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사건 후 대응분위기 바뀌어
- 전문가 “제도적 뒷받침도 강화를”
부산의 한 지구대원들이 체포에 불응하는 조직폭력배를 테이저건과 전기 충격기 등으로 제압했다. 현장에서 물리력 쓰기를 꺼렸던 경찰이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을 계기로 과감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국제신문DB.
부산 동래경찰서는 지난 5일 오후 3시께 동래구 한 빌라에서 야구방망이로 아들 A(10대) 군을 폭행한 혐의(특수폭행)로 A 씨의 아버지 B(40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7일 밝혔다. 부산의 한 폭력조직 행동대원인 B 씨는 아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70㎝ 야구 방망이로 A 군의 머리 등을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 1시 30분 C 지구대는 “남자끼리 싸우는 소리가 심하다. 난리 났다”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 2명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흥분한 B 씨는 흉기를 자신의 목에 들이대며 “나가지 않으면 죽겠다”며 겁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대화를 통해 B 씨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A 군과 B 씨를 분리했다. 조사를 마친 경찰은 A 군을 병원으로 후송시키고, B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려 했다. 그러자 B 씨는 다시 흥분해 욕설과 몸싸움을 하며 반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증원된 경찰까지 모두 4명이 제압하려 했지만 90㎏이 넘는 거구라 쉽게 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경고 후 테이저건을 사용했지만 옷이 두꺼워 불발됐고, 이후 전기충격기와 수갑을 사용해 B 씨를 제압했다.
앞서 경찰은 현장에서 물리력 사용에 소극적이었다. 과잉 진압과 인권 침해 같은 논란에 휩쓸릴 수 있어서다. 경찰이 사용할 수 있는 물리력은 총 테이저건(전기충격기 포함) 삼단봉 수갑 등이다. 부산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C 경장은 “솔직히 그동안 경찰이 물리력을 적극적으로 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었다. 경찰 내부에서도 ‘물리력을 최소화하고 대화로 해결하라’고 교육받았다”며 “수갑 한 번을 쓰더라도 장비 사용 보고서를 작성해야 해 귀찮아서라도 최대한 말로 풀려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히 지난달 15일 인천에서 무장 경찰 2명이 50대 남성 한 명을 진압하지 못해 살인 미수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는 물리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라는 지시가 잇따랐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최근 “국민의 안전과 정당한 법 집행을 위해서라면 물리력을 과감히 행사하라”고 지시문을 내렸다. 부산 일선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D 경위는 “확실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장은 물론 지구대장까지 장비를 과감히 사용하라고 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도 적극적인 물리력 사용을 주문했다. 동의대 박철현(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금 경찰은 과거 군부독재 정권 시절 인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던 것과 다르다. 이미 민주화됐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물리력을 사용해 국민과 경찰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며 “업무 중 발생하는 돌발 사고에 대한 면책 등의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해 경찰이 머뭇거리지 않게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걸 김민정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