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도시인 경남 거제시가 조선 인력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양대조선소(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에 현실을 고려한 임금 상승을 촉구하고 나섰다. 조선 수주가 호황을 맞았지만 현장을 떠난 숙련공이 돌아오자 않자 시가 직접 조선소 측에 결단을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변광용 경남 거제시장이 31일 기자회견을 갖고 조선 인력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양대조선소(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에 현실을 고려한 임금 상승을 촉구하고 나섰다. 거제시 제공

변광용 거제시장은 31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대 조선소는 지금과 같은 임금과 단가 수준으로는 숙련 노동자들을 지키기도, 새로운 인력을 유입시키기도 어렵다”며 “협력사들의 하청단가 등에 대해 현실을 고려한 과감한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변 시장은 “일감은 늘어나고 있는데, 정작 일할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너무나 안타깝다”며 “저임금 구조의 획기적 개선과 하청단가 인상 등에 대한 양대조선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조선 인력 부족은 수주 제한과 물량 감소, 생산성 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결국 거제 조선산업 전체와 지역경제가 다시 장기 침체에 빠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와 양대 조선소가 함께 동참하는 인력수급 상생모델을 제시했다. 양대조선소는 단가 인상 등을 통한 저임금 구조를 개선하고 시는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노동자의 실질임금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는 조선인력 신규채용 훈련 장려금 지원, 기숙사 임차 지원 확대, 조선 노동자 이주·정착 지원 등을 약속했다.

조선업은 지난해부터 수주 물량이 크게 늘면서 호황을 맞았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107억 달러, 삼성중공업은 122억 달러를 수주해 나란히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같은 수주로 3년치 일감을 확보했으나 현장을 떠난 인력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업계는 저임금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조선 현장을 떠난 용접·발판 등 숙련공들이 반도체나 화력발전소 등 육상 작업장에서 근무시 임금을 30% 이상 더 받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노동 강도가 센 조선업보다 노동 강도가 약한 육상 작업장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선호하는 것도 원인이다.

조선 현장에서는 “협력업체 노동자 처우 개선을 하지 않고는 사람을 모아 쓰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업계는 수주 물량이 일감으로 풀리는 특성을 고려하면 올 하반기부터 인력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본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 협의회에 따르면 올 하반기 대우조선해양에서만 2000명 이상의 인력 수급이 필요하지만 일할 노동자가 없어 심각한 상황이다.

협의회 권수오 회장은 “해외 물동량 증가 등으로 조선업계 전망은 밝지만 정작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시장 임금을 제대로 반영한 합리적인 도급 계약 등을 통해 숙련공의 처우 개선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