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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 주도하는 지역혁신 <1> 시스템 혁신

중앙부처 하청구조 혁파…과학기술로 지역혁신 선도를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배지열 기자
  •  |   입력 : 2022-03-27 20:07:00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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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 출범 작업 한창
- 과학기술 부문 비중 커져

- 그간 부처별 칸막이식 사업
- 예산·재원 적재적소에 못 가
- 고비용 저효율 고질적 문제

- 성장동력 없으면 자체 소멸
- 지자체 R&D 기획·실행 절실
- 과학·산업 조직 일원화 하고
- 중앙정부 조력자 역할만 해야

오는 5월 ‘윤석열 정부’ 출범을 준비하는 작업이 지금 한창이다. ‘지역이 주도하는 지역 혁신’ 관점에서 눈여겨볼 흐름이 그 속에 있다. 과학기술 부문의 움직임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 직속 민관 합동 과학기술위원회 출범’을 공약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과학기술부총리 신설’을 후보였을 때 공약했다. 물론, 다른 과학기술 관련 공약도 있지만 일단 여기 주목해보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 16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지역균형발전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교육부를 통폐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의 교육부는 없애고 그 기능·역할을 과학기술 부문과 합쳐 새 부처를 만드는 방향 등이다. 교육부 존치 여부는 지난 25일의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결론 나지 않았지만, 어떤 식이 됐든 과학기술 부문 비중이 새 정부 내에서 더욱 커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왜 ▷대통령 직속 민관 합동 과학기술위원회 출범 ▷과학기술부총리 신설 같은 큼직한 공약이 중요하게 제시된 걸까? 이들은 ‘지역이 주도하는 지역 혁신’이라는 초미의 과제·담론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국가 전체와 각각의 지역 차원에서 모두 과학기술이 갖는 위상과 비중은 급속히 커졌다. 동시에 명백한 한계도 현재 드러낸다. “과학기술은 우리나라 주력산업(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철강 등) 성장 및 국가경쟁력 향상의 원천이다.… 그러나 높은 R&D(연구개발) 투자 비중에 비해 질적 성과가 미흡한 고비용 저효율 구조(이를 ‘코리아 R&D 패러독스’라고 한다)를 타파하고 새로운 성장의 원동력 확보가 필요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8년 7월 ‘국가R&D 혁신방안 보고서) 하지만 진단은 있는데 실천은 더딘 것이 현재 모습이다.

지역 상황에 관해서는 옥영석 부경대 교수(과학기술정책 전문인력육성사업지원단장) 의 지적을 참고한다. “지방분권·균형발전의 큰 흐름 속에 지역 경제 발전의 보조적 수단이던 과학기술이 지역 발전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빠르게 진행되는 과학기술 기반의 경제·사회적 변화에 중앙정부 주도의 R&D 혁신체제가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부산에서는 상당한 기간 과학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도시를 혁신하려는 노력이 이뤄져 왔다. 세계 차원에서도 과학기술 기반의 혁신·도약을 위해 연구개발뿐 아니라 정책·거버넌스 차원에서 과감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 분리되고 막힌 발전 경로

27일 인수위 사무실을 나서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그는 과학기술 정책을 중시한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
정리해보면 이렇다. 이미 오래 전부터, 특정 분야 연구 개발에 국한되던 하나의 분과로서 과학기술이 아니다. 경제·사회 전반을 관통하고 아우르면서, 한국의 엄청난 발전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한 통합적 성장 동력이 과학기술이다. 과학기술 발전의 경로·구조를 혁신하면 각 지역을 포함한 나라 전체를 혁신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태풍도 거세다. 그런데 중앙정부와 지자체, 과학기술 부처와 산업기술 및 ICT 부처 차원에서 얽혀 있는 장벽과 한계에 지역 혁신의 발전 경로가 가로막혀 있는 것이다. 어떻게 뚫을 것인가?

손동운 부경대 산학협력중점교수(과학정책)는 이렇게 설명했다. “큰 틀에서 보면,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지역) 과학기술을,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지역) 산업기술을 조정하는 형태로 나뉘어 있다. 이렇게 컨트롤타워가 분리된 탓에 양쪽의 정책협력은 사실상 어렵고 칸막이식 부처 할거주의 폐해에 노출된다. 특히 지역에서는 과학기술과 산업기술이 실상 합쳐지는데, 중앙정부 차원의 상위 구조가 이러니 그에 따른 어려움은 많다.”

지역 차원으로 오면, 중대한 문제가 몇 가지 더 붙는다. 부경대 대학원 과학기술정책학과(PKSTP)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등의 연구에 따르면 지역에서는 부처별 칸막이식 추진과 여러 사업이 연계성 없이 각각 분절·반복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예산·재원이 지자체가 진짜 필요로 하는 적재적소에 못 가고 중앙부처와 연계된 지역 내 혁신기관에 몰리거나 단기 평가에 매몰되는 전달체계 한계 ▷지역을 잘 아는 지자체가 중앙정부 시스템에 크게 의존하면서 생기는 지역 R&D 기획력 부재 ▷지역 내 혁신기관 관리 체계 미흡 현상이 이어져왔다. 예컨대 부산시 R&D 예산 구조를 보자(그림 참조). 2020년도 기준이다. 전체 R&D 예산 가운데 민간 부문(8150억 원)은 일단 논외로 한다. 공공 부문 1조473억 원 가운데 중앙정부 자체 예산 7053억 원은 부산시가 아예 관여할 수 없다. 682억 원(부산시 자체 R&D 예산 847억 원의 65%)는 국비(2573억 원)로 내려온 예산에 딸려서(매칭) 나가는 돈이다. 부산시가 자체 기획과 권한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은 165억 원에 불과하다. 구호는 지역 발전이지만, 실상은 중앙부처의 하청에 지나지 않는다.

■ 지역 주도성 강화 ‘절박’

바로 여기서 ‘지역이 주도하는 지역 혁신’ 담론과 과제가 과학기술과 함께 ‘등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시한다. 대통령 직속 민관 합동 과학기술위원회 출범이나 과학기술부총리 신설 등의 공약도 이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 주제는 평지돌출로 나온 건 아니다. 현 정부도 ‘지역이 주도하는 혁신성장’을 핵심으로 삼고 ‘과학기술’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전략을 모색했고 연구자들도 매달려왔다. 하지만 그런 전환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는지는 미지수다.

가장 먼저 짚을 요소는 절박함이다. 지자체와 해당 지역이 자체 기획력·실행력으로 성장동력을 찾아 미래를 개척하지 않으면, 지역 자체가 소멸한다는 시대다. 구멍 난 것처럼 지역이 쪼그라들면 나라인들 온전하겠는가. 그런 현실이 만약 닥친다면 중앙정부인들 할 수 있는 게 무엇이겠는가? 이에 관해 이른바 ‘중앙’과 지역이 느끼는 온도 차이가 너무 심하다. ‘지역 주도 혁신 성장’에 절체절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현재까지 나온 결과물을 종합하면, ‘시스템, 즉 거버넌스 혁신이 시급하다’로 요약할 수 있다. 거버넌스는 협업 체계다. 먼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로 R&D 권한을 이양해 지방정부가 주도자가 되게 하고, 중앙정부는 예산을 지원하고 규제를 철폐하는 조력자로 역할을 바꾸는 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 이 변화만 어느 정도 이뤄져도, ‘국비 확보 경쟁의 장’으로 변질된 R&D 사업을 지자체가 기획·실행하는 혁신의 장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과학기술)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산업기술)로 나뉜 위원회 체계를 일관성 있는 거버넌스 시스템으로 단순화할 필요도 제기된다. 새 정부의 ‘민관 합동 과학기술위원회 출범’ 계획이 이런 필요에 부응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부산과학기술진흥위원회(지역 과학기술)와 부산지역혁신협의회(지역산업)로 이원화된 구조를 정돈하고, 이에 맞춰 부산시 행정조직도 개편할 수 있을 것이다.
■ 플래닝타워 ‘혁신 코디네이터’

상위(국가)와 하위(중앙부처가 지역에 설립한 테크노파크 등의 혁신기관 등) 체계 사이에 ‘혁신 코디네이터’라는 매개자를 넣는 방식 또한 제안되고 있다. 지방정부가 이 혁신 코디네이터를 통해 자체 정책에 반영하고, 지역 적재적소를 잇는 개념이다. 부산산업과학혁신원(BISTEP)을 비롯해 대전 경기 충남에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기관이 설립돼 있다. 다만, 혁신 코디네이터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컨트롤타워는 에산 편성·분배권을 갖고 여러 기관을 조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혁신 코디네이터는 이와 달리 전략 기획을 주로 하는 플래닝(planning) 타워이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제언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 판을 짜는 역동적인 이 시기는 ‘지역 주도 지역 혁신’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약에 성공할 수 있는 기회다. 지금 필요한 건 물실호기(勿失好機 ) 정신이다.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 공동기획=국제신문· 부경대 과학기술정책전문인력육성지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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