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몰제 해제로 300억 시세차익
- 법 절차 따른 업자만 억울한 셈
- 고의든 실수든 구청 대처 도마위
46년간 도시계획시설상 주차장으로 묶여 있던 부지가 관할 지자체의 안이한 행정으로 일몰제에서 해제되는 특혜를 봤다. 규제가 풀리면서 단기간에 수백억 원의 시세차익이 발생, 민간업자의 배만 불린 꼴이 됐다.
26일 부산 해운대구에 따르면 우동 그랜드호텔 옆 주차장 부지는 1974년부터 도시계획시설상 주차장 용도로 지정됐다가 일몰제에 따라 지난해 6월 30일 해제됐다. 당시 5필지 중 4필지가 해제됐는데, 해제가 안 된 A 필지는 2014년 민간 사업자가 주차장 용도로 쓰겠다며 실시계획 인가를 받아 주차장을 건립하면서 집행이 완료돼 제외됐었다.
그랜드호텔이 소유하고 있던 주차장 부지도 20년 전부터 주차장 용도로 써왔기에 일몰제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어야 했지만, 행정 행위 누락으로 큰 시세 차익을 얻었다.
국토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자는 실시계획을 작성해 인가를 받아야 한다. 해제가 안 된 A필지는 이 절차에 따라 주차장으로 건립해 인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랜드호텔은 인가 과정 없이 주차장을 지어 사용해 왔다. 2층 높이 주차장을 지으면서 2002년 관할 지자체에 공작물 축조 신고를 했을 뿐이다. 실시계획 없이 도시계획시설 사업을 한 경우, 해운대구는 공사 중지나 공작물 이전, 그 밖에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2002년 공작물 축소 신고 당시에라도 실시계획을 받도록 했다면 일몰제 대상이 아니었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 주차장 부지는 지난해 자동 해제됐다.
그 결과 가치는 급변했다. 해당 주차장 부지는 해운대 해수욕장 라인 중 40년 넘게 개발되지 못했던 알짜배기 땅이다. 일몰제 해제 3개월 전 이 부지를 57억7000만 원에 매입한 ㈜엠디엠플러스는 지난 5월 378억 원에 매도해 3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차익(국제신문 지난 10일 자 3면 보도)을 얻었다.
행정 절차대로 주차장을 지은 A필지 소유주는 “옆에도 같이 주차장으로 써 왔는데 우리만 해제되지 않았다. 형평성에 어긋나지만 지자체와 대립하기 싫어 참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이라고 비판한다.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 교수는 “구청이 관련 절차를 정말 몰랐을 수 있지만, 일대 주차장이 부족하니 아무 조치를 안 했을 수도 있다”며 “해당 부지의 가치 변화를 고려하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부산대 정주철(도시공학) 교수는 “주차장인 도시계획 부지에 주차장을 설치했으니 당연히 실시계획을 받아야 한다”며 “해제 전에라도 현장을 살펴 조치했어야 했지만 그냥 넘어간 것은 책임 행정을 넘어 윤리의 문제”라고 말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해제되기 전까지 실시계획이 들어오지 않아 자동 해제됐다”며 “과거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