자 조급함이 앞서던 시기였습니다.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철저한 준비 없이 이것저것 손 대다 보니 결과가 나빴습니다. 고통스러웠지만 더 좋은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는 의지는 꺾이지 않았어요.”

■프리랜서 마켓에 도전

   
크몽 설립 초기 웹사이트. 크몽 제공
지리산으로 내려간 박 대표는 초심으로 돌아갔다. ‘돈’을 좇지 말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하자고 사고의 전환을 했다. 우선 전 세계에서 운영되는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과 프로젝트를 연구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파이버가 그의 눈을 사로 잡았다. 단돈 5달러에 누군가의 재능을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었다. 파이버를 벤치마킹한 박 대표는 2012년 경남과학기술대 창업보육센터에서 ‘크몽’을 창업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도전했던 ‘사이드 프로젝트’ 였어요. 저 역시 ‘단돈 5000원으로 누군가의 재능을 사고 팔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죠.”

초창기 크몽의 매출은 캐리커처 그리기나 연애상담에서 발생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거래 규모 증가는 물론 질 높은 재능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어요. 2013년 ‘5000원’이던 서비스 가격 제한을 풀고 거래할 수 있는 재능도 확대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프리랜서 마켓으로 본격 진화한 시기입니다.” 특히 디자인·마케팅·프로그래밍을 제공하는 프리랜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12년 100여 건에 불과하던 크몽의 월 거래 건수도 이제 6만 건을 뛰어넘었다. 매출액은 4년 전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

크몽의 가장 큰 자산은 프리랜서다. 4년 전 8만 명이던 프리랜서는 코로나19 등 변화로 인해 25만 명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프로그래밍을 제공하는 프리랜서 중 수 억원을 버신 분이 있습니다. IT업계와 디자인, 영상·사진·음악 분야가 고수익 프리랜서들이 많은 분야입니다. 현재는 크몽 내 거래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사업체가 생길 정도입니다.”

■휴먼 클라우드를 꿈꾸다

   
크몽 설립 초기 팀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현호(앞줄 왼쪽) 대표. 크몽 제공
크몽의 성장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원격근무 시스템 확산도 한몫 했다. “과거 근무형태가 ‘기업이 채용한 노동자가 사무실에서 일 한다’였다면 지금은 ‘프로젝트에 따라 고용된 노동자가 어디서든 일 할 수 있다’로 바뀌었습니다. 앞으로는 직장인과 프리랜서의 경계는 더 허물어질 겁니다.” 박 대표는 프리랜서를 꿈꾸며 퇴사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누구든 ‘프리랜서’가 될 수 있어요. 직장 다니면서 N잡을 하면 되니까요. 한 분야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뒤 전업 프리랜서가 되길 권합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유리한 건 사실입니다.”

박 대표는 내년 크몽 설립 10주년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수 많은 자료를 저장해서 열어볼 수가 있잖아요. 크몽은 누구나 필요할 때 프리랜서 전문가의 서비스를 받는 ‘휴먼 클라우드’ 를 꿈꿉니다. 현재 크몽에서 활동하며 의미있는 수익을 내는 인원이 2만~3만 명입니다. 크몽의 장기적 목표는 200만~300만 명의 직장인이 ‘N잡러’에 도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동윤 기자 dy1234@kookje.co.kr

※제작지원 : BNK 부산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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