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 밖 나온 정신장애인 가족들 "편견과의 싸움은 마라톤"

부산 가디언스 클럽

  •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  |   입력 : 2021-11-18 19:00:59
  •  |   본지 1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아이고, 예쁘네요” “균형감이 있고 색깔도 녹색이라 느낌이 좋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한바탕 칭찬 한마당이 벌어졌다. 이날은 한 달여 과정을 거쳐 부산 ‘가디언스 클럽’의 로고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그동안 ‘그늘’에서 자기 존재를 잘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던 정신장애인의 가족들이 이제부터 적극적으로 ‘세상’으로 나와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치겠다는 다짐과 발표의 자리이기도 했다.
지난 16일 오후 해운대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부산 정신장애인 가족 자조모임 ‘가디언스 클럽’ 회의에서 회원들이 새로 정한 로고를 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가디언스 클럽’ 새도약

- 부산 재활시설 4곳 50명 연대
- 정신장애인 가족들의 자조모임
- 로고·‘8福 조언’ 등 브랜딩 활동

# 편견과 함께 싸우는 회원들

- 혼자 ‘정신 고생’ 겪는 보호자들
- 정보 제공 도우미·조력자 자처
- 당사자 회복 지원·교육 등 도와

# 인식 개선·회복 교육 앞장

- ‘보도 미디어 가이드라인’ 성과
- 재활시설 지역 편차 해소 요구
- 장애인 쉼터 ‘지원주택’ 호소도

■ 세상 밖으로

가디언스 클럽은 부산 지역 4개 정신 재활 시설의 ‘정신장애인 가족 자조 모임’으로 2009년 첫발을 내디뎠다. 서구 아미동에 있는 아미 가디언스 클럽을 시작으로 2014년 해운대 송국클럽하우스, 2017년 수영구 컴넷하우스, 사상구 소테리아하우스에서 가디언스 클럽이 만들어져 현재 4개 기관의 회원 50명이 연대하고 있다. 가디언스 클럽 회원들은 정신장애인이며 가족이다. 정신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면서 돌보고,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며, 서로 지원하면서, 교육·연대 활동을 한다. 정신장애 정책·제도 개선, 인식개선과 권익 옹호에도 관심이 높다.

가디언스 클럽은 이날 채택한 로고를 펼침막·알림판·옷·모자 등에도 새겨 알려나갈 계획이다. 이런 브랜딩 사업을 계기로 공식 활동 사업을 늘려나간다. 해외 교류를 염두에 두고 영어 로고와 서체도 정했다. 회원 우연옥 씨는 “우리가 직접 정한 로고를 보니 이렇게 조금씩 발전해왔나 싶고 뿌듯하다. 희망을 주고 안아주는 가디언스 클럽의 취지와도 잘 맞다”며 가디언스 클럽의 새 출발을 반겼다.

이날 가디언스 클럽은 ‘정신장애인 가족을 위한 8가지 조언’(8福 조언)도 채택했다. 비슷한 내용의 지침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의료 목적에 쏠린 전문적 내용이라 공감을 사기 어려웠다. 가디언스 클럽 ‘8복(福) 조언’은 실제로 정신장애를 앓는 이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돌보고 지지하는 가족들이 함께 만들어 한결 세심하고 알차다. 감수를 맡은 정신과 전문의가 ‘누가 어떻게 만든 거냐’고 물었을 정도라고 한다.

1. 가족의 병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합니다.

2. 가족이 병을 인정하고 치료과정에 적극적으로 협력합니다.

3. 가족(자녀)을 성인으로 대하고, 가족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나눕니다.

4. 격려와 경청이 회복을 촉진합니다.

5. 지역사회자원(행정복지센터, 정신재활시설,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6. 가족이 먼저 건강한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7.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위기계획을 세웁니다.

8. 회복은 마라톤과 같습니다. 포기하지 마십시오.

특히 가족 구성원의 정신건강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디언스클럽 정유찬 회장은 “정신장애를 앓는 당사자에게도 격려와 경청이 필요하지만, 가족끼리도 서로 챙기고 위로해야 마라톤 같은 회복 과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럿이 함께

이날 행사를 마친 회원들은 그동안 사회에 이야기하지 못한, 아쉬운 점을 쏟아낸다. 가디언스 클럽에는 짧게 8년, 길게 20년 이상 정신 장애를 앓는 당사자를 수발하는 가족이 활동한다. 일단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 정신장애를 진단받으면 정보가 부족해 우왕좌왕한다. 백숙기 회원은 “병원에서는 약물치료 정도만 해준다. 집에 오면 그때부터 막막하다. 국가 차원에서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교육하면 좋겠다. 우리 같은 모임이 있음을 알리는 전단지라도 병원에 비치하면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정신재활시설 문제도 꼬집었다. 현재 부산에 정신재활시설이 20곳 있지만, 강서·동·북·중구에는 한 곳도 없다. 시설 수준도 차이가 난다. 당사자와 가족은 먼 거리를 오가야 한다. 유월숙 회원은 “처음에 여러 시설을 찾아다녔는데 대부분 열악해 아이도 나도 힘들었다. 적어도 구마다 하나씩 시설을 갖추고 정신장애 도우미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자체 제작한 ‘정신장애 보도 미디어 가이드라인 2.0을’ 발표(국제신문 지난 9월 20일 자 2면 보도)하는 등 성과도 내고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인격장애와 정신질환을 묶어서 보도하지 않는다 ▷정신질환과 범죄와의 인과관계를 팩트 체크하여 기사를 작성한다 등 5개 항목이 포함됐다.

정신장애인 가족이 이렇게 ‘용기’를 내 활동에 나서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일단 주변에 가족이 정신장애를 앓는다는 걸 알리기 두려웠다.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할까 걱정이 앞섰다. “사실 (가디언스 클럽)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아이를 다그치고 혼내기만 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고통스러웠죠. 활동을 하면서 교육받고 병에 대해 알게 되니 내 방식이 틀렸다는 걸 깨닫고 고쳐나가고 있습니다. 주변 정신장애인 가족에도 우리 모임 활동을 권유하고 홍보합니다.” 아이가 학창 시절 정신장애 진단을 받은 곽순남 씨는 혼자 겪던 힘든 시기를 다른 가족과 함께하면서 이겨내고 있다.

가디언스 클럽 활동을 통해 전문가로 거듭난 가족도 있다. 정유찬 회장은 ‘정신장애인 가족지원 활동가’로서 인권교육 가족강사 자격을 취득해 교육을 다닌다. “정신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거의 대학원 석사 수준으로 공부하면서 좋다는 데는 다 좇아다니고 병을 치료하려고 애씁니다. 예전보다 정신장애를 앓는 사례가 많아지는 만큼 부산시와 정부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부터 새로

가디언스 클럽은 그간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던 태도를 바꿔, 앞으로 외연을 확장하면서 혼자 힘든 과정을 견디는 정신장애 가족을 품을 계획이다. 부산 정신 재활시설(20곳)과 정신건강복지센터(16곳)의 가족을 이끄는 리더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첫걸음은 정신장애인이 퇴원한 뒤 생활 적응을 위해 필요한 ‘지원주택 신설’ 사업이다. 지역사회 전환시설인 지원주택은 정신장애인이 사회 복귀를 앞두고 치료받으면서 쉼터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가디언스 클럽은 지난 6월 최영아 부산시의원을 만나 이 문제를 제기했다. 회원 김옥선 씨는 “수도권에서는 전문가 도움을 받아 지원주택에서 생활하면서 재발률을 현저하게 낮추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부산에는 전환시설이 전무하다. 사회와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끊기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정신장애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은 갈 길이 멀다. 2019년 경남 진주에서 안인득이 벌인 사건의 원인이 정신장애로 알려지면서 편견은 심해졌다. 정신장애인도 활발하게 사회와 접촉하면 나아질 수 있다. 박미옥 아미정신건강센터 원장은 “우선 이들도 우리의 이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직장인 대상 장애인 인식개선 의무교육이나 각종 봉사활동에 정신장애인과 어울릴 기회를 많이 가지도록 노력하면서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숙 송국클럽하우스 소장은 “정신장애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당사자와 가족을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과 만나고 접촉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 편견을 바꾸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 가디언스 클럽 연혁

2009년 

아미 가디언스 클럽 창립

2014년

송국클럽하우스 가디언스 클럽 창립

2017년

컴넷하우스 가디언스 클럽 창립

2019년

부산 소테리아하우스 가디언스 클럽 창립, 가디언스 클럽 연대 구축

현재 

정신재활시설 4개 기관, 50명 연대


◇ 가디언스 클럽 현황

정신장애인 가족 자조모임

미션
(존재이유)

정신장애인 가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조력자

핵심사업

가디언스 가족지원 활동, 가디언스 교육 및 연대활동, 정신장애 정책 및 제도변화 활동, 인식개선 및 권익옹호 활동

핵심가치

마음공유, 신뢰존중, 도전성장

비전
(향후목표)

가디언스 클럽이 부산시 정신재활시설과 정신건강복지센터 가족을 이끄는 리더가 되는 것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센텀2지구에 조선 R&D 클러스터 센터 건립을”
  2. 2부산맛집 밀키트 ‘배민’으로 전국 갑니데이~
  3. 3달릴수록 적자鐵…국가보조금, 노인 운임 일부부담 등 해법
  4. 4골프장 카트·캐디 이용 강제 금지
  5. 5[단독] 롯데 반스 “KBO 커쇼 되겠다…체인지업 주무기로 승부”
  6. 6부산 북구청장 후보군 출판회 경쟁
  7. 7이동 풍력발전기 개발 눈앞…세계시장 ‘게임체인저’ 기대
  8. 8홍준표 전략공천 요구에 윤석열 공정 원칙 내세워…갈길 먼 원팀
  9. 9서부국과 함께하는 명작 고전 산책 <35> 감시와 처벌-미셸 푸코(1926~1984)
  10. 10[사설] 부산롯데타워 둘러싼 논란 결자해지가 답이다
  1. 1부산 북구청장 후보군 출판회 경쟁
  2. 2홍준표 전략공천 요구에 윤석열 공정 원칙 내세워…갈길 먼 원팀
  3. 3한국·이집트, FTA체결 위한 첫걸음 뗐다
  4. 4한-이집트 정상, "FTA 공동연구시작·K9 자주포 도입 노력"
  5. 5양당 부산선대위 청년 토론배틀 붙나
  6. 6출당시키라는 불교계, 버티는 정청래…여당 당혹감
  7. 7“대미 신뢰 조치 재고” 북한 핵실험 재개 시사
  8. 8민주당 중앙선대외 부산서 대책 회의 "부산 대대적 지원 약속"
  9. 9윤석열 성에 안 찼던 부산선대위 발대식
  10. 10여당은 해양인, 야당은 직능인…부산선대위 세몰이
  1. 1“센텀2지구에 조선 R&D 클러스터 센터 건립을”
  2. 2부산맛집 밀키트 ‘배민’으로 전국 갑니데이~
  3. 3이동 풍력발전기 개발 눈앞…세계시장 ‘게임체인저’ 기대
  4. 4두바이 다녀온 부산상의, 2030엑스포 유치 지원 집중
  5. 5제주 남동해역서 닭새우 신종 1종 발견
  6. 6지방소비세율 인상의 역설…수도권에 돈 더 걷힌다
  7. 7엑스포 유치에 메타버스 활용
  8. 8“정부 CPTPP 가입 땐 수산업 기반 무너져”
  9. 9한국인 발에 최적…토종 아웃도어 슈즈로 효도하세요
  10. 10“세수추계 역대급 오류사태, 실패한 부동산 정책 때문”
  1. 1달릴수록 적자鐵…국가보조금, 노인 운임 일부부담 등 해법
  2. 2김해 내덕 ‘중흥S 클래스’ 내달 분양
  3. 3부산 오미크론 17명 늘어..."코로나 신규 이르면 내달 초 2만 명"
  4. 4오늘의 날씨- 2022년 1월 21일
  5. 521일 부울경 대체로 맑고 건조
  6. 6코로나 확산? 난 몰라... 부산 노래주점 일주일새 불법영업 두 차례 적발
  7. 7부산형 돌봄모델 '우리동네자람터' 올해 21곳으로 늘린다
  8. 8부산시창의융합교육원 탄소중립 실천체험시설로 탈바꿈
  9. 9부산환경공단, 기획재정부 혁신조달 경진대회 은상 수상
  10. 10부산시 “롯데타워 안 올릴거면 롯데백화점 광복점 문 닫아야”
  1. 1골프장 카트·캐디 이용 강제 금지
  2. 2[단독] 롯데 반스 “KBO 커쇼 되겠다…체인지업 주무기로 승부”
  3. 3“올해는 작년보다 나은 경기할 것”
  4. 4알고 보는 베이징 <3> 바이애슬론
  5. 5집토끼 산토끼 잡은 KIA…전력 유출 고민인 롯데
  6. 6‘백신 거부’ 조코비치, 100억대 후원 끊기나
  7. 7무승부 속출 일본프로야구, 3년 만에 연장 12회 부활
  8. 8마지막 시험대 오르는 국내파…누가 벤투호에 최종 승선할까
  9. 9알고 보는 베이징 <2> 컬링
  10. 10BNK 턴 오버 13개 남발…PO 교두보 놓쳐
다시! 최동원
최동원 음악회 기획서
코로나 디바이드 보고서
더 벌어지는 여가 격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