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폭염에 남해안 고수온 경보
- 말쥐치 숭어 등 떼죽음 속수무책
- 고수온 계속되면 어민 생존 위협
- 경남 477만마리 죽어 76억 피해
- 정부 어가당 5000만원까지 지원
- 대부분 보험 미가입… 보상 막막
11일 가두리양식장이 밀집한 경남 통영시 한산면의 추봉도 앞 해상. 이곳에서 가두리양식장을 운영 중인 나훈(49) 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연일 지속된 고수온으로 성장 중이던 말쥐치 30만 마리 가운데 10만 마리가 이미 떼죽음했고, 나머지도 활력을 잃어 유영이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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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경남 통영시 한산면 추봉도 앞 해상의 한 가두리양식장에서 성장 중인 말쥐치를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나 씨는 이날 말쥐치 10만 마리를 바다에 방류했다. 그는 “고수온으로 죽는 것을 바라볼 바에야 차라리 방류하는 것이 속이 편하다”며 “그러나 자식같이 키운 물고기를 보내자니 마음이 찢어진다”고 하소연했다. 방류 어가에 대해서는 어류 가격의 90% 수준에서 지원한다. 최대한도는 5000만 원이다.
이곳 해역에서 배로 20분가량 떨어진 한산도 앞 해상에 김선우(35) 씨가 운영하는 1㏊ 규모 가두리양식장에서는 한창 자랄 숭어 떼가 폐사해 허연 배를 드러내며 수면에 떠 올라 있었다. 악취가 코를 자극하지만 김 씨는 일손을 놓은 채 죽어가는 숭어 떼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어장에서는 며칠 사이 숭어 1만5000마리가 폐사했다. 김 씨는 “하룻밤 자고 나면 수백 마리가 떠오른다”며 “애써 키운 물고기가 죽어 나가는 것을 보니 속이 뒤집힌다”고 울분을 토했다.
폭염이 연일 계속된 데 따른 고수온 탓에 남해안 양식어류들이 떼죽음하고 있다. 이달 들어 전국 최대 해상 가두리양식장이 밀집한 경남 해역에서만 양식어류 477만 마리가 폐사했다. 통영시 373만 마리, 거제시 52만 마리, 남해군 27만 마리, 하동군 23만 마리, 고성군 1만 마리 등 광범위한 해역에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피해액은 76억6000만 원 상당이다.
경남 해역은 지난달 29일 고수온 주의보에 이어 지난 4일부터 고수온 경보로 격상된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내린 비로 섭씨 30도에 육박하던 수온이 26~27도로 내려갔지만 고수온에 장기간 노출된 어류가 지칠 대로 지쳐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양식어류는 고수온 스트레스가 누적돼 폐사한 지 며칠이 지난 후 수면 위로 떠 오르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바닷속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사료 공급을 중단하는 등 안간힘을 쓰지만 고수온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피해 보상도 막막해 어민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고수온으로 인한 피해 보상 보험은 특약 조건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까닭에 어민 대부분은 가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 도내 가두리양식장에 입식된 어류는 모두 2억3000여만 마리다. 고수온이 지속하면 이들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어 업계는 비상사태다.
경남어류양식협회 이윤수(54) 회장은 “물고기가 더위를 먹고 비실비실해지면서 폐사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달리 대책이 없다”며 “수온이 내려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