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부, 의사협회 의뢰… 2차가해 우려도
부하 직원을 강제추행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이 열렸다. 오 전 시장 측이 핵심 죄목인 강제추행치상 혐의를 벗기 위해 피해자의 정신적 상해 진료기록에 대한 재감정을 요청하면서, 항소심 재판도 혐의 입증 문제를 놓고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부산고법 형사2부(오현규 부장판사)는 15일 오 전 시장 항소심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오 전 시장은 이날 수의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애초 지난달 18일 예정됐던 이 공판기일은 오 전 시장 측이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진료기록의 재감정을 요청하면서 연기됐다.
앞서 검찰은 피해자의 ‘정신적 상해’를 근거로 오 전 시장에게 강제추행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오 전 시장은 추행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추행의 결과인지 불분명하고, 또 추행으로 인해 상해가 생길 가능성을 예견하기 어려웠다는 취지의 주장을 일관되게 펼쳤다. 하지만 1심 재판부가 강제추행과 추행미수는 물론 강제추행치상 혐의까지 인정하며 실형 및 법정구속의 결정적 사유가 됐다.
재감정 요청은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인 강제추행치상 혐의를 벗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재감정에 따라 추행과 치상 간 연관성 등 문제를 놓고 새로운 해석을 받아볼 계기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검찰과 피해자 측은 재감정 요청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는 사실이 외부로 지나치게 많이 드러나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오 부장판사는 “피해자를 진료한 의사 이외에 제3의 의료전문가로 하여금 더욱 많은 정보를 가지고 판단해보게 하는 것이 낫겠다고 결정해 이 요청을 받아들였다”며 “대한의사협회에 맡겼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약 3개월 걸린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행 등의 결과로 치상 혐의가 인정된 사례나 그 반대 결과가 나온 사례를 추가적으로 검토해 제출해 달라”고 양측에 요청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13일 열린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