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31일 부산에 ‘무려’ 눈이 왔다. 대청동관측소에서 관측한 공식 적설량은 0.2cm. 채 썬 당근만큼이나 얇게 깔린 눈에 도심 곳곳에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차들은 엉금엉금 전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일부는 미끄러지고 멈춰 섰다. 비교적 많은 눈이 내린 고지대에서는 교통마비가 계속돼 유치원생 350여 명이 고립되는 일이 발생했다.

폭설이 내린 지난 2011년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 갈매기들이 모여앉아 있는 모습. 국제신문DB

부산은 눈 구경하기 힘든 도시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눈 현상일수(특정 기간에 특정한 대기현상을 관측한 일수)가 30년 평균(1991∼2020년) 4.2일에 불과하다. 해안이면서 비슷한 위도대에 있는 전남 목포의 눈 현상일수가 26.2일이라는 점과 비교해봐도 유독 적다.

부산은 눈구름대 생성에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겨울철 눈이 내리는 원인은 아주 복잡하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해기차(바다와 대기 간 온도 차).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우리나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 위를 지나며 열과 수증기를 전해 받고 눈구름대를 생성한다. 이러한 강설 유형은 원리상 주로 서해안과 동해안에서 자주 나타난다. 두 번째는 겨울철의 낮은 기온이다. 수증기를 머금은 저기압 구름대가 우리나라 상공을 지날 때, 여름철과 비교해 대기 상층의 기온이 매우 낮아 액체 상태의 물이 아닌 눈의 형태로 내리게 된다. 하지만 부산과 같은 남쪽 지역은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아 눈이 내리는 경우가 드물다.

부산은 눈 구경이 힘든 만큼 작은 양의 눈에도 큰 피해에 노출되기 쉽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남쪽 지역은 대설·한파 대책이 방재의 우선순위에 들기 힘들다. 따라서 제설 장비 확보 등 관련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이 있다. 다음으로는 지형적 원인. 부산은 경사가 급한 산지와 산복도로가 많다. 고도에 따라 기온이 다르므로 저지대에는 비가 내려도 산 중턱에는 진눈깨비가, 산 정상에서는 눈이 내리기도 한다. 특히 고도가 높은 곳은 낮은 기온 탓에 도로가 얼어붙기 십상이다.

불리한 환경과 더불어 빠르게 진행되기 어려운 제설 여건은 교통망을 마비시킨다. 눈 경험이 적은 운전자들은 안전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부산은 항구도시인 만큼 물류 이동이 많아 교통이 통제되면 지역경제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눈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될 때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 먼저 공공기관은 상습 결빙지역은 제설 물품을 사전 구비해 둬야 한다. 그럼에도 제설이 미처 안 된 구간이 생길 수 있으니 운전자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 실시간 상황 판단을 위해 지자체에서 발송하는 재난문자 확인도 필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최신 기상정보 확인이다. 기상청은 위치기반 ‘날씨알리미’ 앱을 통해 현재 위치의 날씨 예보를 실시간 제공한다. 앞으로 예상되는 위험기상이 그 지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 팝업으로 위험기상에 대한 정보도 알려준다. 미리 대처하고, 미리 확인하고, 미리 행동한다면 눈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안전한 겨울을 날 수 있다. 박광석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