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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디바이드 보고서 <4> 관계 격차-이대남과 워킹맘

‘함께라서’ 버거운 40대女 … ‘혼자라서’ 우울한 20대男

  •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신심범 기자
  •  |   입력 : 2022-01-23 19:23:09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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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 워킹맘의 고충

- 학교·유치원 모두 비대면 전환
- 회사-집 오가며 일·가사 쳇바퀴
- 가족 재택 증가로 집안일 늘어
- ‘독박육아’ 심화 더 힘든 나날

# 20대 남성의 무력감

- “혼자 시간 보낸다” 37.7%
- 전체 연령 중 가장 비율 높아
-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적어
- 고립감 호소하는 상담 증가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동력은 관계다. 가족·친지와 함께 하는 식사, 직장 동료나 친구와 함께하는 술자리, 동호회에서 함께하는 취미생활, 이웃과 밝게 나누는 인사까지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관계를 단절시켰다. 감염의 위험과 강화된 방역지침 때문에 우리는 점차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국제신문은 그중에서도 코로나19를 전후해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은 40대 워킹맘과 20대 남성을 집중 취재했다.
40대 여성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다. 오른쪽은 20대 남성이 PC방에서 혼자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 이원준 기자·독자 제공
■관계 단절돼 혼자 된 이대남

국제신문이 23일 부산시의회 연구모임 ‘격차를 줄이는 모임’과 공동으로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 전후 삶의 질 격차 분석(이하 격차 분석)’을 보면 코로나 발생 전 여가를 함께 즐기는 사람은 가족 34.2%, 친구 33.7%가 대다수였다. 가족과 친구 외에도 ▷동아리·동호회 6.5% ▷이웃 5.7% ▷동창 등 지인 5.5% ▷직장 동료 4.3% ▷친지 2.9% 등 다양한 사람과 시간을 함께 보냈다. 본인 혼자 시간을 보내는 비율은 5.3%에 불과했다.

그러나 코로나 발생 후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응답한 비율이 63.8%로 크게 늘었다. 반대로 혼자 남는 시간을 보내는 비율은 23.3%로 4배 이상 폭증했다. 3~6% 수준으로 다양하게 분포했던 주변 사람은 ▷동아리·동호회 1.3% ▷이웃 1.1% ▷동창 등 지인 1.0% ▷직장동료 0.9% ▷친지 0.6% 등으로 급감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성 탓에 자신이나 동거 가족 외 사회관계가 단절된 것이다.

특히 20대 남성의 고립 상황이 심각했다. 격차 분석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은 코로나 발생 후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으로 가족을 꼽은 비율이 41.0%에 불과했다. 이는 평균 63.8%보다 22.8%포인트 낮은 수치다. 반대로 본인 혼자 시간을 보낸다고 응답한 비율은 37.7%로 조사 대상 중 가장 높았다.

혼자 자취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조모(25) 씨는 “코로나 전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친구와 어울리는 시간이 많았다.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런데 코로나 후 수업도 비대면이 되고, 아르바이트도 잘려 관계와 수입이 끊겼다. 부모에게서 월세와 용돈을 받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승(27) 씨는 “낮에는 취업 공부를 하고,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한다. 퇴근 후 친구와 술 한잔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데가 없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홍모(29) 씨는 “예전에는 친구와 당구나 볼링을 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러나 코로나 후에는 집 밖에 잘 안 나가고 대인 관계도 조심스러워졌다. 직접 상담을 받아 본 건 아니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 우울증도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생명의전화 문갑수 상담실장은 “코로나가 시작된 후 남성 상담 건수가 배가량 늘었다. 과거에는 ‘남자는 참아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다른 연령층에 비해) 가려졌던 문제가 코로나를 계기로 터져나온 것으로 보인다. 20대 남성에게도 고립을 막아줄 열린 공간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난 집에서 밥만 하는 존재”

20대 남성과 달리 40대 여성은 코로나 후 가족과 함께한다고 답한 비중이 77.5%로 조사 대상 중 가장 높다. 혼자 시간을 보낸다고 응답한 비율도 15.7%에 불과하다. 표면적으로는 가족과 의지하며 건강하게 코로나를 버티는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학교와 학원이 담당했던 교육 보육 문제가 40대 여성에게 전가됐고, 비정규직 영역이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비자발적으로 전업 주부가 된 40대 여성은 “돌아서면 밥만 하고 있다”며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주부 A(여·43세) 씨는 부산에서 10살 아들과 4살 딸을 키우고 있다. 코로나 전에는 오전 9시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면 오후까지 딸만 돌보면 됐다. 그래서 딸을 데리고 백화점도 가고 친구를 만나 식사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 후에는 이런 생활 자체가 전부 끊겼다. 학교는 입학식도 못 한 채 비대면 수업이 지속됐고, 예전에 보냈던 수영장과 스케이트장은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학교와 학원이 분담해온 아들의 교육과 보육 문제를 고스란히 A 씨가 떠안게 된 것이다. A 씨는 “은행원인 남편은 코로나가 확산된 이후 대출 업무가 예전보다 늘었다며 더 일찍 출근해 더 늦게 퇴근했다. 집안 일은 배로 늘었는데 어디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예술체육강사로 일했던 정모(여·49) 씨는 비자발적으로 전업 주부가 된 사례다. 정 씨는 “2020년부터 부산의 학교 2곳에서 강의했다. 월 180만 원 정도를 벌었는데 2021년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니까 잘렸다. 과외도 크게 줄어 총 수입이 코로나 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남편이 벌어오지 않았다면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요즘 집에서 고1 아들과 고3 딸을 돌봐주고 있다. 정 씨는 “학교에서 비대면 수업을 하니까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남편까지 재택 근무를 해 내가 전담하는 가사일이 크게 늘었다. 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하는 게 일이다”라고 우울해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최청락 박사는 “남성보다 여성이 관계 지향성이 강하다. 그런데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는 ‘독박 육아’를 하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것 같다. 코로나 탓에 벌어진 관계 격차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코로나 탓에 사회적 돌봄이 가족 돌봄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 지금도 제공되는 돌봄 서비스가 있지만 비용이 발생해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코로나 상황에 맞게 바우처 서비스를 조정해 가족에게 전가되는 돌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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