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에서 세계적 모범 사례로 꼽히는 나라가 프랑스다. 수도권의 과도한 인구 집중과 지방 낙후, 지역 간 심각한 불균형 문제를 안고 있던 프랑스는 오랜 기간 공공기관 이전 등 다양한 균형발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면서 효과를 봤다.
학계의 이 분야 전문가인 배준구(사진) 경성대 명예교수는 핵심적 요소의 하나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연계한 ‘경쟁거점’ 육성 정책을 꼽는다. 프랑스는 2000년대 들어 새로운 지역혁신정책으로 경쟁거점을 도입했다. 우리나라의 혁신 클러스터(산학연관)에 해당하는 경쟁거점은 일정 권역에서 기업-대학-민간·공공 연구기관-자치단체 등이 파트너십을 형성해 혁신적 사업을 공동 수행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 같은 글로벌·국가 단위의 경쟁거점은 모두 71개에 이른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기업과 교육·연구기관 등이 주체가 되고, 지자체와 공공기관·중앙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상향식 구조라는 것이다.
게다가 프랑스의 지역 혁신정책은 재정적 지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민관 협력 거버넌스 혹은 민간 주도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배 교수는 지적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지역에서 산학연관 협력을 표방하면서도 거버넌스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외 프랑스의 지역별로 설립된 공공인큐베이터 시스템도 눈여겨볼 대상이다. 이는 지역 산업 및 혁신 클러스터와 긴밀하게 연계해 지역 발전에 기여한다는 평가다.
배 교수는 특히 프랑스의 자치단체 간 다양한 연계·협력과 그를 통한 광역권 육성 정책이 꾸준히 진행돼 온 데도 방점을 찍는다. 프랑스는 지방분권에 따른 자치단체의 중복 행정과 지역 갈등, 규모의 불경제 같은 문제를 광역권 정책으로 보완해 왔다는 얘기다.
이들 정책이 복합 작용하면서 프랑스는 비수도권의 도시·농촌 대부분 지역에서 인구 증가와 발전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급격하게 증가하던 수도권 인구도 비수도권 지역 중심도시에 비해 순증가율이 낮은 양상으로 바뀌었다. 더욱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소득 격차가 줄어든 데다, 교육·연구기능의 지방 이전으로 인해 수도 파리로 향하던 인구이동의 흐름도 완화되었다.
프랑스 사례의 특징 중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정권 변화나 정권 교체에 관계없이 지방분권·균형발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이라고 배 교수는 덧붙였다. 구시영 선임기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