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개 마을 모여 영농조합 결성
- 시행착오 끝 ‘노을 축제’로 활기
- ‘충무공 리더십 체험’은 독특
- 바닷가 캠핑… 풋살장 등 구비
- 10㎞ 해안 산책로 석양 ‘일품’
경남 사천시 용현면 사천대교 아래의 사천 거북선마을은 사천만을 끼고 있으면서 농업과 어업의 비율이 비슷한 반농반어의 시골 마을이다. 용현면 장송리 금문리 주문리 신평마을 등 4개 마을 주민이 종합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만든 시설물을 활용해 체험 마을을 운영하면서 붙인 마을 이름이다. 마을 앞의 사천만은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건조한 뒤 처음으로 전투에 출전시켜 승리를 거둔 사천해전 전승지여서 마을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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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처음으로 거북선을 실전에 배치해 승리를 거둔 사천해전 현장의 갯벌체험장에서 어린이를 비롯한 체험객이 조개나 고둥 등을 채취하고 있다. 사천대교 아래의 갯벌 체험장은 안전하게 갯벌생태계를 살펴볼 수 있다. 거북선마을 제공 |
■권역별 종합개발사업으로 시작
거북선마을이 만들어진 사연은 이렇다.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한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에 선정돼 4개의 마을회관에 방송시설을 정비하고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다. 또 취약지에 CCTV를 설치하는 등 2017년까지 5년간 국비와 지방비 등 총 45억 원이 투입되는 마을 공동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이때 4개 마을 중심지면서 사천대교 주변의 유휴지를 활용할 수 있는 이곳에 정비사업 사무실과 회의실 등을 설치했는데, 나중에 정비사업을 끝내고 시설물 활용을 고민하다가 체험 마을을 운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처음 시작한 권역별 정비사업에서는 주민 소득을 위해 체험 마을을 운영했으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체험객을 모을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체험 마을을 운영할 수 있는 주민의 역량이 부족했고 참여 의지를 끌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4개 마을로 나뉜 데다 350여 가구에 달하는 많은 주민이 합의점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사무실이나 회의실 등 수억 원을 들인 시설물을 방치해 흉물로 버리기는 아까운 일이었다. 풋살장이나 캠핑장, 갯벌체험장 등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얼마든지 소득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시설이었다. 추진위원들은 몇 달씩 마을별 주민 회의와 개별 면담 등을 통해 권역 사업이 끝나는 2018년부터 체험 마을 운영에 동참하겠다는 70명으로 ‘용현권역 영농조합법인’을 출범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소득이 시원찮고 체험객이 많지 않으니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기가 어려웠다. 체험 마을에 대한 조합원의 이해가 부족했고 무관심도 한몫했다. 그래서 이듬해부터는 전체 조합원 가운데 꼭 하겠다는 27명으로 조직을 쇄신하고 성공한 체험 마을과 실패한 체험 마을을 두루 돌아보며 경영 역량을 강화했다. 의욕만 갖고 추진하다 실패하거나 특정 개인의 이익을 좇다가 만신창이가 된 곳에서 교훈을 얻었다.
■영농조합 만들어 체험 마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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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을 상징하는 거북선 모형. |
그렇게 출범한 거북선마을은 직원을 채용해 출납이나 운영에 투명성을 확보하고 인성지도사, 농촌체험지도사, 농촌마을해설사, 안전관리사, 발효전문가를 육성하는 등 경쟁력을 높였다. 지역 특색을 살린 갯벌 체험 프로그램을 짜고 해마다 ‘사천 거북선마을 노을 축제’를 여는 등 탐방객과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는 행사도 했다.
농어촌 체험 마을로 선정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었으나 처음에는 지자체의 지원이 없고 홍보도 되지 않아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 사무장 인건비를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심히 버텨오다, 마을에서 진행하던 거북선마을 노을 축제가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축제 공모에 선정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체험마을을 체험마을답게 하려는 추진위원들의 노력도 빛을 봤다. 드라마 작가와 해양생태학 교수, 거북선문화재연구소장, 기획 홍보회사 대표, 컨설팅회사 대표 등 전문가 5명으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정밀 진단과 함께 프로그램을 개선해 나갔다. 여기서 운영 주체를 마을부녀회원으로 바꾸는 혁신을 했다. 남성은 농·어업에 발이 묶이거나 모임 등을 이유로 운영에 소극적인 편이지만, 동기 부여만 되면 여성의 참여가 훨씬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전체 9명의 운영위원 가운데 6명을 여성으로 선임하고 남성은 추진위원장을 포함해 3명으로 대폭 축소했다.
■부녀회원이 체험 선생님으로 참여
부녀회원들은 체험행사가 있는 날이면 쏙 잡기, 바지락 캐기, 고둥 잡기 등에 체험 선생님으로 투입됐다. 평생 허리가 아플 정도로 해온 일이어서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체험객이 감탄할 정도로 쉽게, 많이 잡아 보여주기 때문이다. 민요 동아리를 만들어 노을 축제에서 공연하고 바지락 까기 대회, 떡메치기, 음식 만들기 등을 신명 나게 보여줬다.
지난해부터는 고구마 캐기, 콩 타작, 토마토·딸기 따기 등의 농촌체험과 갯벌 생태체험, 전어나 뱀장어 등 물고기 잡기 등의 어촌체험을 함께한다. 충무공 리더십 체험이라는 독특한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거북선 모형과 거북선 열쇠고리 만들기, 활쏘기, 투호 등도 하지만, 사천해전의 현장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전술과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기는 역사 체험이 주 프로그램이다.
풋살장과 10면의 야영장도 준비돼 있어 바닷가에서의 캠핑이 좋다. 뭐니 뭐니 해도 사천만을 끼고 조성된 10㎞가량의 해안 산책로는 낮에도 밤에도 걷기에 그만이다. 해 질 녘 석양을 만난다면 자연이 연출하는 황홀한 풍경의 기억은 평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강승규 운영위원장은 “우리 마을은 이순신 장군의 승전지인 데다 넓은 갯벌과 아름다운 석양이 있는 힐링 명소로 농사체험과 바다체험, 음식체험, 역사체험을 골고루 할 수 있다”며 “가족이 자연과 역사 공부로 감동과 힐링을 느끼는 체험 마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