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檢 수사 막바지… 기소 여부 촉각
- 증명 어렵고 구성요건 까다로워
- 고소고발 5년간 3.5배 늘었는데
- 기소율 0.14%로 ‘3분의 1’ 토막
2018년 6월 부산시 공무원이 산하 공공기관 임원에게 사표를 내게 한 이른바 ‘부산판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검찰의 기소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국제신문 지난 3일 자 1면 등 보도). 그러나 피고발인의 주요 혐의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기소율이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입증하기 어렵다. 법조계도 “죄 자체가 객관적인 요소로 증명하기 어렵고, 판단적 요소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0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고발된 사건 수는 1만6167건으로, 5년 전인 2016년 4586건보다 3.5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검찰에 접수된 전체 형사 사건 수가 2016년 258만1748건에서 2020년 221만5577건으로 15%가량 준 것과 비교하면 직권남용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셈이다.
부산 변호사 A 씨는 “현 정부에서 진행된 주요 적폐 사건의 영향으로 직권남용죄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이후 공무원의 업무 처리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의 분풀이 도구로까지 이용되며 남발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반면 직권남용죄가 재판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검찰의 기소율이 1%도 되지 않는 탓이다. 대검 자료를 보면 2020년 고소·고발된 직권남용 사건 중 기소로 이어졌던 사건은 23건뿐이다. 비율로 보면 0.14% 사건 만이 기소된 셈이다. 이런 경향은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직권남용 사건 기소율은 ▷2016년 0.52% ▷2017년 0.32% ▷2018년 0.39% ▷2019년 0.24%로 한 차례도 1%를 넘긴 적이 없다. 2020년 형사 사건 전체 기소율이 29.9%였다.
법조계는 이런 현상이 ‘직권남용죄 자체가 해석이 너무 어려운 탓’이라고 지적한다. 직권남용(형법 123조)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로 규정하고,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처하게 돼 있다. 즉, ‘공무원의 권한인지 여부’ ‘그 권한을 남용했는지 여부’ ‘일을 행한 자에게 의무가 있는 일인지 여부’ 등을 따져야 한다.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구성요건은 많은데, 이 요건 하나하나가 모두 객관적 지표로 증명하기 어렵다.
법무법인 율하 이재규 변호사는 “배임도 판단적 요소가 많다. 그래도 최소한 누가 이익이나 손해를 봤는지는 팩트로 드러난다”며 “직권남용은 이렇게 객관적 지표로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객관적 지표가 없기에 재판부가 판단할 여지가 많다. 최근 판례를 보더라도 사표를 받은 이유에 대한 필요성 상당성 인과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라고 돼 있는데 결국 사건마다 다르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법관 출신 변호사 B 씨도 “‘남용’이라는 단어 자체가 모호하다. 어디까지 남용이고, 어디까지 남용이 아닌지 선을 긋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유무죄가 항상 명쾌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동아대 로스쿨 하태영 교수도 “학계에서도 직권남용에 대한 해석이 교수마다 분분하다. 이슈가 됐던 사건도 1, 2심과 대법이 서로 다르게 판단할 정도로 복잡 난해한 법”이라면서도 “결국 정치권에 영향을 받은 공무원 활동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고소·고발이 확대된 거다. 공권력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이므로 권한을 넘으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