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열린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제기된 ‘4대강 사찰 관여’ 의혹을 두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 기소된 박형준 부산시장이 26일 처음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사진=26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첫 공판기일에 출석한 박형준 시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부산지법 형사6부(류승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354호 법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시장 사건의 첫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오후 1시45분께 법정에 들어선 박 시장은 취재진의 물음에 “재판이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임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날 검찰은 박 시장 사건의 수사 및 기소 경위와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시장은 청와대 대통령실 홍보기획관으로 재직한 2008년 6월~2009년 8월과 정무수석으로 일한 2009년 9월~2010년 7월 국가정보원의 4대강 반대 단체·인물의 사찰에 관여했다. 국정원이 4대강 반대 단체 등을 사찰한 사실은 2018년 7월 KBS의 보도로 먼저 세간에 알려졌다. 그 뒤 지난 3월에는 사찰에 박 시장이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박 시장의 이름은 국정원의 내부문건 9건 중 ‘4대강 사업 찬반단체 관리방안 보고서’와 ‘4대강 사업 주요 반대 인물 및 관리방안 보고서’에서 등장한다.
검찰이 설명한 구체적 사찰 과정은 다음과 같다.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관 소속의 비서 또는 행정관은 박 시장의 승인 하에 청와대로 파견된 국정원 직원 김모 씨에게 사찰을 요청했다. 김 씨는 이를 국정원 정보비서관실에 전달했고, 국정원은 일일 청와대 주요요청 현황이라는 정리 문서를 작성해 국정원장에게 보고한 후 이 사항에 대한 업무 수행 담당자를 지정했다. 이 담당자는 청와대의 요청대로 보고서를 쓴 뒤 내부 절차에 따라 국정원장에게 보고한 후 밀봉해 김 씨에게 전달했고, 김 씨는 이를 다시 홍보기획관에 건넸다. 국정원 보고서를 받은 박 시장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이를 직보했다.
검찰은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한창이던 지난 3월~4월 박 시장이 자신에게 제기된 사찰 관여 의혹에 대해 ‘보고를 받은 적 없고, 사찰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하는 등 12회에 걸쳐 언론 등에 밝힌 것은 공직선거법상 당선 목적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공소사실을 두고 박 시장은 “인정하지 않는다”며 반론을 폈다. 박 시장은 “국정원 보고서라는 걸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몰상식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대통령은 직접 국정원으로부터 보고를 받는다. 뭣하러 수고스럽게 대통령이 전달을 받겠나.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국정원 정보 보고 문건은 청와대에 매우 자주 들어온다. 청와대가 (직접 국정원에) 요청한 문건이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13년이 지난 시기에 특정 문건을 제시하면서 ‘그 문건을 봤느냐’고 물으면 저는 기억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한편 박 시장 변호인단은 이날 역시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증명력을 문제 삼았다. 또 박 시장의 승인을 받아 사찰을 요청한 청와대 비서 또는 행정관이 누구인지도 특정하지 않은 채 기소한 뒤 무더기로 증인을 신청해 공소사실을 확인하려는 것은 공소권 남용이라도 공격했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앞두고 신청한 증인의 수는 26명으로, 대부분이 전·현직 국정원 직원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다수가 증인으로 신청된 건 변호인 측에서 (검찰이 2차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국정원 문서의 위·변조 문제로 증거 채택에 부동의한 것 때문”이라며 공소권 남용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양측은 국정원 직원의 증인 신문 방식에 대해서도 대립했다. 검찰은 신분이 노출돼선 안 되는 국정원 직원들을 위해 비공개로 신문을 진행하고 차폐막을 설치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이미 공개된 사안에 대한 증언을 받는 것이라 국가안보가 새롭게 유출될 우려가 없고, 변호인들이 증인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점 또한 납득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날 재판 중 박 시장의 지지자로 보이는 한 방청객은 박 시장이 변론을 마치자 박수를 치는 등 소란을 피워 법정에서 퇴장됐다.
재판부는 오는 29일 증거조사기일을 갖고 국정원 직원 등 증인들을 소환해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