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생활임금 조례 개정안의 재의를 요구했다. 민간 영역의 노동자 일부에게도 생활임금을 적용하도록 한 강행 규정이 법령에 어긋난다며 다시 의결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시는 지난 4일 열린 조례규칙심의위원회에서 생활임금 조례 일부 개정안에 대한 재의 요구가 결정됐다고 6일 밝혔다. 위원회는 개정안에 신설된 일부 조항이 지방자치법과 근로기준법을 위배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만으로는 인간·문화적 생활을 제대로 누릴 수 없어 이를 보완한다는 취지로 2018년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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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청.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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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발의된 개정안은 민간 영역의 노동자 일부에게도 생활임금을 적용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을 둔다. 조례상 생활임금 적용 대상은 총 6개 갈래로 나뉜다. 이 중 공공 영역인 ▷공무원이 아닌 시 소속 노동자 ▷공공기관과 그 자회사의 노동자 ▷시 위탁 사무 수행 기관·단체·업체의 노동자는 생활임금 적용 심의를 받아왔다. 그러나 ▷시가 발주한 공사·용역 수행 업체 중 시의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노동자 ▷시 공사·용역 수행업체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 ▷국·시비로 인건비를 지급하는 민간단체 노동자 등 민간 영역의 노동자는 적용 대상자인데도 배제됐다. 강행 규정을 도입해 이들에게도 생활임금을 지급하겠다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시는 이 같은 규정이 근로기준법에 위배된다고 본다. 민간의 사업자와 노동자는 동일한 조건에서 자의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는데, 강제적으로 특정 임금을 적용하는 건 계약 침해라는 해석이다. 올해 기준 부산 생활임금은 1만868원, 최저임금은 9160원이다. 월급(법정근로시간 월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생활임금 적용자는 227만1412원, 최저임금 노동자는 191만4440원을 받는다. 35만6972원 차이다.
시는 또 임금 불공정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생활임금과 같거나 많은 노동자는 별도의 임금 변화가 없는데, 자신보다 시급이 작은 후배 노동자 등이 생활임금을 적용받으면 사실상 보수가 같아진다는 설명이다. 개정안에는 이런 문제의 해소를 위해 생활임금 적용 대상 기관 전 직원의 호봉을 재산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는 시장의 고유 권한인 예산 편성권 침해라는 게 시의 입장이다.
시의회는 예산 증액을 막기 위한 시도에 불과하다며 재의 요구를 거부할 계획이다. 시의회 노기섭(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생활임금 적용 대상자이지만 사실상 배제된 이들을 위해 제도를 넓히자는 취지다. 그런데도 지금 같은 이유로 재의를 요구하는 건 증가 예산분을 막고자 하는 의도를 보이는 것이다”고 말했다.
민선 7기 이후 시가 시의회를 상대로 재의를 요구한 건 이번이 8번째다. 시의회 여당과 소속이 같았던 오거돈 전 시장이 재임한 2018년 6월~2020년 4월까지는 2건에 그친다. 정당이 다른 박 시장의 임기 시작된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는 6건이 요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