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엘시티 측으로부터 수 년간 명절 선물을 받아온 부산시 공무원들에게 자격정지형과 벌금형이 떨어졌다.

부산법원 청사. 국제신문 DB

부산지법 형사6부(류승우 부장판사)는 15일 엘시티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과 엘시티 측의 명절 선물을 받아온 전·현직 부산시 건축직 공무원 9명에게 벌금형과 자격정지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벌금 2000만 원, 부산시 고위직 출신인 A 씨에게는 자격정지 1년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자격정지 1년과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기소된 공무원 9명에게는 150만~360만 원의 추징금도 부과했다.

이들은 2010년 9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엘시티 측으로부터 1회당 30만 원 상당의 선물을 받는 등 150만~36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재판에 넘겨졌다(국제신문 지난해 7월 27일 자 10면 등 보도).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가족이 대신 받아 몰랐다’거나 ‘업무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뇌물죄는 구체적 이익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업무 일반에 대해서만 제공돼도 성립한다. 담당 업무를 맡지 않은 상태에서 선물을 받은 경우 역시 과거나 장래에 관련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면 뇌물의 성격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즉 엘시티 사업과 관련한 인·허가 등 행정 영역이 자신의 재량 사안이 아니더라도 사실상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면 뇌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직접 선물을 주고받은 엘시티 관계자와 개인적 친분이 있었더라도 명절마다 30만 원 상당의 물품을 받은 건 의례적 수준이 아니다”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자격정지형을 받은 현직 공무원은 직무에서 배제된다. 또 뇌물죄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공무원은 당연퇴직 처리된다. 피고인 중 현직 공무원은 시 도시계획실장 출신의 B 씨 한 사람이다. 그러나 B 씨는 지난해 7월부터 대기발령 상태다. 시 관계자는 “B 전 실장에 대한 직위 해제와 당연퇴직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2017년 검찰이 한 차례 수사를 벌였으나 선물 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부산참여연대는 지난해 7월 검찰에 재수사를 요구했고, 검찰은 시민위원회 의견에 따라 9명을 재판에 넘겼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엘시티가 사상누각 위에 들어섰다는 점이 자명해졌다. 검찰의 수사가 제때 이뤄졌다면 이런 부정을 방지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며 “뇌물이 구체적인 인·허가 과정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도 계속해서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