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인재육성장학재단 관계자] “개천에서 용 나서 서울 사람이 되거든요. 서울에 올라간 애들은 거기 자리 잡고, 직장도 구하고, 수도권 인재가 되는 거고….”
‘명문대 입학 지원금’을 아십니까. 비수도권 고교생이 이른바 ‘SKY’라 불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진학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장학금입니다. ‘성적 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논란에도 경남 양신시와 남해군은 지난해까지 1인당 최대 16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부산 동래구는 수도권 대학 진학자를 위해 기숙사도 제공합니다. 명문대장학금이나 기숙사를 제공받은 인재들은 졸업하면 고향에 돌아올까요? 아니면 서울사람이 될까요? 뉴스레터 ‘뭐라노’가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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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기준 경남권 명문대 입학 지원금 지급 현황. 오찬영PD |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장학재단 중 ‘명문대 입학 지원금’을 지급하는 곳은 지난해 기준 30곳. 경남 산청군과 의령군은 지난해까지 1200만~1500만 원을 졸업할 때까지 나눠서 줬습니다. 300만 원(합천군)~500만 원(창녕군)을 일시불로 준 자치단체도 있습니다.
● 명문대 장학금 지급 현황(2020년 기준)▶ 하동군(4년간 등록금 전액)
▶ 양산시·남해군(최대 1600만 원)
▶ 의령군(최대 1500만 원)
▶ 산청군(최대 1200만 원)
▶ 창녕군(최대 500만 원)
▶ 합천군(최대 300만 원)
부산 동래구처럼 수도권 대학 진학자를 위해 기숙사(동래학숙)를 운영 중인 자치단체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명문대 장학금’이나 기숙사를 제공받은 ‘인재‘들은 고향에 정착힐까요. 취재팀이 명문대 장학금을 지급하는 자치단체에 문의했더니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통계는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오히려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수도권에 정착한다는 통계는 많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 데이터에 따르면 4년제 수도권 대학 졸업 후 비수도권으로 취업한 비율은 10.8%인데 비해 비수도권 대학 졸업 후 수도권으로 취업한 비율은 33.3%입니다. 자치단체에서 지원 해봤자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셈입니다.
[박주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 “명문대 장학금이나 학숙 제공에 대해서는 지자체 장학재단들이 개선하고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명문대나 수도권 진학자에게 몰아주었던 혜택만큼 지역인재가 타 지역에 유출되는 걸 방지하고 재정착률이 높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인 상황이고. 수도권처럼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의 학생들이 유리하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요. 정작 지역에서 정주할 수 있는 인재들이 육성되지 못하고….”
논란이 확산하자 ‘명문대 진학 장학금’을 유지해온 30곳 가운데 22곳이 올해부터 폐지하거나 폐지를 검토 중입니다. 경남에선 남해군·창녕군·합천군·산청군·의령군 하동군·양산시가 올해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경북 청송군과 울진군은 계속 지급한다는 입장입니다. 경북 군위군과 고령군 영덕군 봉화군은 폐지를 검토 중입니다.
[양산인재육성장학재단 인터뷰] “양산에서 서울대 연대 고대 가면 대단한 거죠. 그래서 모두가 인정하는 우수 대학 8개를 정해놨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인식이 바뀌는 것도 있고, 개천에서 용 나서 서울 사람이 되거든요. 지금은 이 지역에서 계속 일꾼으로 있을, 이 지역을 맡아서 나아갈 사람을 지역 인재라고 보는 경향도 있어요. 그러면 이제 양산시도 적극적으로 바꿔보자 해서 움직이게 됐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지역인재’에 대한 정의도 변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비수도권 의대·약대·치의대·간호대·한의대 지역인재 전형 기준을 2028학년도부터 ‘해당 대학 지역 소재 고등학교 졸업’에 ‘비수도권 중학교 졸업’을 추가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자치단체들도 지역인재를 ‘지역에 남아 지역을 맡아 나아갈 사람’으로 보고 있습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말은 지역 육성이다 하면서 사실상 수도권 중심의 모든 정책들이 심화되고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양상인데, 한 두 가지 정책으로 풀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가장 큰 건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야 되는 것이고, 격차를 해소해가기 위한 사회적 논의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 이런 것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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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막한 영산대학교 캠퍼스 일대. 오찬영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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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비수도권 대학 상당수가 신입생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지금, 진짜 지역에 남아 지역과 함께 성장할 인재 육성 정책이 필요한 때 아닐까요. 뭐라노가 전해드렸습니다. 오찬영 PD chxxyxx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