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소수 품귀 사태가 물류 영역 넘어 일상도 위협하고 있다. 아직은 아슬아슬한 일상이 유지되고 있지만, 자칫 사태가 장기화하면 생활폐기물(쓰레기) 수거, 어린이 등·하원, 치안 등 생활 속 모든 영역에서 큰 혼란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의 폐기물 수거 차량은 지난해 12월 기준 모두 1139대다. 기초단체가 직영하며 직접 소유한 차가 177대고, 나머지 962대는 민간 위탁 업체의 차량이다. 기초단체 소유 차량 중 112대(63.3%)는 요소수 주입이 필요하다. 민간 위탁 업체 차량은 아직 현황이 파악되지 않았다.
현장은 ‘아직은 버틸 수 있다’는 분위기다. 동래구의 한 수거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차량 30대 중 5대만 요소수를 쓴다. 비축분도 4개월 치를 보유하고 있다. 업체마다 사정 다르겠지만 대부분 2015년 이전부터 써온 차량이라 큰 무리는 없다고 느낀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원생 등·하원 시 준중형버스 등을 사용하는 어린이집은 만일의 사태 대비하고 있다. 부산어린이집연합회는 지난 8일부터 각 어린이집 통학 버스 현황과 요소수 비축분 등을 파악하고 있다. 박기남 회장은 “직접 차량을 소유해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어떻게든 요소수를 구해 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광버스 업체와 계약을 맺고 차를 빌려 쓰는 곳은 업체 사정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며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부산 어린이집(1670곳) 유치원(380곳)에서 운영 중인 통학 차량은 모두 1918대다.
농가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하우스 농업이 많은 강서구의 경우, 2~5월에 재배·추수가 끝나는 토마토 농가는 별문제가 없다. 그러나 사계절 내내 수확이 이뤄지는 채소 농가는 요소 비료를 구하지 못해 울상이다. 부산친환경영농조합법인 공우욱 대표는 “보름 전부터 요소 비료나 종합 비료를 구하지 못해 시름을 앓는 농가가 꽤 있다. 농협에서도 재고가 없이 못 판다는 입장이다”고 한숨 쉬었다.
치안에도 비상이 걸렸다. 경찰청은 지난 5일 지역 경찰청에 경유를 쓰는 112·교통·형사순찰 등 긴급 출동 차량은 본래 용도로만 사용하고, 관서별로 경유차보다 휘발유, 친환경 차량을 먼저 배차하도록 하는 지침을 내렸다. 부산경찰청에서 요소수를 쓰는 차량은 기동대 버스와 형사 봉고차 등 모두 110대 정도다. 다만 비축량이 충분해 당분간 치안 공백 없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안 문제라 구체적으로는 밝힐 수 없지만, 요소수를 충분히 비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도 7개월치 요소수를 보관 중이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물류·건설 분야와 달리 일상 생활에 큰 문제가 없지만, 요소수 사태가 길어지면 어느 곳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부산시는 각 구·군이 긴급히 필요로 하는 요소수 수량을 파악하고 나섰다. ‘쓰레기 대란’을 우려한 일부 지자체는 생활폐기물 수거 민간위탁 업체의 차량에 필요한 요소수까지 요청한 상태다.
각 기초단체가 비축한 요소수도 천차만별이다. 1380ℓ를 보유하고 있는 기장군과 달리, 동래 강서 영도구 등 이미 물량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곳도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기초단체가 넉넉하게 요소수를 확보하고 있더라도 상황에 따라 타 지역 보건소 차량 등 필요도가 높은 곳에 배분될 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민간에 나눠주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응 외에 지자체 차원에서 요소수 수급 방안을 마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박호걸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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