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R&D 패러독스’라는 표현이 있다. “높은 R&D(연구개발) 투자 비중에 비해 질적 성과가 미흡한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뜻한다(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고서). 한국 R&D 투자 총액은 세계 5위권이고, GDP 대비 R&D 규모는 세계 1, 2를 다투는데 이것이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갇혀 있고 사회·경제 전반의 혁신 기운 충전에 이르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지적이다.
과학기술이 경제와 사회 전반에 끼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이런 현실은 지역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2020년 기준 부산시 R&D 예산구조를 보면 공공 부문 총액 1조473억 원 가운데 부산시가 자체 재량·권한으로 투입할 수 있는 액수는 165억 원에 그친다. 대부분은 부산시가 관여할 수 없는 중앙정부 예산이거나 중앙정부의 국비 예산에 매칭돼 부산시가 내놓게 되어 있는 돈이다.
경제 대국이 된 한국에서 과학기술 비중은 매우 높아지는데 ‘지역’은 혁신의 강력한 도구인 과학기술을 주도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구조에 갇힌 것이 현재 상태다. 옥영석 부경대 교수(과학기술정책 전문인력육성사업단장)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지역이 주도하는 지역 혁신’ 노력은 꾸준히 이뤄져 왔다”면서도 “하지만 성과는 적다. 이는 계획·역량보다 의지 문제”라고 지적했다.
급변하는 세계 상황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한국 사회의 절박한 과제 앞에 ‘지역 주도 지역혁신’은 초미의 승부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직속 민관 합동 과학기술위원회 출범’ 등 공약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현재 검토되는 ‘과학기술부총리 신설’ 또한 관심을 끈다.
국제신문은 부경대 과학기술정책 전문인력육성지원사업단과 시스템(거버넌스)·전략·재정 분야에서 이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기획기사를 3회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