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업 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882명이다. 매일 2.4명씩 일하다 목숨을 잃은 셈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평범한 노동자는 누군가의 아들과 딸, 남편이자 아내, 부모의 이름으로 일하다 세상과 이별했을지 모른다. 살고자 일한 곳에서 역설적으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위험한 산업 현장은 지금도 암처럼 퍼져 있다.
27일 오전 부산고등법원 앞에서 열린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고 정순규 씨 사망 2주기 기자회견은 이 같은 악의 고리를 끊어내자는 뜨거운 절규였다. 정 씨 아들 석채 씨를 비롯해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고 김태규 씨 어머니와 누나, 고 김동준 씨 어머니 등 산재 사고로 가족을 잃은 전국의 유가족들이 모여 안전한 산업 현장 마련을 촉구했다.
석채 씨는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고 며칠 뒤 현장에는 전에 없던 안전 그물망이 설치됐고 비계 골조는 벽 쪽으로 붙어 추락 위험이 없게끔 바뀌었다. 위험한 현장임을 알았고 하루 만에 모든 안전장치를 완성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한 결과 아버지는 사망하셨다”며 “안전 부실로 사람이 죽어도 벌금 조금 내면 끝인 사회에서는 제2, 제3의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더는 기업 살인의 희생양이 나오지 않도록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과 제도는 국가의 몫이다. 지난해 산재로 사망한 882명은 분명 국가의 책임 영역 안에서 죽었다. 안전한 산업 환경을 규정하고 제대로 지켜지는지 관리, 감독해야 할 공권력의 빈틈 속에서 허망하게 때로는 외롭게 죽음을 맞이해간 것이다. 지난 6월 광주 학동에서 일어난 붕괴 사고 역시 해체계획서가 부실했던 것은 물론 안전 관리와 감리 업무 또한 미비한 상태로 진행되다 9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사회적 타살과 다름없다.
안전한 산업 현장을 만들겠다는 사업주의 확고한 철학과 의지도 중요하다. 노동자의 생사존망이 더는 개인 혼자의 몫일 순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노동자의 안전이 사업주의 시혜에 기대야 하는 현실은 비정상이다. 개인의 능력을 벗어난 위험 현장을 사업주가 안전하게 보호해줘야 한다.
산재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남은 유가족을 위로하고 이 땅의 많은 노동자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선 정확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사과, 그리고 제대로 된 처벌이 수반돼야 한다. 이는 국가와 사업주 모두의 역할이다. 세상에 당연한 죽음은 없다. 연이은 산재 사망에 우리 사회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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