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에 공공기여 형식 개발 제안
-일각선 민간 아파트 건설 우려도
부산 금정구가 오랜 시간 지역의 요지 위에 폐건물로 방치 중인 태광산업 공장 부지를 문화 혁신 지구로 조성하려 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금정구는 태광산업 측에 사전협상제도 카드를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전협상제도를 이용한 민간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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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정구 구서동 태광산업 전경.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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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구는 8일 구서동 태광산업 공장 부지(4만8914㎡)를 포함한 일대 재정비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안은 ‘2030 금정 비전 중장기발전계획’에 따라 세워진 것으로, 총 1251억 원을 들여 이곳을 포함해 9만8300㎡에 문화 제조창 혁신지구를 조성한다는 게 골자다.
태광산업 공장 자리는 금정구의 대표적인 ‘노는 땅’이다. 1969년 8월 공장이 들어선 뒤 1980년대까지 활발하게 운영됐지만 현재는 사실상 폐공장으로 남았다. 섬유 공장의 기능은 대부분 해운대구 반여동, 울산 경남 등지로 옮겨갔다. 그러나 행정적으로는 여전히 운영 중인 등록 공장이다. 지금도 경비원이 공장 입구를 지키고 있고, 내부에는 태광산업 계열사인 흥국생명 사무실이 있다.
이곳은 주변에 금정문화회관 금정문화원 등의 문화시설과 부산예술고등학교 등 예술학교를 두고 있다. 문화 공간으로 가꾸기에 최적의 장소지만, 오랜 시간 아무런 활동 없이 떡하니 자리만 차지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인근 경보아파트 등으로부터 꾸준히 민원이 제기된다. 대부분 이 공장이 흉물스럽다는 불만이나 낡은 슬레이트 지붕에서 석면이 날리는 거 아니냐는 우려다. 다만 2020년 금정구가 일대 석면 조사를 벌였을 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을 풀어내기 위해 금정구는 태광에 사전협상제도를 이용하라고 제안했다. 지난해 4월 태광의 지주사인 티시스와 접촉한 금정구는 공장 매각 의사를 물으며 사전협상제도 외에는 부지 활용 방안이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공장 부지는 전체가 준공업지역이라 공장 외에 다른 시설을 들이기 어려운 데다, 다른 용도로 개발하고자 도시계획을 바꿀 수도 없다는 것이다. 사전협상제도를 이용하면 현금이나 현물을 공공기여 형식으로 제공한 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없이 땅의 용도를 바꿀 수 있다.
금정구는 공장의 건축물 일부를 공공기여 받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려 한다. 나머지 땅은 사전협상제도를 통해 토지 용도를 변경한 뒤 민간 개발을 하든 매각을 하든 태광이 알아서 하면 될 일이라는 입장이다.
태광 측은 제안에 대해 “오너가 없다”며 확답을 건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의 최대 주주인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1월 400억 원대 횡령·배임으로 수감된 후 ‘황제 노역’ 논란을 겪으며 10년 가까이 경영 일선에서 빠져 있었다. 다만 지난해 10월 이 전 회장이 출소해 자유의 몸이 되면서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논의될 여건이 만들어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또 사전협상제도로 아파트 건설 특혜 증서를 끊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부산에서 사전협상제도가 진행 중이거나 논의가 오가는 구역 중 열에 아홉은 아파트 개발이 계획되고 있다. 주택 개발이 가장 큰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금정구가 공장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른자 땅에 또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부산대 정주철(도시공학과) 교수는 “주거와 문화가 함께 들어가는 복합 개발은 고려해볼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개발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제대로 협상하는 것이다. 먼저 나서서 ‘아파트 지어줄게’라는 식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 준공업지역이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문제의 대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정구 관계자는 “태광 회장이 출소하면 개발 계획을 만들 수 있겠다는 취지의 언질만 주고받았다. 아직 태광 측의 대답이 없어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논의하긴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