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개발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았거나 제공을 약속받았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로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 27일 곽상도 전 의원과 권순일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앞서 지난 26일에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을 소환했다. 이들은 모두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50억 클럽’ 명단에 등장하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친분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곽 전 의원이다. 곽 전 의원은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준 대가로 아들 병채 씨를 취업시키고,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병채 씨를 두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고, 이날은 곽 전 의원을 상대로 김 씨에게 대장동 사업 이익금 일부를 먼저 요구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50억 원이 곽 전 의원 측에 흘러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는데, 곽 전 의원이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만큼 곧 수사팀이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 고문 변호사로 일했다.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 직원으로 근무하다 지난 6월 화천대유가 분양한 아파트 잔여분 1채를 시세의 절반 값으로 분양받았다. 그도 곽 전 의원처럼 화천대유로 성과급 50억 원을 받기로 약속됐으나, 곽 전 의원 아들 퇴직금 논란이 불거지며 실제 지급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특검의 인척은 대장동 아파트 분양 대행을 맡으며 김 씨 등과 돈거래를 하기도 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을 상대로 화천대유 측에 모종의 도움을 준 대가로 고문 변호사나 자녀 취업 등 대가를 받은 게 아닌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홍 회장과 권 전 대법관은 단순 의혹 해소 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권 전 대법관은 검찰은 의혹의 핵심인 재판거래는 수사할 의지가 없냐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50억 클럽’에 거론됐던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최재경 전 검사장은 아예 조사 대상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