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공장노동자 469명 사망
- 건설분야 이어 두 번째로 많아
- 부산지역 음식물 폐기업체 직원
- 안전장비 없이 홀로 작업 참변
- 두 달 뒤 다른 업체서 유사 사고
- 영세업장 현장감독 등 대책을
대한민국 직장인 5명 중 1명은 공장에 다닌다. 2019년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 기준 전체 사업체 종사자 2272만3272명 중 제조업이 412만3817명(18.1%)으로 가장 많다. 한국인 다수가 공장을 삶터로 둔다는 뜻이다. 제조업으로 묶이지 않는 산업의 공장 노동자를 감안하면, 실제 규모는 이를 훨씬 상회한다.
많은 이들의 삶터인 공장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죽고 다친다. 지난해 몸을 다쳤다고 공식 인정받은 제조업 노동자는 2만8840명이다. 단일 업종 중 가장 많은 재해자 수를 기록했다. 회사에서 공상 처리해 집계에서 빠진 이들을 고려하면, 실제 규모는 훨씬 크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도 469명에 이른다. 건설업(567명)에 이어 두 번째로 사망자가 많다.
이 때문인지 ‘안전제일’ 같은 표어를 걸어두지 않은 작업장을 찾기 어렵다. 잠깐의 부주의가 인생과 가정을 망친다는 식의 ‘경고 문구’도 흔하다. 여기에는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 사고의 책임은 노동자에게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아무리 주의해도 다칠 수밖에 없는 작업 환경, 그 환경을 관리할 핵심 책임자의 부재가 노동자의 몸을 위협한다.
■“홀로 질식해 숨진 동생, ‘부주의’ 탓인가요”
박민희(여·40대·가명) 씨는 지난 추석 동생의 무덤 앞에 두 번 엎드려 절했다. 부산 기장군 정관읍의 한 음식물 폐기업체 직원이었던 그의 동생 고(故) 박모(39) 씨는 지난 5월 24일 쓰레기 지하 처리장 저장소에 빠져 숨졌다. 박 씨 가족은 고인을 경남 밀양의 선산에 모셨다. 그는 “선산에 별로 가고 싶지 않다. 한 번씩 눈을 감고 있으면, 안치실에 있던 동생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의 동생은 사고 당일 혼자서 일했다. 2인 1조가 원칙이지만, 전체 직원이 채 10명이 되지 않는 이 작은 회사는 저녁 근무 인원을 1명만 배치했다. 오후 8시께 출근한 고인은 펌프가 고장나 ‘오수가 흘러나오니 저장소 속으로 들어가보겠다’고 회사에 알렸다. 기계가 노후해 하루이틀 고장난 것도 아니니, 혼자 확인해보면 된다고 했다고 한다. 그날 밤 10시께 저장소에 들어간 뒤부터는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다.
CCTV에는 물이 고여 미끄러운 바닥 위에서 현기증을 느낀 듯 어지러워하던 그가 이내 저장소에 잠기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박 씨는 “CCTV 속 동생은 장화와 장갑에 면 마스크 정도만 갖춘 채 그 위험한 곳으로 들어갔다. 밀폐된 작업장이라 질식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나 교육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안전관리책임자 또한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만 선임하도록 돼 있는 탓에 별도의 책임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질식을 막을 안전 장구 단 하나, 고인의 작업을 곁에서 보조하는 동료 한 사람만 있었어도 참극은 없었을지 모른다.
고인이 죽었다는 명백한 사실을 두고도 박 씨 가족은 아직도 죽음의 이유를 알지 못한다. 관계기관 그 어느 곳도 고인의 사인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동생을 부검한 경찰은 사인을 ‘미상’으로 처리했다.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되지만, 공식화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노동청 또한 사건을 조사했고, 동생의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런데도 노동청은 동생의 죽음에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아직 사건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왜 고인이 저장소로 간 건지, 무슨 작업을 하다 변을 당한 건지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반복되는 사고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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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에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 업체 직원 A 씨 사고 현장. 국제신문DB |
집안 막내였던 고인은 사고 2주 전 가족 식사 자리에서 부모님에게 “곧 월급을 받아 등산복을 사줄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고 한다. 고인과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동생이 죽고 약 2달 뒤인 지난 7월 13일, 가족들은 식사 자리에서 또 다른 이가 음식물 처리업체에서 작업 중 숨졌다는 뉴스를 지켜봤다.
뉴스 아나운서가 읽어내린 사고 소식은 박 씨 동생이 당한 사고와 너무나 비슷했다. ‘오늘 새벽 3시 반쯤 부산 기장군 음식물 쓰레기 처리 업체에서 청소업체 노동자 50대 A 씨가 음식물 쓰레기 저장고에 빠졌습니다. 이어 같은 업체 소속 B 씨도 A 씨를 구하려고 저장고에 들어갔다가 빠졌고 구조대가 출동해 두 사람을 구했지만, A 씨는 숨졌고 B 씨는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인과는 다른 공장에서 숨진 A 씨는 당시 약 3m 깊이의 지하 저장소 위에서 차량 탱크로리에서 버리고 남은 쓰레기를 정리하던 중 바닥에 미끄러지면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은 물기가 많은 현장 특성상 바닥에 미끄러지는 사고가 많은 탓에 발을 조금만 헛디뎌도 곧장 목숨을 잃는 이곳에서 별다른 장구도 없이 하루에 수백 t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야 한다. 박 씨의 동생도, A 씨도 그렇게 삶터에서 죽었다.
박 씨는 “뉴스 말미에 동생의 소식도 짤막하게 소개됐다. 어머니는 도저히 밥을 먹지 못하겠다며 숟가락을 내려놨다”고 했다. 그는 또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노동청에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관할지청이 할 일’이란 답변만 들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관계 기관이 좀 더 신경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공동기획 : 안전보건공단·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