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의회·초록우산재단·LH 등 현안 논의
- 초등생이 직접 참여… 눈높이 제안 눈길
- “한 명에 주어지는 공간 2평 그쳐 답답”
- 층간소음 고려, 주거권 교육 등도 주장
- 관련 기관들 “현실적 제약” 어려움 토로
- 주거지원 평가 지표 개선에 한목소리
- 市 담당자 불참… “내년 주거실태 용역”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부산시의회가 지역 아동의 실제적인 욕구를 반영한 최저주거기준 개선 등 현안을 논의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특히 이번 좌담회는 그간 ‘주거 결정권’에서 배제돼왔다는 평가를 받는 아동이 당사자로 직접 참여해 이들의 눈높이에서 필요한 개선 사항을 요구했다는 점에선 눈길을 끌었다. 주최 기관 이외에 부산시 주거복지센터와 복지개발원, 한국토지주택공사 부산울산지역본부 등 기관 관계자가 좌담회에 참석해 아동 요구에 대해 실현 가능한 방안을 진지하게 따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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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부산시의회가 개최한 좌담회에 아동 대표로 참석한 곽예슬(가운데·동일중앙초 5학년) 양이 현행 최저주거기준 문제에 대한 아동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아동 고려한 최저주거기준 개선을”
“집은 엄마의 품처럼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가족과 어울리면서도, 각자의 공간과 사생활은 지켜줄 수 있는 조건들이 많이 필요해요.”
최근 시의회에서 열린 ‘부산 아동의 주거권 증진을 위한 주거 좌담회’에 아동 대표로 참석한 곽예슬(동일중앙초 5학년), 최서연(연제초 6학년) 양은 ‘집’을 이런 공간으로 규정했다. 가족이 함께 모여 어울릴 수 있으면서도, 각자의 공간이 보장돼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들은 ‘최저주거기준’에서 민감한 시기에 여가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야 하는 아동에 대한 고려가 담기지 않았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고시로 시행된 최저주거기준상 4인 가족의 경우 43㎡(13평)의 물리적 공간을 규정한다. 곽예슬 양은 “거실과 화장실, 부엌을 빼면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공간은 2평 정도다. 상상만으로도 답답하 느낌이 든다”며 “주거모니터링단 활동 과정에서 대부분 친구들이 면적 기준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연제구 아동의회에 소속돼 ‘우리가 만드는 최저주거기준’이라는 활동을 했다는 최서연 양은 “아동의 필요와 현실적인 욕구를 파악해야 한다”며 “가령 코로나19 시기인 만큼 노트북과 책상, 의자 등은 지금 아동에게 반드시 필요한 물품이 됐다. 층간 소음 문제에 대해서도 아동이 거주하는 집이라면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의회 활동 과정에서 또래 친구 대부분이 ‘아동 주거권’ 개념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학교에서 아동주거권과 최저주거기준에 대해 우리에게 교육해주면 좋겠다. 좀더 많은 학생들이 아동의 성별과 나이, 장애유무를 고려한 주거아동 서비스 확대의 필요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 대표의 발언 이외에, 이날 좌담회장에 전시된 그림 10여 점에도 아동이 생각하는 거주 공간에 대한 바람이 여과 없이 담겼다. 눈길을 끈 건 ‘행복한 우리집’이라는 작품이다. 이 그림을 그린 아동은 집 한가운데 원탁에 둘러앉아 식사하는 가족 4명의 모습을 묘사했다. “저녁 시간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설명과 함께다.
그런데 다른 그림들과 구별되게, 이 그림 속엔 가족 구성원 중 아빠가 포함되지 않았고, 각자의 방도 그려지지 않았다. 대신 엄마가 앉은 의자 바로 뒤편엔 개수대가, 언니의 의자 뒤편으론 딱 붙은 신발장과 현관이 보인다. 신발은 모두 6켤레. 이 아동 가족에게 집은 충분한 휴식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쉼터일까.
■“평가기준 개선하고 기초 용역부터”
아동대표 측 제안에 대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아동옹호센터 박정연 소장은 ‘꿈 같은 제안들’이라고 표현했다.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실제 이들의 제안이 실현되는 데 현실적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4월 출범한 부산시 서부권 주거복지센터 김승학 센터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 여건이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특히 아동 가구에 대한 솔루션 제공에 한계가 있다”며 “현업 부서 입장에서 보면 아동 가구에 대해서는 좀 더 방이 많은 매입임대주택을 연결하는 등 유연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또 신규 주택 등 우선권 또한 아동 가구에 우선 부여하는 방향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관리 등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부산울산지역본부 임대공급운영부 박상규 차장은 “공사가 공급하는 건설임대주택의 경우 대개 도심지가 아닌 외곽에 위치하고, 이에 따라 집 자체 여건이 아동 가구에 부합하더라도 학교와의 거리 등 문제로 입주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했다. 복지센터와 주택공사 측은 또 “현행 주거지원 평가는 질적 개선보다는 양적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평가를 받아야 하는 수행기관 입장에서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이 같은 지표가 개선되면 각 기관의 실무적 변화도 뒤따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애초 참석을 약속한 부산시 주택정책과는 이날 좌담회에 불참했고, ‘대외비’를 들어 좌담회 관련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다만 통화를 통해 기자에게 “시는 현재 지역 아동 주거 실태와 관련한 어떠한 자료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며 “실태 파악 및 정책 마련 용역을 위해 내년 예산 2억 원 편성을 요청해둔 상태다. 용역을 마친 뒤 관련 정책 마련 등 동력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기획: 국제신문·초록우산 어린이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