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적 소유자인 조합은 이미 해산
- 실질적 소유자 노인들만 내쫓겨
- 지역 정치권, 소액 보상 중재 중
판자촌 철거에 대응해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주민이 쌈짓돈을 모아 지켜낸 황령경로당(국제신문 지난달 30일 자 8면 보도)이 결국 폐쇄될 처지에 놓였다. 경로당의 법적 소유자인 전포3동주택개량사업제2조합이 40여년 전 해산되면서 소유자가 없는 상황이다. 경로당 매각 대금은 국고로 귀속된다. 경로당의 점유자이자, 실질적 소유자인 노인들은 경로당이 재건축을 추진하는 A 추진위에 팔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1979년부터 지켜온 사랑방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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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부산진구 전포3동 황령경로당에 걸린 철거 안내문. 경로당 제공 |
28일 부산진구에 따르면 지난 16일 황령경로당을 철거한다는 안내문이 건물에 내걸렸다. 다음 달 30일까지 철거 작업이 진행돼 오는 30일부터는 경로당을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혔다.
부산진구의회 김동효(국민의힘) 의원의 설명을 들어보면, A 추진위는 매도청구 소송으로 경로당 부지를 매입했다. 원래 경로당의 등기상 소유자는 전포3동주택개량사업제2조합이었다. 그런데 이 조합은 주택개량 재개발 사업이 끝난 뒤인 1979년 소멸했다. 현재 땅을 팔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A 추진위는 법원에 청산인을 지정해 달라고 신청했고, 선임된 변호사를 통해 법원에 공탁금을 내고 땅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A 추진위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11월~지난 3월 경로당의 법적 소유자인 전포3동주택개량사업제2조합 등 이미 해산한 조합 3곳 명의의 일대 85개 필지를 30억 원에 매입했다.
경로당 노인들은 A 추진위가 법원에 건 공탁금을 받을 수 없다. 공탁금을 찾아갈 수 있는 이는 법적 소유자인 조합이지만, 이미 해산해 불가능하다. 결국 법원이 보관 중인 공탁금은 시효 10년이 지난 뒤 국고로 귀속될 전망이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오랜 시간 이곳을 점유해온 것은 맞지만, 관련 권리를 행사하려면 소유권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황령경로당은 한 번도 어르신들의 소유였던 적이 없어 행정적으로 도울 방안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황망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황령경로당 최영치 회장은 “경로당이 언제, 누구에게 팔렸는지도 모른 채 쫓겨나게 됐다. 40여 년 전 철거 위기에서 지켜낸 경로당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정치권이 사랑방을 잃게 된 노인들을 도울 방안을 찾고 있다. 김 의원은 “어르신들이 사용하던 경로당이 재개발을 추진하는 조합에 의해 철거되는 경우, 비공식적으로 재건축 조합에서 1000만~2000만 원의 보상을 하는 관례가 있다. A 추진위 측에 적절한 보상을 요청해 상호 합의가 이뤄지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