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횡단신호 짧고 대형 차량 많아
- 주민 “보행 안전한 육교 개설을”
- 구 “철거추세 역행…비용 100억”
보행환경 개선이라는 행정 기조 속에 부산 시내 육교가 철거되고 있는 상황에서 강서구 명지동 주민이 100억 원짜리 육교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은 왕복 12차로 도로의 보행자 안전을 앞세우고 있지만, 구는 예산 문제와 육교 철거 기조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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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강서구 명지1동과 명지2동을 나누는 르노삼성대로 명호사거리 일대. 배지열 기자 |
20일 강서구와 명지1·2동 주민의 말을 종합하면, 2개 동의 경계에 있는 르노삼성대로에 육교를 신설해달라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주민은 명지1동의 명지국제신도시와 명지오션시티가 들어선 명지2동 사이를 가로지르는 12차로 도로의 폭이 넓어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곳 횡단보도의 보행신호 시간은 약 30초로, 명호사거리 명호지하차도 교차로 등 인근 횡단보도의 보행신호와 비슷하다. 주민은 보행신호 시간이 다소 짧은 것도 문제지만 이곳 도로에 대형 차량이 많이 다니는 만큼 어린이와 노약자 등 보행 약자를 위해 육교 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현숙 명지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녹산공단을 오가는 트레일러 차량이 많다 보니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불안함이 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육교가 신설된다면 보행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육교가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북 전주의 호남제일문 육교와 경기 수원 명당골 동그라미 육교 등은 지역 상징물이자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구는 예산 문제로 육교 신설이 어렵다고 밝힌다. 구 건설과 관계자는 “엘리베이터를 포함해 최소 4개의 진입로가 필요한 육교 건설에 시비 지원 없이 순전히 구비로 100억 원 이상의 사업비를 부담해야 해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보행환경 개선 차원에서 육교가 사라지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도 구로서는 부담스럽다. 부산에서는 보행환경 개선 사업을 통해 시내 육교 100개를 철거하고 횡단보도로 전환했다.
구는 대안으로 보행신호를 기존 30초에서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일대 교통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민은 도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육교가 필요하다고 반발한다. 명지1동의 한 주민은 “보행환경 개선도 가능한 곳에 해야지 다른 곳보다 폭이 넓은 대로에 천편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건 탁상행정이 아니냐”고 말했다.
강서구 인구 약 14만 명 중 명지1동이 5만 명, 명지2동이 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육교 설치 민원에 대한 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