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안전을 위해 항상 발 벗고 나섰던 동료들인데, 이렇게 먼저 떠나보내게 돼 가슴이 찢어지게 아픕니다.”

헬기(S-92) 추락사고로 세상을 등진 남해해경청 항공대원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마련된 부산 부산진구 시민장례식장 1층에는 10일 오전부터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부기장 정두환 경위(50), 정비사 차주일 경장(42), 전탐사 황현준 경장(27) 등 대원 3명은 지난 7일 대만 해역에서 조난신고 이후 실종된 예인선 ‘교토 1호’(322ｔ·시에라리온 선적·선사 ‘시스타 쉬핑’)의 수색에 투입됐다 복귀하던 중 발생한 헬기 추락사고로 참변을 당했다. 헬기 탑승자 4명 중 생존자인 기장 최모(47) 경감은 중상을 입고 제주도의 한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10일 부산진구 범천동 부산시민장례식장에 실종된 ‘교토1호’선원들 수색을 위해 투입됐다가 해상으로 추락해 숨진 남해해경청 소속 항공대원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조문객이 방문하고 있다. 여주연 기자 yeon@

무거운 발걸음으로 분향소를 찾은 동료들은 순직자들의 영정 사진을 보자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팀 동료 A 씨는 “항상 개인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했던 분들이다. 순직한 팀 동료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제가 그 자리에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A 씨는 황 경장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A 씨는 “지난달 경장으로 계급장을 바꿔 달았던 현준이가 한 달 만에 사고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내년에 결혼할 날을 잡으면 청첩장을 주겠다며 밝게 웃던 얼굴이 생생하다”고 그를 떠올렸다. 동기의 사고 소식을 듣고 부산으로 달려온 B 씨는 “며칠 뒤에 차 경장과 식사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찹찹한 마음이 크다. 정비사가 가져야 할 꼼꼼하고 차분한 기질을 가지고 있어 정비사의 본보기가 됐던 동료다”고 말했다.

장례는 해양경찰청장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1계급 특진 추서, 국가유공자 지정 등 순직자들에 대한 예우 절차도 진행한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또 해경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헬기 동체 내 블랙박스를 회수해 조사할 방침이다. 사고 기종인 S-92는 미국 시콜스키사가 제작한 헬기로 국내에 총 5대가 도입됐다.

공군이 3대를 보유하고 있고, 해경이 나머지 2대를 운영해왔다. 2013년 제작된 S-92는 2014년 3월 남해해경청 부산항공대와 서해해경청 목포항공대에 각각 배치 운용됐다. 해경이 도입한 S-92 관련 사고는 처음이다.

조종 미숙이나 기상 악화에 따른 사고는 아닐 것이라는 게 해경 측 입장이다. 최모 기장과 고 정 부기장 모두 비행시간을 3000시간을 넘긴 베테랑인 데다 사고 당시 해역의 기상은 남동풍 초속 2~4ｍ, 파고 1ｍ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해경 관계자는 “다만 새벽시간대 함선 내 이·착륙은 헬기 운항에서 난도가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지난 9일부터 해군 광양함(3500ｔ)의 지원을 받아 수심 58ｍ에 있는 헬기 동체 인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블랙박스를 수거하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사고 원인 조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 8일 오전 1시32분 마라도 남서쪽 370㎞ 바다 위에서 발생했다. 지난 7일 대만 해역에서 조난 신고가 접수된 교토 1호를 수색하기 위한 중앙해양특수구조단 구조대원 6명을 경비함 3012함에 내려다 준 뒤 부산으로 이동하려고 이륙하였으나, 30~40초 만에 해상으로 추락했다.

실종된 교토 1호에 탑승한 선원 6명은 모두 부산 거주자로 알려진다. 현재까지 이 중 3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선원 가족들은 부산 중구의 한 사무실에 마련된 가족대기실에서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