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언 거부한 아들 동료들 이해”
- 야간노동 금지 청원 동참 부탁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고(故) 장덕준 씨의 어머니 박미숙(54) 씨는 지난해 10월 아들의 장례식장을 찾은 동료들의 음성을 또렷이 기억한다. 아들 또래의 청년들이 너무도 서럽게 흐느꼈다. 박 씨는 “아들이 일하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했고, 마지막 근무 날엔 가슴을 움켜쥐고 앉아 괴로워했다는 이야기를 동료들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그저 불행한 사고로 여겼건만, 일관된 동료들의 설명을 들으며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런데 막상 아들의 산재 여부를 확인하는 조사가 시작되자 하나 같이 증언을 거부했다. 박 씨는 “한 아이가 ‘어머니, 이거 저희 밥줄이예요’ 하더라. 원망감도 들었지만 무슨 말인지 단박에 이해돼 가슴이 미어졌다”고 말했다. 이 일이나마 못하면 밥을 굶을 사정이 헤아려지더란다.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에 지원하며 ‘오늘은 일할 수 있을까’ 늘 걱정하던 아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산재를 인정받는 과정은 지난했다. 박 씨는 “쿠팡에서 받을 수 있었던 건 12주가량 근무기록과 근로계약서 정도뿐이었다”며 “휴대전화가 통제되니 남은 기록이 있을 리 없었다. 문제가 있는 건 분명한데 법적으로 입증하자니 한없이 막막했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이 현장 CCTV를 입수했다. 박 씨는 “분명 오전 7시부터 일했어야 할 아들이 오전 6시40분부터 일한 장면이 찍혀있었다. 재조사가 시작되고, 결국 최고 주당 62시간에 달하는 격무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들이 170㎝에 76㎏으로 단단한 근육질이었다. 그런데 물류센터 일을 시작하고 살이 빠지더니, 어느 순간 사람 자체가 쪼그라드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근육 자체가 녹아내렸다는 소견(횡문근융해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아들에게 ‘남을 위해 조금 더 참고, 헌신하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제 와 그것이 후회된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아들 또래 청년들에게 이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건네려 한다.
그는 “아들이 물류센터의 부당함을 토로하면 ‘네가 거기 속해 있으니, 스스로 바꿔봐’란 말을 자주 했다. 그런데 조직에 속한 노동자들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런 권리도 찾을 수 없고, 결국 내팽개쳐질 것”이라며 “야간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넣으려 한다. 아들의 동료였던 분들, 아들 죽음에 관심을 주셨던 분들의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