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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 주도하는 지역혁신 <3> R&D 재정 혁신

R&D 사무이양·자율적 재원확보 위해 지방자치법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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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의존 재정 악순환 끊어야

- 국가사무로 규정된 과학기술
- 지자체 사무범위로 나누거나
- 지역에서 자체 예산 편성토록
- 재정 조성·운용·집행 혁신해야

# 市, 파워반도체 투자 유도하려면

- 지방이전 기업, 직접 지원 대신
- 보유세 등 과감한 조세감면 시행
- 수천억 달러 산학연 투자 이끈
- 美 ‘바이-돌법’ 성공사례도 주목

이제 이 기획 시리즈의 마지막 회인 ‘재정 혁신’에 왔다. 재정의 요체는 돈이며 돈은 정말로 중요하다. 한국의 2021년 명목 GDP는 세계 10위다. 유엔 기준에 따르면 세계에는 195개 국가가 있다. 한국 경제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역이 주도하는 혁신’의 ‘재정 혁신’ 부문을 취재하면서 지극히 인상 깊은 흐름을 접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예산 증액에서 벗어나 재정의 조성·운용·집행의 혁신을 간절히 원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혁신을 위한 투자와 함께 예산을 둘러싼 법령·관행·관점·조성·운영을 혁신하지 않으면 국가 전체 차원의 비효율 상황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을 엔진과 두뇌로 삼아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 국가 자체를 혁신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호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2021년 2월 예비타당성조사를 최종 통과해 개발에 가속도가 붙은 부산 강서구 대저동 부산연구개발특구(첨단복합지구) 조성 예정지. 국제신문 DB
■ 지금이 바로 최적 타이밍

김병진 부산산업과학혁신원(BISTEP) 책임연구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R&D(연구개발)와 과학기술 분야 재정 문제는 중앙정부가 권한을 다 갖고 있으니 지역에서는 체계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고 활동하는 게 아니라 일단 예산부터 확보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구조다.” 대기업 하청구조처럼 지방도 중앙부처의 하청업체라는 것이다(국제신문 지난달 28일 자 10면 ‘시스템 혁신’ 참조).

큰 틀이 이렇게 정해져 있다 보니 ‘지역이 주도하는 지역 혁신’ 담론은 기초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행보는 제한된다. 김 책임연구원은 “중앙 의존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지역을 믿고 일종의 자율 편성 예산을 만들어줄 최적 타이밍이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정현민 부경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좀 더 넓게 이 사안을 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지역에서 재정을 자체적으로 편성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보조금 등도 용도를 지정하지 말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렇게 가져온 돈을 쓸 전략·제도를 만들 인재를 키우는 전략이 여기 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과학기술을 지방사무로

부산 강서구 미음산단 R&D허브 지구. 국제신문 DB
손동운 부경대 산학협력중점교수(과학정책)는 또 다른 제안을 했다. 국가사무로 규정돼 있는 과학기술의 일부를 ‘지방 사무’로 나누자는 것이다. 현재 지방자치법의 지자체 사무범위(13조)에는 교육 체육 문화 예술의 진흥은 있지만 과학기술은 아예 없다. 지방교육법 20조에 교육감의 관장사항으로 과학, 기술진흥을 정해 놓은 게 전부다. 지자체는 궁여지책으로 지방자치법 13조3항 ‘농림·수산·상공업 등 산업 진흥 규정’을 과학기술·연구개발 사업에 갖다 붙이고 있다.

손 교수는 “국방, 항공, 에너지, 국가전략사업 등 긴요한 것 외에는 지자체로 사무를 이양하고 에너지, 반도체 등 국가전략사업에 대한 지역의 R&D 대응자금(매칭펀드)을 중앙부처가 부담하면 지자체는 절감 예산을 지자체 주도의 성장 분야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 부산시의 경우 시비 매칭 사업액이 3255억 원(국비 2573억 원, 시비 682억 원)으로 부산시의 자체 R&D사업 예산(182억 원)의 19배에 이른다.

“지방매칭, 중앙부처 공모사업 중단 또는 축소!” 대전과학산업진흥원(DISTEP) 고영주 원장도 이를 강조하며 “지자체의 기술혁신 투자를 의무화하고 체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을 개정하고 지난 5년간 지역으로 간 국비사업 예산을 지역이 자율로 쓸 수 있도록, 준비된 곳부터 R&D 포괄보조금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규모를 배로 늘리고 지역 자율 예산 비중은 최소 50% 이상, R&D 예산 비중은 2배 이상으로 확대 ▷지자체의 기술혁신 투자를 의무화하고 체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 개정 등도 제안했다. 그는 “야생에서 바둥거리며 고생하는 지역의 혁신가들에게 단비 같은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민간은 조세 감면 중심으로

지난해 12월 부산지역 대학 21곳과 부산테크노파크·부산상공회의소가 ‘상생발전을 위한 지산학협력 체계 구축 업무협약’을 맺었다. 국제신문 DB
이처럼 큰 틀의 방향 전환을 민간 R&D 영역에서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립대구과학관장을 지낸 김주한 한국기술교육경영연구원장은 “정부 예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기업에 대한 R&D 직접 지원은 줄이고 조세 감면으로 민간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2020년도 기업 R&D 지원액이 6조2000억 원으로 5년 전보다 50% 증가한 반면 투자 대비 조세감면율은 6.5%에서 4.5%로 오히려 줄였다”고 지적했다.

조세 감면을 확대해 기업 스스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면 국가 전체 연구개발 투자는 오히려 증가할 것인데, 그동안 정부 정책은 반대 길을 걸어온 것이다.

민간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정부 노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텍사스주는 테일러시에 삼성전자 제2 반도체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삼성 투자액 20조 원의 24%에 이르는 4조8000억 원을 지원한다. 30년간 재산세 감면, 교육세 면제, 보조금 지원 등 파격적이다. 일본은 어떤가. 대만의 거대 반도체 기업 TSMC가 규슈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 신설을 발표하자 투자액 8조4000억 원의 최대 50%인 4조2000억 원의 보조금 지원을 약속하고 공장 설립과 관련된 법령을 개정했다.

김병기 부산진구 부구청장(부경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은 “법인세 감면을 대표적인 세제 인센티브로 꼽지만, 우리나라 법인세는 17% 정도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큰 편이 아니다”며 “좀 더 시장경제적 접근을 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일종의 환지(換地) 방식으로 기업용 부동산에 대한 토지거래세와 보유세를 과감하게 감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구청장은 부산시 신성장산업국장을 역임했다.

■ 파워반도체 투자 등 적용

부산시 차원에서 현재 시급한 과제가 있다. 차량용 반도체의 부족으로 국가 전략적으로도 기장군 장안읍 파워반도체 클러스터에 관련 기업을 입주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나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에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조세 감면율이 R&D는 투입비용의 40~50%, 시설투자는 8~16%로 돼 있다. 미국은 R&D 및 생산시설 투자의 40~50%에 이르고, 일본과 중국은 50%, 유럽 20~40%이다.

부산시는 현재 R&D 투자와 생산시설을 가리지 말고 투자액의 50%를 감면해 ‘차량용 반도체 밸류체인’을 구축할 것을 대통령 공약 실행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1980년 제정된 ‘바이-돌 법안(Bayh-Dole Act)’이 있다. 대학·연구소 등이 미국 연방정부의 공공적 지원을 받아 지식재산을 창출했을 때, 거기서 발생하는 특허권·기술료 등을 해당 대학이나 연구소가 가질 수 있게 허가한 것이 핵심이다. 이 간단한 법 개정 하나로 미국 대학의 특허 출원과 연구개발은 획기적으로 활성화됐다. 미국 연방정부는 수천억 달러의 산학연 R&D 투자를 이 법안 하나로 이끌어냈다.

지역 혁신가들의 목소리는 다음 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지역혁신을 새로운 가능성의 대지, 지역이 주도하고 중심이 되는 새로운 국가혁신의 기회로 보아야 함을 시사한다. 그리고 모두가 ‘이제는 실천’을 외치고 있다.

※ 공동기획=국제신문·부경대 과학기술정책전문인력육성지원사업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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