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또 부산 서구 암남동에서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국제신문 지난달 30일 자 1면 등 보도)가 또 발생했다.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근절 대책 마련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재발 우려가 커진다.

지난달 30일 80대 운전자가 몰던 SUV 차량이 부산 서구 암남동주민센터 앞 버스정류장을 덮쳐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 서부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서구 암남동 주민센터 주차장에 차를 대던 중 갑자기 후진해 60대 남성 1명 등 2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로 80대 남성 A 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운전자의 운전 미숙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운전자 A 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부산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에 의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영구 팔도시장에서 80대 운전자 차량에 의해 60대 할머니와 18개월 손녀가 사망했고 지난 1월에는 연제구 대형마트 지상 주차장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택시가 도로로 추락해 운전자가 사망하고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실제로 부산 65세 이상 운전자 교통사고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1717건이던 것이 지난해 1989건으로 15% 증가했다.

고령운전자 사고가 잇따르자 부산시는 지난달 6일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줄이기 종합대책’을 내놨다. 2018년부터 시작한 면허 자진반납 제도 인센티브를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상향하는 것이 골자다. 이 외에도 ▷고령 운수종사자 인지능력 자가진단 검사 실시 ▷고령 운수종사자 교통안전수칙 교육 강화 ▷교통안전체험교육 참여는 택시 운전자 등이다.

그러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금까지 면허를 갖고 있는 고령자는 대부분 실제 운전을 하는 사람인데, 10만 원을 더 준다고 해서 면허 자진 반납제도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 하는 것이다. 오문범 YMCA 사무총장은 “약간의 돈을 준다거나 자발성에 맡겨서는 사고 예방 한계가 분명하다. 부산시는 물론 경찰이 함께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 실시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대책도 고령 운수종사자를 중심으로 한 교육 대책 위주다. 일반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고령자 교통안전 컨설턴트 운영은 노인복지시설 등을 찾아 교육하는 것인데, 코로나19로 시설이 대부분 문을 닫아 언제 정상화될지 알 수도 없다.

이에 75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 갱신 시 3년마다 적성검사와 교통안전 교육을 받는 현행 기준 65세 이상으로 확대하거나 2년 주기 단축하자는 안이 거론된다. 시도 대책 발표 당시 이 같은 내용으로 도로교통법 개정을 부산경찰청에 건의했다. 그러나 도로교통법 개정은 국회를 거쳐야 하고, 현행 기준이 적용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아 당장 진행되기 어렵다.

고령자 이동 환경 개선을 위한 버스 감면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부산시 공공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버스 무료화도 고려하고 있지만 비면허자와의 형평성과 예산 문제 등이 있다.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은 단시간에 고칠 수 있는 문제 아닌 만큼 지금껏 나온 대책 마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