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교통사고를 모의하는 등 허위로 TV 토론회에 불참해 구청장직을 잃은 김대근 전 사상구청장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시의원 출신 후보를 돕는 등 여전히 정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의 도움을 받는 사상구청장 예비후보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그를 감싸지만, “유권자를 속인 이와 함께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대근 전 사상구청장. 국제신문 DB

4일 지역 정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김부민 사상구청장 예비후보의 간담회가 열렸다. 윤건영(서울 구로을) 의원 주최로 열린 이 자리에는 당내 여러 인사와 함께 김대근 전 구청장이 참석했다. 그는 전부터 지역 내 인맥을 동원해 김 예비후보를 돕는 등 당과 연결점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김 예비후보를 위해 뛸 자원봉사자 역시 김 전 구청장의 인맥에서 상당수 지원될 예정이다.

김 예비후보는 김 전 구청장의 측근 인사에게 수행을 맡겼다. 김 예비후보는 지난 1월 시의원 사무소를 낼 때 김 전 구청장의 수행비서 출신인 A 씨에게 대외협력팀장 직함을 줬다. 지난달 21일 시의원에서 사퇴한 후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에도 A 씨에게 캠프 업무 전반을 부탁했다.

김 전 구청장은 지난해 8월 19일 단체장 직위를 상실했다. 당시 대법원은 정치자금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그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그가 2018년 지방선거 때 허위진단서를 끊어 상대 후보와의 TV 토론회에 불참하는 한편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정치자금을 받아 선거운동원 식비 등으로 썼다고 판시했다.

불미스러운 일로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그는 이처럼 지역에서 정치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김 예비후보가 그를 끌어안은 덕이다. 성도고 학생회장 출신으로서 학교 동창회를 규합해 관리하는 등 지역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그의 영향력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거다. 민주당에서만 활동한 김 전 구청장의 지지가 김 예비후보의 ‘정통성’을 보증할 거란 계산도 들어 있다.

김 예비후보는 “사전 작업에 의해 직을 잃은 것”이라며 그를 옹호했다. 김 예비후보는 “고발자는 사안을 녹음해 고발한 뒤 곧바로 국민의힘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의 비서로 갔다. 김 전 구청장이 최종 책임자이긴 하지만 억울한 면이 있다”며 “당원들은 김 전 구청장에 대한 아쉬움이나 여러 어려움을 다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전인수라는 지적도 있다. 사상구의회 한 의원은 “유권자를 속인 범법 행위로 직을 잃은 사람이다. 도움이 된다고 해서 데려다 쓸 게 아니다. 김 전 구청장도 자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