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이어 올해도 예산 미확보
- 1호선 객차 설치율은 33% 수준
- 도시철 2·3호선엔 한 대도 없어
지난 17일 새벽 2시께 부산대 온라인 게시판에는 ‘지하철역에서 난동 부리는 사람에게 폭행당했다. 도와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학생 A 씨는 지난 14일 밤 11시40분 도시철도 1호선 노포행 열차에서 난동을 부리던 50대 남자에게 폭행을 당한 피해자였다. A 씨는 늑골에 금이 가는 등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A 씨는 당시 도시철도 전동차 내 CCTV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혹시나 학우 중 당시 영상을 찍은 사람이 있을까 싶어 글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A 씨는 “피의자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처벌에 문제는 없겠지만 확실히 해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경찰에 문의하니 CCTV가 없다고 해 영상 제보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도시철도 내부 CCTV가 설치된 곳보다 설치되지 않은 곳이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는 지하철 내 범죄가 증가 추세라며 추가 설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사건이 벌어진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전동차 내 CCTV 설치율은 33%라고 21일 밝혔다. 총 51편성 중 17편성(136칸)에만 CCTV가 설치된 셈이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과 3호선에는 전동차 내 설치된 CCTV는 한 대도 없지만, 4호선에는 CCTV 설치율이 100%이다.
전동차 내 CCTV 설치율이 호선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건 법 때문이다. 2014년 도시철도법이 개정돼 열차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이 시점 이후에 투입된 전동차에는 CCTV가 설치됐지만, 이전 전동차에는 한 대도 안 된 셈이다. 그나마 1호선은 노후전동차를 신형으로 교체해 33%라도 CCTV가 설치돼 있다.
전문가는 지하철 내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예방을 위해서라도 CCTV 설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동의대 천정환(경찰행정학과) 교수는 “CCTV가 없으면 주변의 증언 등에 의존해야 해 범죄 규명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관계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건 책임 회피일 수 있다”며 “공공의 치안이 걸려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2016년 2839건이던 도시철도 범죄 건수는 2019년 3957건으로 약 40% 늘었다. 코로나19로 이동인구가 줄었던 지난해에도 3088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25일 오전 7시17분 서울 용산역에서 노량진역 향하는 1호선 급행열차 안에서 노숙인이 20대 여성 승객을 흉기로 위협, 성추행과 폭행 후 도주하는 일도 벌어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통공사는 지난해와 올해 CCTV 설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설치가 되지 않은 부산 도시철도에 CCTV를 다는 데는 예산 53억 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산교통공사는 “현재 국토교통부가 도시철도 내 CCTV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서 진행 중인 예산안 심사가 통과되면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며 “현재로선 예산이 없다”고 말했다.
박호걸 신심범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