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선다.

피해자 측 소송대리인 정지원 변호사는 28일 서울중앙지법에 피해자 30명을 대리해 18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형제복지원 관련 배상소송 중 규모가 가장 큰 규모다.

1975~1987년 부산에 있었던, 인권 파괴와 착취의 상징 형제복지원. 국제신문 DB

대리인 측은 “일곱 살 때 동네에서 놀다가 친형과 함께 강제로 수용됐는데, 자식들을 찾으러 온 아버지까지 강제수용되는 바람에 일가족의 삶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피해자도 있다”며 “피해자들은 그동안 당한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보상받고 국가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피해자들이 소송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워 일단 피해자별로 1년분의 위자료만을 청구하고 추후 청구 취지를 확장할 계획”이라며 “손해배상액은 총 132억 원 이상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 외에도 지난 5월 피해자 13명이 낸 국가배상소송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이 제시한 25억 원 보상안에 법무부가 이의를 제기해 조정이 결렬됐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도 형제복지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접수해 진상 규명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고령이 된 일부 피해자는 진실화해위의 진상 규명 결정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입장이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운영됐다. 그 안에선 불법 감금과 강제노역, 구타·학대·성폭행 등이 벌어졌다. 검찰은 1987년 박인근 원장을 업무상 횡령·특수감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대법원은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018년 4월 위헌적인 내무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은 불법감금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사건 재조사를 권고했다.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박 원장 무죄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비상상고 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3월 기각했다.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