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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35>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 겸 포스트극장 대표

창작 전통춤 창시자 “정부 홀대에도 30년간 명맥 지켰죠”

  • 김일출 Systems Wisdom Korea 대표
  •  |   입력 : 2021-11-28 19:18:2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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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무 등을 재해석해 만든 ‘춤본’
- 20세기 한국예술 대표 무용 1위
- 춤전문 월간지 ‘몸’·춤 극장 설립
- 대학생 공연 등 후진양성 앞장도

- “볼쇼이 등 해외무대 곳곳 섰지만
- 정부 도움 못 받은 서러움도 커
- 부울경 지역 독특한 춤문화 존재
- 지원 통해 무대예술의 격 높여야”

춤은 사람의 생각과 사상을 몸으로 표현한다. 사람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춤사위가 나온다. 그래서 춤은 문화인류학적 성격이 강하다. 그냥 동작의 기교만으로는 소통할 수 있는 춤이 되지 못한다. 한국 최고령 현역 (창작)무용가 김매자(78) ㈔창무예술원 이사장 겸 포스트극장 대표는 최초로 우리 전통춤을 구조화하고 시대성을 반영해 창작 춤으로 발전시켰다. 논문 ‘한국무용의 방향정립을 위한 이론적 고찰’(1973)을 썼고 역서 ‘춤의 인류학’(1993)과 저서 ‘한국무용사’(1995)를 출판했다.

‘춤이 인생의 전부’라는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이 “무대를 위해서라면 맨발로도 공연한다”며 사진 촬영을 위해 신발을 흔쾌히 벗어 던졌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
춤은 모든 예술의 어머니다. 춤의 존재는 모든 문화인류학적 요소들을 담아낸다. 민족 간에 춤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교류하고 비교하면서 원초적인 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전통의 우리 춤을 발전시켜나가려면 각자가 먼저 그 춤의 ‘어법’(語法)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형식적인 한국 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전통에 의한 구조적인 방법과 미학적인 면이 춤의 방법론에 반영돼야 한다.

한국 춤을 추는 무용인에게 무대에서 ‘전통’으로 향유하는 종목은 다양해졌다. 그런데 이 시대의 한국 춤, 즉 전통춤(무용) 방법론과 ‘춤 어법’에 관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하다. 전통춤을 창조적이고 독창적으로 재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우리의 전통춤과 한국 춤은 서양 춤을 받아들여 외형만 한국 춤이 되기 십상이다.

김 원장은 자신의 춤을 ‘길’(道)이라고 말한다. 춤이 자신의 삶이어서 춤의 길이나 삶의 길이 매한가지란다. 춤과 삶이 같아서 자신의 ‘춤의 길’이 곧 ‘삶의 길’이므로 이 세상에 그가 존재하는 한 그의 춤도 계속 함께하게 될 것이다. 그는 한국 창작 춤을 창시했고 그 춤의 ‘본’(本)을 세우며 연구와 강의와 공연의 길을 평생 걸어왔다. 한국 춤의 지성적 한계를 확장하려고 전문 월간지 ‘몸’을 만들고 국내 최초 춤 공연 전문 포스트극장도 설립했다. 이를 토대로 후진 양성과 국제 교류에도 다대(多大)한 성과를 이뤘다. “역사를 모르고 우리가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예술이나 학문에 있어서 우리가 역사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그를 지난 9월 29일 서울 홍익대 인근 포스트극장에서 만났다.

-한국 전통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김매자의 ‘춤 어법’을 만들었다.

신명나게 춤 추는 김매자 이사장. 김중만 사진작가 제공
▶무용가의 첫 길을 열어 준 스승은 황무봉(黃舞峰, 본명 황경락, 부산 출신, 1930~1995)이다. 고성 오광대 기본을 만든 그에게서 춤의 원리와 근본을 배웠다. 인간문화재 1호 김천홍에게서 궁중 무용에 관한 이론과 춤의 방향성을 공부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 한영숙에게 승무 살풀이 태평무를 이수받았다. ‘동해안별신굿’을 김석출에게서 배웠다. 부산에서 ‘용왕굿’을 첫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지산으로부터 ‘서울 굿’을, 박송암(스님)으로 부터 불교의식 무용인 작법을 배웠다. 천수경 바라춤도 배웠다. 스님들 외에는 이 춤을 출 수 있는 무용가가 없다. 전통춤을 기본으로 춤을 만들었다. 그것으로 ‘춤본’을 만들 수 있었다. 춤본I, II(1987년, 1989년)가 20세기 한국예술을 대표하는 고전 작품 무용 분야 1위(한국예술연구소,2 015)로 뽑혔다.

-잊지 못할 뉴욕에서의 첫 데뷔, 너무 서러워 울기도 했다는데.

▶1983년 뉴욕 리버사이드 댄스 페스티벌에 출연했다. 재직하던 이화여대의 박사 과정을 개설하기 위해 잠시 뉴욕대학에 가 있었다. 현직 교수 박사과정 유학생이었다. 2년여 머무르는 동안 참 많은 서러움을 당했다. 아무도 나와 한국 춤에 관심을 두지 않아 서러웠다. 애국적인 분한 마음, 우리 문화를 알아주지 않는 데 대한 분노가 생기더라. 4개월 (개인) 공연 준비 기간 하루 여섯 시간씩 연습에 매달려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국내에서는 제자들과 함께했지만) 그곳에서는 나 홀로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 비판적 비평으로 유명한 잭 앤더슨은 “김매자의 안무는 감미로우면서도 장중하다. 모든 춤의(격렬한 춤조차도) 형식은 제의 형태를 포함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1983년 11월 6일 자)에 썼다. 한 시간 홀로(솔로)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 몸과 정신을 함께 수련하지 않으면 무대에 설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한국 창작 춤의 활발한 국제교류를 이끌었다.

▶지난 8월 25일부터 29일까지 ‘세상의 너비, 시선의 깊이’를 주제로 제 27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를 개최했다. ‘동시대의 춤’을 추구해온 창무회의 철학을 바탕으로 ㈔창무예술원이 1993년부터 꾸준히 개최하고 있는 국제 규모 공연예술축제다. ‘전통의 현대적 계승과 확장’을 지향한다. 올해의 주제 ‘세상의 너비, 시선의 깊이’는 코로나19로 예측 불가능한 엄중한 현실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시선을 통해 생명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것이다. 이 예술제는 30여 년간 세계적 춤 교류의 장이 됐다.

-포스트극장은 춤 공연 전문 극장으로 주목받는 역할을 많이 했다.

▶전통의 다양함과 창작 춤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무용가를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포스트극장의 기획공연 ‘U댄스’를 통해 대학생이 공연을 올린다. 대학생들 간 춤 교류의 장이 되었다. 이곳에서 열리는 ‘드림앤비전’은 20대, 30대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다. 이곳을 거쳐간 많은 무용가가 어느덧 중견 무용가로 성장했다.

- 500만 원으로 36명의 단원을 이끌고 리옹 비엔날레에 갔다.

▶2006년 리옹 비엔날레에 우리나라는 두 단체가 참가했다. 일본은 30여 단체, 중국은 10여 단체가 참가했다. 우리 문화원에 추천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 기념행사에 리옹의 발레학교 교장이 초청을 받아 내한했다. 총괄기획자 ‘기 다르메’를 대신해 초청팀을 물색하던 그도 기자들의 질문에 “하나도 데려갈 단체가 없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 함께했던 ‘몸’지(誌) 편집장 박성혜로 인해 ‘창무회’ 초청을 받았다. 악사까지 36명으로 구성했다. 정부 지원은 500만 원에 불과했다. 수천만 원 빚을 내고 개런티 받아 충당했다. 일본 대사가 나를 찾아 격려할 때까지 대사관은 우리의 존재조차 몰랐다. 또 한 번 서러움이 북받쳤다. 많이 부끄러웠다.

-‘얼음 강’은 김매자 춤의 중심을 관통하는 자전적 이야기다.

▶고성 통일의 전망대에 가면 내 고향을 볼 수 있다. 금강산이 아련히 보이는 북한 땅 ‘고성’이다. 서울로 유학 간 큰 오빠는 국군이 되었다. 1·4 후퇴 후 아버지는 인민군에게 붙잡혀 고문을 받았다. 꿈에 나타난 할머니가 나를 안고 나가다 나는 밀쳐 두고 아래 동생을 안고 나갔다. 장티푸스를 앓던 그 동생은 다음 날 아침에 유명을 달리했다. 산에 숨어 있던 아버지는 당신 혼자 살 수 없다며 마을로 내려왔다. 온 가족이 사선을 넘어 남으로 걸었다. 북한군 초소를 지나며 교전 중인 총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밤을 새워 국군 주둔지 인근 동굴에 다다랐다. 어머니는 온몸이 피범벅이 됐다. 아버지의 결단이 아니었으면 탄광수용소에서 일생을 마쳤을 것이다. 장교로 근무한 큰오빠를 찾아 부산으로 갔다. 남성여중을 졸업하고 부산여고에 진학했다.

-자비로 30년 한국 춤 창작의 길에 매진했다.

▶내가 제자도 많고 유명세도 타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그 이름 뒤로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는지 이루 다 말하기 어렵다. 정부 지원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다. 부탁할 만한 곳도 없고 제대로 부탁도 못 해봤다. 내 힘으로 자비로 그렇게 30년을 버텼다. 리옹메종드라당스, 러시아 볼쇼이 제2 극장 등 세계 곳곳의 유명 무대에 섰다. 대한민국을 알렸다. 해외 공연만 500회에 달한다. 지금은 참 어렵다. 2년여 코로나19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문화예술 행정가들이 처절한 예술 현장으로 들어와 봐야 한다.

-부울경에 제자들이 많다.

김일출 Systems Wisdom Korea 대표
▶부울경 지역의 독특한 춤 문화가 있다. 지역 무용가들이 이를 지속해서 발굴해왔다. 제자들도 많다. 창극을 처음 시작할 때 같이 했던 김온경 선생은 신라대 교수를 역임했다. 부산 경성대 최은희 교수, 부산대 강미리 교수가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진주 경상대 김미숙 강인숙 임수정 교수도 제자다. 이들 제자는 중견을 넘어 원로의 경지에 이르렀다. 지역 춤 문화에 관한 이론적 방법론이 강구돼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

◇김매자 이사장은

▷1943년 강원도 (북한) 고성 출생, 1·4후퇴 1년 뒤 초겨울 월남 ▷학력 : 남성여중 부산여고 이화여대 체육학과 졸업, 경희대 대학원 석사 ▷경력 : 이화여대 무용학과 교수,한국무용연구회 초대 이사장, 창무 춤터 개관, 제24회 서울올림픽 폐막식 ‘떠나가는 배’ 총괄안무, ㈔창무예술원 이사장. 포스트 극장 대표, 춤 전문지 ‘몸’ 발행인, 전설의 무희 최승희-김매자가 추구하는 ‘민족의 혼’ 다큐멘터리 출연(일본 이와나미홀, 1998),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사업 김매자-카롤린 칼송 합작공연 ‘느린 달’(토월극장, 프랑스 퀴벡, 2006), 북경무용대 객좌교수(2017~2019) ▷주요 작품 : 침향무(1975) 숨(1977) 사물(1981) 꽃신(1981) 춤본Ⅰ(1986) 춤본Ⅱ(1989) 무천(1991) 일무(1998) 심청(2001) 얼음강(2002) 봄날은 간다(2012) ▷수상 :6야마모토 야쓰에상(일본 1999) 한국춤비평가상특별상(한국춤비평가협회, 2012, 2013) ▷주요 저서 : 한국의 춤(대원사, 1990) 춤의 인류학(역서, 미리내, 1993) 한국무용사(삼신각, 1995)

김일출 Systems Wisdom Kore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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