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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마을' 혁신을 찾아서 <44> 울산 남구 삼호그린빌리지

수만 마리 철새와 태양광 조화 … 전국 최대 에너지 자립마을 날았다

  •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
  •  |   입력 : 2021-12-19 19:29:03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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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화학공단 극심한 공해 탓
- 주변 주민 옮겨와 마을 형성

- 10년간 태화강 정비사업으로
- 인근 삼호대숲에 떼까마귀 등
- 겨울철새들 매일 군무 연출
- 도심 최대 서식지로 거듭나

- 울산 남구, 친환경 마을 추진
- 847가구 지붕에 태양광 설치
- 연 320만㎾ 생산… 전기료 절감

울산 남구 ‘삼호그린빌리지(철새마을)’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다른 명품마을과의 비교를 거부한다. ‘명품마을 중의 명품마을’이랄까.

도심 한복판인데도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물고기가 뛰노는 친환경 생태공원인 태화강국가정원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마을 앞 간선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대숲에는 계절마다 수천, 수만 마리의 철새가 찾는다. 마을 뒤는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는 진산인 남산이 병풍처럼 떠받친다. 마을 지붕은 대부분 태양광 패널이 깔려 에너지를 자립하다. 산업도시 한복판에 이런 상상 속 같은 풍경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울산 삼호그린빌리지 내 철새홍보관 전망대에서 한 탐조객이 겨울철새인 까마귀떼 군무를 관찰하고 있다. 울산 남구 제공
■또 다른 이름 ‘삼호 철새마을’

‘삼호 그린빌리지’의 또 다른 이름은 ‘삼호 철새마을’이다. 마을이 속한 삼호동은 30여 년 전 삼호택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탄생했다. 당시 극심한 공해 피해를 보던 남구 여천동 황성동 고사동 등 석유화학공단 주변 지역 주민의 이주를 목적으로 조성됐다. 그때만 해도 별다른 특징 없는 그저 그런 동이고 마을일 뿐이었다.

그런 마을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15년 전쯤이다. 극심한 공해병을 앓던 울산시는 2005년 ‘에코폴리스 울산’을 선언하면서 시민과 함께 10여 년간 태화강 정비에 올인했다. 그 결과 태화강은 오·폐수가 흐르던 죽음의 강에서 버들치 연어 은어 등 1급수에서 서식하는 각종 물고기와 수달 너구리 등 멸종 위기 동물도 사는 생명의 강으로 부활했다.

십리대숲과 인근 삼호대숲도 보존 운동을 꾸준히 펼쳐 매년 계절별로 각종 철새가 찾아오는 도심 최대 철새 서식지로 거듭났다.

특히 삼호마을 대숲에는 매년 이 맘 때면 떼까마귀와 갈까마귀 등 수만 마리의 겨울 철새가 날아와 서식한다. 매일 해 질 무렵이면 마을 하늘 전체를 새까맣게 뒤덮을 정도로 날아다니며 군무의 장관을 연출한다. 이러는 과정에서 언제부턴가 주민과 시민 사이에서 삼호대숲이 있는 동네 이름이 ‘삼호 철새마을’로 불리게 됐다.

■친환경 에너지 자립마을 거듭나

사진은 삼호 그린빌리지 전경으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도입해 친환경 에너지 자립이 가능하다.
삼호대숲 주변이 철새마을로 불리게 되자 울산 남구는 이런 특징을 잘살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마을, 그러면서도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친환경 에너지 자립마을로 만들어 보자는 계획을 추진했다. 에너지 자립마을은 지역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자체 생산해 마을 공동체의 에너지 자립률을 높여 전기요금을 절감하고, 궁극적으로 환경오염은 줄이는 효과가 있다.

남구의 이런 계획은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의 국비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구체화 됐다. ‘삼호 그린빌리지 조성사업’으로 불리는 이 사업에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52억1700만 원이 투입됐다. 와와삼거리~삼호교~삼호행정복지센터에 이르는 주택 옥상에 3㎾ 발전용량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게 사업의 주 내용이다.

주민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워 사업이 완료된 2019년까지 총 847가구가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삼호 그린빌리지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연간 320만㎾ 정도다. 이는 연간 3억5500만 원의 전기료를 절약하는 효과를 주민에게 가져다준다. 게다가 이산화탄소(CO2) 저감 효과도 연간 1420t 정도에 달한다니 가히 ‘꿩 먹고 알 먹고’다.

■주민 인식까지 바꾼 모범 사례로

삼호 그린빌리지가 이런 효과를 보기까지 일부 주민의 반발도 없지는 않았다. 사계절 수천~수십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들다 보니 분비물과 소음으로 인한 주민의 불편 호소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 초기 단계부터 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설득한 결과 인식이 달라졌다. 지금은 주민이 동아리를 조직해 둥지를 달거나 먹이를 주는 등 철새 보호에 앞장선다.

이에 지자체는 마을에 철새홍보관과 커뮤니티시설 공영주차장을 지어주고 정원길 조성사업을 벌이는 등 다양한 환경·편의시설 지원으로 화답했다.

이런 화합과 공감대 덕분에 1차로 조성된 그린빌리지 494가구는 마을 단위 전국 최대 규모의 에너지자립 마을로서 지역 환경과 신재생 에너지를 적절히 조화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그 결과 2017년 ‘에너지 자립마을 자율인증제도’에 선정돼 철새로 인해 불편을 겪는 다른 지자체에 모범사례가 됐다.

최상림(66) 태화강삼호철새마을협의회 회장은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철새와 더불어 살면서 신재생 에너지 사용으로 전기료도 적게 내는 곳은 우리 마을이 전국에서 유일할 것”이라며 “마을 구석구석 살펴볼 곳도 많아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관광객도 늘었다”고 자랑했다. 서동욱 남구청장은 “삼호 그린빌리지의 다양한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주민과 공유해 신재생 에너지 보급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 도심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저탄소 녹색도시 구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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