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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Never Again <2> 혹독한 쿠팡물류센터 현장

3년새 산재 3배 급증…“우린 로켓배송 연료입니다”

  •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  |   입력 : 2021-08-30 20:05:48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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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자 감수 출혈경쟁으로 급성장
- 효율성 미명 아래 노동자도 격무

- 막대한 작업물량 처리 압박 탓
- 화장실 갈 때도 관리자에 보고
- 악명 높은 ‘워터’ 등 지원 업무
- 물건 들고 일어났다 앉기 반복

- 일용·계약직 휴대전화 반입통제
- 내부 작업문제 알릴 길도 요원

주문하면 이튿날 해 뜨기 전 도착한다. 쿠팡 로켓배송. 쿠팡의 매출액은 2016년 1조9195억 원에서 지난해 13조2400억 원(금융감독원 공시·쿠팡 보도자료)으로 급증했다. 로켓배송의 편리함에 따른 이용자 유입은 쿠팡이 급성장을 거듭해온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7일 경남 양산시 쿠팡 양산물류센터 근로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매출이 급증한 이 기간 손익을 따져보면 쿠팡은 매년 5000억~1조 원가량의 손해를 기록했다. 출혈경쟁을 이겨내 일정한 규모나 지위에 도달하면 상황은 달라질까. 그런데 출혈을 감내해야 하는 건 사측뿐만 아니다. 수많은 노동자가 주문에서 배송까지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쿠팡 물류센터에서 정도 이상의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한다.

1년 새 5명.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된 쿠팡 물류센터 ‘관련’ 노동자 사망 숫자다. 쿠팡 노동자 산재 신청과 재해율은 매년 증가세다. 이에 대해 쿠팡은 이들의 죽음이 작업환경, 노동 강도와는 무관한 것이며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은 10년간 한 건도 없었다고 강변한다. 산재 건수 증가는 고용구조에 따른 것이며 택배 등 업계와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나는 인간 아닌 로켓 연료”

30대 여성 이영이(가명) 씨는 쿠팡 물류센터 계약직 노동자다. 물품 진열장을 수백, 수천 배로 확대해놓은 듯한 센터 안에서 입고된 물건의 포장을 벗겨 전산에 등록하고 진열하는 게 이 씨의 주된 임무다. “별로 힘든 일 아닌 거 같죠?” 이 씨가 웃으며 물었다.

실제 사정은 전혀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작업량 관리의 압박이라는 쫓기는 여건, 막대한 물량이 결합돼 늘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 “센터마다 다른 것으로 아는데, 내가 일하는 곳에선 화장실 갈 때 관리 직원에게 알린다. 물건에 손이나 발을 찧어 몇 분만 일손을 멈춰도 작업량이 떨어진다는 걸 관리자가 금세 알아채고 채근하는데, 화장실 다녀올 정도의 ‘대형 공백’은 통보돼야 한다. 심리적 압박이 엄청나다”고 털어놨다.

바삐 움직이는 동료 노동자가 아슬아슬한 사고를 당하는 것도 여러 번 목격했다고 한다. 이 씨는 “시간에 쫓겨 바쁘게 쌓아 올린 물건이 위에서 떨어져 머리나 어깨를 때리는 일은 자주 일어난다. 가벼운 물건이면 괜찮지만 액체가 든 통이나 금속 재질이면 그대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안타까운 건 그런 일을 당한 당사자가 몸을 돌보지 못하고 일을 서두르는 걸 볼 때다. 작업량 압박에 쫓겨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일손을 멈추면 안 된다는 관념이 강하다. 다음 신청 때 지장이 있을까봐 공상 처리되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한여름과 겨울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씨는 “작년 여름엔 벽면에 드문드문 설치된 작은 선풍기 말고는 냉방시설이랄 게 없었다”며 “올해는 얼음물을 나눠주더라. 너무 더워서 옆구리에 끼고 일하다 내 몰골에 헛웃음이 났다. 가끔 정규직이 일하는 사무실 근처를 지날 때 에어컨의 냉기가 스며나오는 걸 느낀다. 직업 귀천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어느 시점부터 내가 인간이 아니라 로켓의 연료, 센터의 부품처럼 느껴진다”며 쓰게 웃었다. 짧은 주기로 주·야 근무가 바뀌는 게 반복되면서 심박 이상과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고도 했다.
   
■“혹독한 현장 알릴 길 없어”

물류센터를 통틀어 ‘하차’와 함께 악명 높은 보직 중 하나는 ‘워터’ ‘스파이더’ 등으로 불리는 지원 업무 파트다. 지난해 10월, 경북 칠곡 물류센터에서 숨진 일용직 노동자 장덕준(당시 27세) 씨도 이 일을 했다. 근로복지공단 조사 결과 장 씨는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를 최대 주당 62시간 수행한 점 등이 확인돼 지난 2월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을 인정받았다.

“이 파트 일하면서 10~15㎏씩 몸무게가 줄어드는 건 예사예요. 몸이 축나는 겁니다.” 수도권 센터에서 워터 일을 자주 경험한 30대 남성 강철수(가명) 씨의 설명이다. 그가 일하는 센터에선 통상 출근해 몸을 푸는 체조 이후 일용직 워터가 선발된다고 한다. 젊고 힘 좋아 보이는 남성이 뽑혀가는데 쿠팡 물류센터 관련 후기에선 ‘워터 선발되지 않게 조심하라’는 경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워터 일에 대해 강 씨는 ‘잡부’라고 설명했다. 포장 등 여타 업무 노동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자재, 상자 등을 쉴 새 없이 공급하며 날라야 한다. 그는 “듣기엔 쉬워 보이겠지만 업무 중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을 굽혀 앉았다 일어나는 일이 수없이 반복된다. 수십㎏에 달하는 상자 등과 함께 이런 작업을 반복하면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탈장이 된 적도 있다”고 했다. 업무 재해 사망 인정을 받은 장덕준 씨의 경우 근로복지공단 조사에서 하루에만 5.5㎏짜리 상자를 100번, 30㎏ 상자를 40번까지 실어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위험한 작업을 하거나 센터 내부 문제를 발견하면 증거를 남기고 싶다고 자주 생각한다. 그런데 일용직과 계약직 상당수는 휴대전화 반입이 통제된다. 입구에 금속탐지기가 있고, 관리직만 허가를 받아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있다”고 했다. 노동자 안전을 위한 조처라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그는 “센터 내부 상황을 알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지난달 이 같은 조처 철회를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진행했고 국가인권위원회와 노동청 등 기관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공동기획 : 안전보건공단·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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