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대면 강의 방침에 학생 사라져
- 주말 저녁 아예 문 닫은 식당도
- 월세 낼 돈도 못 벌어 폐업 확산
- 주인은 수리 핑계 세입자 내보내
- 상인 “가게 내놔도 인수자 없어
- 울며 겨자 먹기로 버텨내” 토로
“2학기 개강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젠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진정시킨답시고 인원 제한과 영업시간을 단축하며 자영업자 목만 계속 조르고 있어요. 이 일대 상인들 죽지 못해 장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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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후 경성대 앞 술집이 2학기 개강을 앞둔 주말임에도 가게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 |
지난 28일 부산 남구 경성대 앞 골목 상권에서 10년째 분식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 25년 차 A씨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새벽에 시장에서 식자재를 사고 김밥 떡볶이 어묵 등을 정성껏 준비해 놓아도 하루에 손에 쥐는 돈은 겨우 2만 원 남짓이다. 다 팔지 못한 음식은 이웃 가게나 지인에게 주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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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근의 텅 비어 있는 음식점에서 직원이 손님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 |
이날 오후 6시30분 학교 앞 상권은 주말인데도 적막감만 가득했다. 이전까지 재학생은 물론 부산 전역에서 몰려든 청년으로 들끓었던 해질녘 분위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예년 같으면 개강을 앞두고 학생들로 붐볐을 거리인데도 가게 앞을 서성이는 손님은 없었다.
A씨는 길면 1년 짧으면 6개월 안에 이 일대 상권 3분의 1은 업종을 바꾸거나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며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 다 까먹고 권리금까지 포기하면서 폐업하려는 상인도 많다는 게 A씨의 이야기다. 그는 “작년에 5000만 원을 들여 내부 수리를 했지만 1년 가까이 적자 상태라 수리비도 못 건졌다. 더 버티기 힘들어 최근 가게를 내놨는데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 폐업도 유지도 쉽지 않은 상태다”고 토로했다.
오후 7시께 들른 한 치킨집에는 15개 테이블 중 1개 테이블을 빼고 모두 비어 있었다. 점장인 B씨는 “작년에도 코로나19 여파로 2학기를 비대면 강의로 시작했지만 테이블 3분의 2는 손님으로 가득했다. 거리두기 4단계 지침 여파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이 일대 술집 대부분은 주말 저녁인데도 손님이 앉은 좌석보다 비어 있는 좌석이 많았다. ‘2차 손님’이 주 고객인 호프집은 매장 직원이 한가로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일부 포차는 아예 문이 닫혀 있었다.
부산지역 대학가 상권은 모두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사하구 동아대와 금정구 부산대 앞 상권도 경성대 앞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다음 달 1일 개강하는 2학기에도 2주간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데다 향후 대면 강의 일정도 불투명해져 자취생이 자취를 감춘 영향이 컸다.
동아대 하단캠퍼스 앞에서 30년 넘게 장사했다는 분식집 사장 C 씨는 “학생들이 가장 큰 손님인데 수업이 없으니 발길이 끊겼다. 어쩔 수 없이 일한다. 최근엔 건물 수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월세가 비싼 곳으로 옮겼는데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건물주가 리모델링을 핑계로 세입자를 내보내면서 하루가 다르게 공실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대학가 상권은 학교 일정에 많은 영향을 받는데 이번 2학기에도 비대면 방침을 내놓은 뒤 분위기가 더 가라앉았다. 학생들만 바라본 자영업자에게는 뚜렷한 대책도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